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판세가 바뀌고 있다. 공식 선거 운동 초반만 해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구도였다면, 선거 2주를 앞둔 현재 1강 1중 3약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여론조사 결과다. 

심상정이 홍준표 턱 밑 까지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4, 25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가 40.4%의 지지율로 안 후보(26.4%)를 14.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적극 투표층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은 42.4%대 27.3% 였다.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10.8%), 심상정 정의당 후보(8.0%),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5.1%) 순이었다. 심 후보가 유 후보에 앞선 점 역시 특이할 만하다. TV토론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두 후보는 지지율이 동반 상승했다. 

한국일보는 선거 구도를 바꾼 최대 변수로 TV토론을 꼽았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한국일보에 “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안 후보에게 갔던 중도ㆍ보수 유권자 일부가 TV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 1면 기사
▲ 한국일보 1면 기사
25일 토론회, 정책토론으로 가려는 노력 엿보여 

25일 대선후보들의 4번째 TV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5명의 대선 후보들은 앞서 3번의 토론회가 네거티브 공방전으로만 흘렀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책 토론에 집중하려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문 후보는 이날 안보, 일자리 등 주요 정책 분야 토론 과정에서 보수정권의 실책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가령 안보 관련 질문을 받을 때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참담하게 안보에 실패한 안보 무능 정권이고 가짜 안보 세력"이라고 몰아세운 것이다.

3차 토론에서 논란이 된 안 후보는 특히 정책 알리기에 주력했다. 안 후보는 외교,안보 분야 토론에서 "미세먼지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안보의 개념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차원까지 확장한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국민일보는 홍 후보에 대해서는 "문 후보를 공격했던 기존의 논리를 다시 들고 나왔다"고 평가했다. 홍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해 "강성 귀족노조에 얹혀 민노총의 지지를 받아 정치하면서 편을 드니 패악이 없어지지 않고 젊은이들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국민일보 3면 기사
▲ 국민일보 3면 기사
안·홍·유 보수후보 단일화에 “안 한다” 입 모아 
 
보수후보 단일화 역시 토론회 이슈 중 하나였다. 바른정당이 단일화 논의를 띄웠지만 홍, 안, 유 후보는 3당 단일화에 거부의사를 확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입장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질문에 대해 "선거 전 연대는 없다고 거짓말하지 않고 100번 넘게 말했다"고 했고 홍 후보는 "아니 그런 걸 왜 묻나, 할 생각도 없는데. 바른정당이 자기 살 길 찾아서 말하는 것을 왜 우리에게 묻느냐"고 말했다.

당의 단일화 방침에 반대하는 유 후보도 "저는 단일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오른 주먹을 들어보이며 "굳세어라 유승민"이라며 "뜻한 대로 수구보수를 밀어내고 따뜻하고 건전한 보수 세우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 동아일보 1면 기사
▲ 동아일보 1면 기사
보수후보 단일화에 기대감 보인 동아일보 

보수후보 단일화를 바라보는 신문들의 논조는 조금씩 달랐다. 동아일보는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면서도 "예상을 깨고 극적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그만큼 파괴력도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기대감을 드러낸 대목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도 민주당이 바른정당을 비판한 것을 두고 "그런 비판은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가 대개 진보 진영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을 잊은 것"이라며 "보수진영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썼다. 

반면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반문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이는 이종교배에 가깝다"면서 "중도와 보수의 통합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정강과 정책이 다르고 색깔도 다른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신문은 "보수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대한민국에서 합리적인 보수가 설 수 있는 기틀을 이번 대선에서 만들어야 하다"며 "문재인 당선만 막으면 된다는 식의 무원칙한 합종연횡은 야합과 다르지 않으며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도 실패할 것"이라고 썼다. 

▲ 한국일보 사설
▲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한겨레, 바른정당 비판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

바른정당을 비판하는 목소리 역시 높았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념이나 정책의 공감대 없이 오직 '반문, 반좌파' 라는 정치공학적 고려에 의해 이런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실현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우리는 일찍이 정치권의 합종연횡에는 명분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로운 진짜 보수를 표방하며 자유한국당과 결별한 바른정당이라면 자기부정적 제안을 내놓기 전에 깨끗이 해체선언을 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공당이 스스로 선출한 후보를 상황이 좀 어렵다고 해서 헌신짝 버리듯 해서는 곤란하다"면서 "창당한 지 석달 된 정당이 손바닥 뒤집듯 스스로 존립 기반을 허무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은 허탈하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 조선일보 1면 기사
▲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에 안보기사 배치

대부분 신문들이 1면 머리기사에 대선 관련 이슈를 다룬 반면 조선일보는 대북관련 이슈를 1면 머리기사에서 다뤘다. 이어 조선일보는 3면과 4면을 통째로 '긴장의 한반도' 라는 섹션으로 다뤘다. 안보 불안감을 조장하는 편집이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세계의 큰 문제' 북핵 올인"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2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사국 대사들을 초정해 연 회의를 소개했다. 이어 아래 기사 제목은 "미,중 초강수에...주춤한 김정은"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핵은 세계의 큰 문제"라며 "우리가 결국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미국 대통령이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을 모두 불러 북핵 위협과 해법을 강조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사설
▲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문재인, 언행에 신중하라” 

이날도 조선일보의 문 후보 트집잡기는 이어졌다. 이번에는 문자 내용이다. 조선일보 사설에 따르면 문 후보는 지난 24일 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290여 명에게 "요즘 제가 행복하다. 동지애가 눈에 보이고 소리로 들린다. 승리를 확신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누구든 문 후부와 같은 처지가 되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유력한 대선 후보가 행복한 기분을 공개 표명할 정도로 나라 안팎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안보) 불안감을 가진 국민이 여전한데 문 후보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민은 대선 후보로부터 "행복하다"가 아니라 빈말이라도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언행에 신중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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