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개월간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항쟁’이 성과 있게 마무리되고 있다.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을 자행했던 대통령 박근혜는 결국 파면되고 구속되었다. 또 최순실, 김기춘, 이재용 등도 구속되었다. 불과 몇 달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우리 눈앞에서 현실화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감동은 딱 거기까지다.

이른바 “법꾸라지”로 불리던 우병우 등은 불구속기소 되어 여전히 감옥 바깥을 활보하고 있고, 뇌물 주고 특혜 받았던 롯데, SK, 현대차 등 재벌총수들도 대략 구속이나 실효성 있는 처벌을 피하고 있는 형세다. 그리고 우리는 대선국면으로 빨려 들어가 있다.

▲ 2016년 11월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2016년 11월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언론개혁은 모든 민주개혁을 열어가는 개혁

촛불광장의 염원인 새로운 민주공화국 실현은 민주주의와 평등, 사회공공성확대와 평화체제구축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민주대개혁의 핵심 내용은 검찰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 그리고 정치개혁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언론개혁은 그 ‘모든 민주개혁을 열어가는 개혁’으로 우선적인 과제가 된다. 촛불광장의 힘으로 열어젖힌 촛불대선이건만 이번 대선시기에 제도언론이 보이고 있는 각종 왜곡·편파 보도행태를 보라. 지난 시기의 청와대방송, 관제언론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의 막장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냥 두고서는 새 정부의 민주개혁도 그냥 희석되거나 좌초되어 버리는 초전박살을 당할 위험이 있다.

언론장악 부역자 청산과 해직언론인 복직이 언론개혁의 출발점

언론개혁의 출발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 부역자를 청산하고,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을 복직시키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미 전국언론노조에서 언론장악 부역자 60명의 명단과 그 구체적 부역행위 내용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들과 그 외 부역자들을 신속하게 청산하는 과제가 언론개혁의 필수적인 과정이다. 

또 MBC, YTN 등에서 해직된 언론인들과 또 부당징계를 당하고 제작현장에서 쫒겨나 자신의 전문성과 무관한 업무에 ‘유배’되어 전전하고 있는 수많은 언론인들을 제작현장에 복귀시키는 일이 선결적 과제라 하겠다. 아울러 권력이 불법부당하게 언론을 장악하고 언론인을 탄압했던 상황에 대해 독립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행정부 차원에서 구성되든지 아니면 국회 차원에서 구성되든지 간에 권력이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진상조사 단위가 구성되고 실질적 또는 법적 권한을 갖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에서의 국정조사나 청문회가 자칫 ‘정파 간의 정쟁’ 양상으로 치달을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14일 1차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 10명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1일 오후 언론의 정치적 독립과 보도 공정성, 제작 자율성을 훼손하고 언론인 탄압에 앞장 선 전·현직 경영진과 이사회 이사, 보도책임자들을 대상으로 2차 명단 50명을 발표했다. 사진=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14일 1차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 10명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1일 오후 언론의 정치적 독립과 보도 공정성, 제작 자율성을 훼손하고 언론인 탄압에 앞장 선 전·현직 경영진과 이사회 이사, 보도책임자들을 대상으로 2차 명단 50명을 발표했다. 사진=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공공적 규제기능과 진흥기능을 분리하고 방송통신위를 민주적으로 재구축해야

다음으로 언론장악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진행될 정부조직개편과 관련, 방송통신위 기능 중에서 공공적 규제기능과 산업진흥적 기능을 분리시키고, 방송의 독립성과 여론다양성에 기반한 민주적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독립적인 정책·행정 규제기구로 재구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공공적 기능을 담당하는 방송통신 관련 국가기구의 구성방식도 정파 간 나눠 먹기 비슷한 현행 방식을 극복하고 다양성과 정파독립성이 실질적으로 확보되어야 마땅하다. 또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청와대와 여당 추천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회는 진정한 민의가 반영될 수 있는 구성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방송 편성 및 제작의 내적 자율성을 강행규정으로 법제화해야

편성·제작에 있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보장하는 문제, 즉 편성·제작의 내적 자율성 보장 문제는 언론개혁의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실질적 조건이다. 편성·제작 책임자의 임명동의제 또는 중간평가제 실시를 법제화하고 또 편성·제작 위원회의 실효성 있는 구성과 운영 실태를 방송의 재허가나 재승인 시 중요 판단사항으로 삼도록 법제화시킬 필요가 있다.

사실 위의 개혁방안 이외에도 종편특혜 환수, 뉴스보도를 광고 또는 협찬금과 바꿔먹지 못하게 하는 방송사의 광고 직접영업 금지, 편파심의와 면죄부심의를 일삼는 방송통신심의위의 민주적이고 공공적 기구로의 전면개편, 미디어 다양성을 위해 지역언론을 살리고 독립미디어를 활성화시키는 대책 등도 뒤따라야 한다.

새 정권 출범 초기가 언론개혁의 골든타임

얼마 안 있어 대선이 치러지고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나면 헬조선에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새 정권하에서는 국민들이 투표일에만 주권자가 되는 ‘투표자’를 넘어서서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진짜 주권자가 될 수 있을까? 촛불광장을 가득 메운 대다수 민초들의 삶에 어떤 희망이 깃들 수 있을까?

그 결정적 분기점이 제대로 된 언론개혁에서 시작된다.

“촛불항쟁”을 우리 사회를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바꾸는 명실상부한 “촛불혁명”으로 발전시키는 과제도 언론개혁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새 정권 출범 초기가 언론개혁 성공의 골든타임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새 정권이 수구언론의 눈치를 보면서 좌고우면하다가 결국 언론개혁도 또 다른 민주개혁도 무산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깨어 있는 우리 시민들이 정권 초기부터 언론개혁의 기세를 거세게 휘몰아쳐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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