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북한ICT 기술을 다루는 영국 사이트를 차단한 게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방통심의위의 무분별한 통신심의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4월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노스코리아테크’ 웹사이트의 접속차단 처분은 위법하며 이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방통심의위는 ‘노스코리아테크’ 가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를 담고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신고에 따라 불법사이트라며 접속차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노스코리아테크’는 영국인 기자 마틴 윌리엄스가 운영하는 북한 ICT 전문 웹사이트로 북한 체제를 고무하거나 찬양하는 곳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연합뉴스,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의 언론이 노스코리아테크의 콘텐츠를 인용하기도 한다. 방통심의위가 사이트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국정원의 신고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 노스코리아테크 사이트 갈무리.
▲ 노스코리아테크 사이트 갈무리.

이후 마틴 윌리엄스는 오픈넷,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의 법률지원을 받아 방통심의위를 상대로 사이트 차단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웹사이트의 차단은 해당 웹사이트 전체를 불법정보로 평가할 수 있는 불가피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충분한 조사·검토를 하지 않은 채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볼 수 없는 정보들도 상당히 존재하는 본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것은 ‘최소규제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노스코리아테크 차단은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됐다. 프리덤하우스가 지난해 한국을 ‘인터넷 부분자유국’으로 분류하며 “2016년 5월 영국 언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가 한국 규제기관에 의해 차단당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차단 당시 마틴 윌리엄스는 노스코리아테크 게시물을 통해 “한국과 북한 모두 인터넷 검열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픈넷은 24일 성명을 내고 “국정원의 무차별적 신고와 방통심의위의 무비판적 수용 관행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방통심의위는 이번 판결의 정신을 되새겨 앞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등 불법정보 심의 및 사이트 차단 결정에 있어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며 근본적으로는 통신심의 제도의 폐지나 축소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판결문을 받아본 후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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