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출범이 2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유력 대선주자의 미디어 분야 조직개편 방향은 ‘오리무중’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등 22개 미디어단체는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각 후보 캠프 관계자를 초청해 정책평가 토론회를 열고 유력 후보들의 ‘미디어 정부조직’에 관한 구체적인 공약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인수위 기간이 없는) 19대 대선 후보자는 정부조직개편 구상을 미리 마련하고,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선거가 코 앞에 닥친 지금까지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미디어 분야 정부조직 개편계획에 관해 문재인 후보측은 ‘확정안이 없다’는 입장이고, 안철수 후보는 ‘단순화, 전문성을 바탕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 영역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 영역을 통합한 미디어 총괄 합의제 기구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등 22개 미디어단체는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각 캠프를 초청해 정책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등 22개 미디어단체는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각 캠프를 초청해 정책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 후보는 ICT전담부처를 만들겠다는 것 외에 미디어 분야 정부조직개편에 관한 내용을 일절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날 민주당측은 “민주당의 미디어 조직기구개편에 관한 내용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디어 정책은 미디어정부조직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조직구조를 발표하지 않고 공약만 내세우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합의제 기구 방송위원회를 통해 방송의 공적 기능을 중시했으며 이명박 정부는 ‘방통융합’과 ‘산업진흥’ 기조 아래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고 IPTV 등을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미디어 분야의 일부를 과학, ICT와 통합해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조직개편과 관련해 후보들이 상당부분 유보하거나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규제기구가 규제를 해야 될 시장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획정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디어 정부조직개편은 ‘신문’ ‘방송’ ‘ICT’ ‘과학기술’ 영역을 어떻게 이합집산할지가 최대 쟁점이다. 최근에는 학계와 신문업계를 중심으로 ‘신문방송’ 혹은 ‘신문방송ICT’ 통합 부처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조직의 형식을 ‘합의제’로 할지, 아니면 일반 정부부처처럼 ‘독임제’로 할지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미디어 부처 통합 또는 폐지 여부 등이 쟁점이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조직구조 개편에 예민한 공무원 사회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에 민주당 측은 “죄송하지만 후보자가 직접 입으로 언급한 조직구조개편 이외에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게 (캠프의) 방침”이라고 답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측은 미디어 공약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지만 이미 법안에 나온 내용을 반복하는 데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후보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사장 선임시 특별다수제 도입 △공영방송 이사 여야 비율 조정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도입으로 국회에 계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에 포함된 것이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이번 선거는 총선이 아닌 대통령 선거”라며 “국회 원구성은 그대로이고 행정부만 뽑게 되는데, 국회가 해야 할 법안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현실성과 구체성이 떨어진다. 대통령이 약속할 수 없는 국회 내 합의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단계 하도급이 비일비재한 유료방송 노동 문제에 관해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는 직접고용 등 ‘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나 유료방송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문제와 직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결합상품’ ‘통신사의 케이블 인수합병’ 등 시장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만 나왔다.

▲ 2015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2015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련된 부처들이 사실상 유료방송 노동 문제들을 외면해오고 스스로 노동을 옥죄어 왔음에도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 후보 모두 무료 지상파 채널을 늘리는 ‘지상파다채널서비스 도입·또는 검토’ ‘공동체 미디어 활성화’ 등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전부터 나오던 공약이 반복될 뿐 실행에 옮기거나 미디어 정책을 마련하려는 후보 차원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공동체 미디어 관련 공약은 이전부터 있었다. 지금 공약은 10년 전 공약집에 넣은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세 후보의 공약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세 후보가 지상파다채널서비스를 도입하거나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전부터 얘기가 나오던 것을 원론적으로 의지표명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노영란 사무국장은 “정의당의 경우 10대 공약에 미디어 공약이 일정 부분 언급된다”면서 “당선가능성이 높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10대 공약에서 (미디어 분야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각 캠프가 언론, 미디어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듯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홍준표·유승민 캠프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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