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이 시대정신이다. 적폐를 다른 말로 바꾸면 특권이고, 특권을 다시 고치면 지대이며, 지대를 풀어쓰면 불로소득이다. 하여 지금의 시대정신은 땀 흘리지 않고 남이 만들어 놓은 가치를 빼앗아가는 불로소득의 공적 환수다.

지대 혹은 불로소득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역시 불로소득의 왕은 토지불로소득이다. 대한민국은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부동산공화국의 레일 위를 열심히 달려왔고,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토지불로소득 천국이 됐다.

토지+자유 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5년 사이에 연평균 317조원에 이르는 부동산불로소득이 발생했는데 이는 놀랍게도 GDP의 24.3%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였다. 피용자보수가 GDP의 43.6%인 점에 비하면 부동산 불로소득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 부동산공화국이 되고, 시민들의 꿈이 건물주가 된 데에는 부동산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최적의 장치라 할 보유세가 너무 낮은 탓이 크다. 대한민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불과 0.15%에 불과한데 이는 선진국의 6분의 1에서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GDP대비 보유세 규모도 대한민국은 고작 0.78%에 불과한데 이는 미국의 2.62%, 영국의 3.13%, 프랑스의 2.60%, 캐나다의 3.2%는 말할 것도 없고 OECD평균인 1.10%에도 한참 모자란다.

이처럼 낮은 보유세는 사실상 국가가 시민들더러 부동산투기를 하라고 권장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라 가뜩이나 부동산 가격은 가파르게 올라가게 마련인데 보유세까지 형편없이 낮으니 빚내 부동산을 사놓으면 부자가 안 될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대한민국 재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메인스트림에 속한 사람들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참고로 가격 기준으로 개인이 지닌 대한민국 사유지 중 65%가 고작 10%의 수중에 있다. 기업은 토지소유편중도가 훨씬 심각해 상위 1%기업이 75.2%를 소유 중이다. 이들은 자고 나면 지갑과 금고에 돈이 불어나는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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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메인스트림에 속한 사람들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경우가 많다 @포커스뉴스 

부동산불로소득의 사유화는 계층별.지역별 양극화의 최대원인이며,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고, 가처분 소득을 급감시키며, 소비를 위축시키고, 각종 부패를 양산하며, 기업가정신과 근로의욕을 결정적으로 저해한다.

만악의 근원이라 할 부동산불로소득과 정면대결한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노무현이 그다. 노무현은 건국이래 가장 강력한 보유세인 종부세를 도입해 부동산 불로소득과 정면으로 맞섰다.

비록 종부세가 메인스트림과 과점언론에 의해 세금폭탄으로 공격받고, 이명박 등에 의해 형해화됐지만, 종부세가 남긴 정책효과와 역사적 함의는 찬연히 빛나고 있다.

다만 다음 정부는 종부세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종부세는 놀라운 세금이었지만, 건물(이론상 불로소득은 토지에서만 발생한다)에도 과세한 점, 비례세가 아니고 누진세였다는 점, 과세대상과 방식이 복잡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는 점, 납세자와 수혜자가 불일치했다는 점(참여정부는 버블세븐 위주로 종부세를 거둬 지방에 전부 교부해줬는데, 납세자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정작 수혜자들은 수혜를 체감하지 못했다)등에서 한계가 있는 세금이었다. 다음 정부는 종부세의 이런 단점을 지양하는 보유세를 설계하고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마침 대선에 출마한 유력후보들이 보유세 인상에 대체로 동의한다고 한다. 반갑고 좋은 소식이다. 대선 후보들은 만악의 근원인 부동산불로소득을 공적으로 환수하지 않고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종부세를 지양하는 보유세를 앞다퉈 발표하기 바란다. 유권자들은 그런 후보에게 기꺼이 표를 몰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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