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최근 이슈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이 생기고 투표를 잘하고 싶은데, 정작 관련 정보와 기사는 너무 흩어져 있다.”

강윤모 피스컬노트 (FiscalNote) 한국지사장(33)이 이용자 중심으로 어느 후보와 가장 잘 맞는지 보여주는 매칭 서비스 ‘누드 대통령’을 만들게 된 계기다. ‘누드대통령’의 이용자 중 88%가 2030세대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속적으로 정치와 IT를 결합하는 시도를 해온 그는 2015년 오바마 캠프에서 활동했던 미국의 기술기업 피스컬노트에 합류해 한국 지사장이 됐다. 그는 이 같은 서비스가 사회변화와 맞물리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IT업계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강 지사장과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누드 대통령’은 18일 기준 이용자가 48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후보의 특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후보 이름을 블라인드 처리한 채 유권자 중심으로 외교안보, 교육 등 분야별로 정책이 ‘나와 얼마나 맞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 차별적이다.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이라 어렵지 않다. 잘 모르는 현안이 있으면 질문 하단의 ‘설명이 필요해요’ 버튼을 누르면 해설이 나와 있다.

▲ 누드대통령 화면 갈무리.
▲ 누드대통령 화면 갈무리.

인터뷰를 했던 14일 다시 이용자가 몰렸다. 강 지사장은 “13일 SBS 대선 후보 토론회가 끝나자 이용자가 급증했다”면서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가장 주목받았는데, 이용자들이 자신과 유승민 후보의 정책이 얼마나 유사한지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강 지사장은 2014년 ‘누드대통령’과 유사한 서비스인 ‘우리동네 후보’를 내놓은 바 있다. “‘스테이영’이라는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고 ‘우리동네 후보’라는 서비스를 개발할 때부터 ‘정치와 IT를 결합한 서비스를 만들어 스마트 민주주의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다”는 것이다.

‘우리동네 후보’는 이용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후보의 약력, 공약, 범죄 전과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로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 때 선보였다. 강 지사장은 “그러나 당시에는 워낙 생소한 서비스라서 투자받기도 어려웠고 사람들의 이해도도 높지 않았다. 서비스도 앱으로 개발해 접근성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강 지사장은 지난해 촛불집회 때 지인들과 함께 ‘박근핵 닷컴’서비스를 개발하며 유명세를 탔다. 탄핵 청원을 작성하면 자동으로 자신의 지역구 의원들에게 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로, 사업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 개인 자격으로 만들었다. 강 지사장은 “예상치 못하게 확 뜨면서 서버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2000만 원이나 나왔다”면서 “모금을 해 7000만 원을 받았는데, 4000만 원은 돌려주고 2000만 원을 서버비로 쓰고 남은 1000만 원은 촛불집회 주최 측에 줬는데 그쪽도 초과모금이 됐다고 해서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 국민청원 서비스 박근핵닷컴 화면 갈무리.
▲ 국민청원 서비스 박근핵닷컴 화면 갈무리.

“우리의 목적은 후보에게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이다.” 강 지사장의 목표다. 대선주자들은 ‘누드대통령’ 서비스를 통해 어떤 정보를 받을 수 있을까. 4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0대 직장인이 선호하는 정책’,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정책’등 타깃별 유권자 정서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대선 후보들은 이 같은 도구를 활용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캠프는 데이터 분석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선거 전략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강 지사장은 “한국에서 서비스를 팔려고 해 보니 ‘무료로 달라’는 곳만 있었다”면서 “데이터 전략을 세우고 민심을 볼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트럭 타고 유세하는 게 우선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데이터를 버리는 한이 있어도 절대 공짜로 못 내준다는 입장”이라며 “그냥 주는 순간 이 시장은 영원히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정치와 IT를 결합하는 서비스의 불모지다. 강 지사장은 “이미 개발된 IT분야의 기술, 방법, 툴, 데이터 관리 노하우는 우수하다. 다만, 이걸 정치와 접목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강 지사장은 “누군가가 성공해야 한다. 돈을 벌고 브랜드를 키워야 인재들이 이곳으로 모이고 경쟁을 해 더 나은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IT업계는 핀테크, 부동산, O2O에만 몰려 있고 정치 분야는 돈이 안 되니 외면 받고 있다. 종종 만들어도 ‘자원봉사’로만 생각하니 좋은 서비스가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을 추구하는 언론도 기술기업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게 강 지사장의 견해다. “‘누드대통령’을 만들고 중앙일보와 미팅을 했는데, 카카오 출신 (이석우) 대표가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면서 “당장 협업을 한 건 아니지만 우리는 기술이 있지만 콘텐츠가 없어 힘들었다. 반면 언론사는 콘텐츠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협업하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 계획일까. 강 지사장은 “정치언어는 어렵기 때문에 정치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브릿지’역할을 해주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권자로서 참여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평범한 시민이 아니라) 각 지역 유지들이 이권에 개입하는 등 안 좋은 방식으로만 참여가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강 지사장은 촛불집회 주최 측으로부터 돌려받은 1000만 원으로 해커톤(개발 대회)을 열 계획이다. “‘박근핵닷컴’ 서비스가 성공하자 개발자들 사이에서 자성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나는 왜 기술을 이런 곳에 쓰려고 하지 못했나’라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대회에 담을 것이다.” 대회 주제는 ‘IT기술을 통해 민주주의를 되찾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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