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청계천 전태일 열사 동상에 헌화하고 노동 공약을 발표하려다 민주노총 노조원 등과의 충돌이 우려된다며 일정을 취소했다. 안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노동공약을 발표하는 것으로 일정을 대신했다.
안 후보는 1일 오전 11시 서울 청계천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서 청년 알바생과 노동자 대표 등을 만나고 전태일 열사 동상에 헌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10여곳으로 구성된 ‘노동자 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노조원 50여명이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서 안철수 후보 측의 진입을 미리 막았다. 노조원들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 문제’라는 취지의 손팻말을 들고 안 후보를 비판했다.
차헌호 공동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저희가 지금 광화문에서 고공단식농성을 하고 있는데, 안철수 후보가 광화문에 와서 유세를 하고 가면서 관심도 안 갖고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차 위원장은 “노동자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로 봐서는 노동자 민중의 입장을 대변하는 후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대선실천단 소속 변은혜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지자들이 안철수를 연호하길래 옆에서 ‘안철수’라고 외치면 ‘적폐’ 이런 식으로 같이 외쳤다”며 “그런 얘기가 짜증이 났는지 지지하시던 분들이 우리를 둘러싸더니 (우리가 들고있던) 피켓을 부시고 몸으로 밀치고 삿대질을 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상황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인파가 있었다. 심상정 후보의 유세도 있었고 11시부터 안철수 후보의 유세가 있을 예정이었는데 굉장히 장소가 협소했다. 자칫 안전사고 우려도 있고 해서 부랴부랴 전태일 동상 앞에서는 행사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로 돌아와 다섯 가지 노동 공약을 발표했다. 청년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 후보는 임기 내에 최저임금을 만원까지 올리고 노동시간을 임기 내에 연 1800시간 대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미래 노동자와 사용자가 될 청소년에게 노동기본권 교육을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며 '근로자 생명'과 안전이 가장 우선하는 일터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러한 공약을 발표한 뒤 “저는 오늘 청년 전태일의 꿈을 되새긴다“며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대한민국, 좋은 일자리 만들어지는 대한민국, 노동자 미래 불안하지 않은 대한민국을 저 안철수와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