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측이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와 PD에게 무분별하게 단행한 보복성 인사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철퇴를 내렸다.

지난 2014년 10월 MBC의 교양제작국 해체와 이후 조직개편 과정에서 부당한 이유로 제작 현업 부서가 아닌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났던 기자·PD들이 부당전보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3일 김환균 PD 등 9명의 기자·PD들이 항소심까지 승소한 전보발령 무효 확인 등 소송에서 사측의 상고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건을 더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상고 이유를 이 사건 기록 및 원심 판결과 대조해 살펴봤으나, 상고 이유에 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이후 MBC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사측의 전보 조치 현황.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보 211호.
지난 2012년 이후 MBC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사측의 전보 조치 현황.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보 211호.
이에 따라 MBC 김환균·한학수·이영백·이우환·이춘근 제작PD와 박종욱·이정은·임대근 기자, 고성호 라디오PD 대한 부당전보는 무효가 됐고 사측은 이들을 즉시 원래 부서로 복귀시켜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편성제작본부나 보도본부에 있다가 경인지사·신사업개발센터 등 ‘유배지’로 전보됐다.

김환균·한학수·이우환 PD의 2014년 10월 발령 전 소속 부서는 교양제작국 다큐멘터리부, 이춘근 PD는 교양제작국 교양제작부, 이영백 PD는 시사제작국 시사제작3부, 박종욱·이정은 기자는 시사제작국 시사제작2부, 임대근 기자는 보도본부 통일방송연구소, 고성호 라디오PD는 라디오국 라디오편성사업부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는 “김환균 PD 등이 전보발령에 따라 취재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 업무에 종사할 수 없게 됨으로써 ‘다양한 사회현실을 취재하고 그중 공적인 관심과 공적 토론의 대상이 돼야 할 주제를 선별해 보도함으로써 시민의 여론 형성에 기여한다’는 언론인으로서의 자아를 실현할 수 없게 됐다면 이는 당연히 의미있는 불이익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제출한 주장과 증거들을 보태 봐도 각 전보발령으로 원고들이 입은 불이익은 중대한 반면, 이를 정당화할 만한 업무상의 필요성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5년 12월 기자회견을 열어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조작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던 당시 PD수첩의 최승호 부장(왼쪽·현재 해직)과 한학수 PD.
지난 2005년 12월 기자회견을 열어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조작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던 당시 PD수첩의 최승호 부장(왼쪽·현재 해직)과 한학수 PD.
한학수 PD는 대법원의 최종 부당전보 판결에 대해 “‘PD나 기자 직종 본연의 업무와 무관하게 더군다나 본인의 의사에 반해’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 등을 하는 신사업개발센터, 송출 주조정실, 경인지사 등으로 낸 발령이 부당하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받게 된 것”이라며 “사측은 대법원 판결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PD는 “이러한 강제 발령은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었으며, 오로지 경영진의 뜻에 맞지 않는 PD와 기자들을 제작 일선에서 배제하겠다는 폭거였다”면서 “ 3년여에 걸쳐서 제작 일선에서 쫓겨나 귀양살이를 해왔다. 앞에 어쩌면 또 다른 암초가 있을지 모르지만, 제작 PD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조합원의 1인으로서 꿋꿋하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한 PD는 이어 “아직도 해고돼 돌아오지 못하는 동료들이 있고, 여전히 제작 일선에서 배제된 PD와 기자들이 있다”며 “갈 길은 멀지만 하나하나 정상화되기를 기원한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MBC,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PD는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파헤친 MBC의 대표적 스타 PD였지만 2012년 파업 직후 부당전보·대기발령·신천 교육대(신천동에 위치한 MBC아카데미) 등 탄압을 받다가 2014년엔 신사업개발센터로까지 밀려났다.

그는 최근까지 주조정실에서 방송 송출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편성국MD(Master Director)로 있었지만, 지난달 10일 MBC는 다른 PD·기자 6명(임채유·이근행·허태정·이정식 PD, 김수진·김민욱 기자)과 함께 그를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발령냈다. 김장겸 MBC사장이 지난 2월 취임 후 보복성 인사 피해자였던 기자·PD들을 또다시 ‘유배지’로 쫓아낸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는 “사법부의 잇따른 부당징계·부당전보 확인 판결에도 김장겸 MBC는 똑같은 유형의 위법 행위를 또 저질렀다”며 “말로는 법과 원칙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사법부를 무시하고 불법 행위를 악질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5년간 MBC 구성원들이 전보와 징계의 부당함을 인정받기 위해 회사에 제기한 소송 승소율은 9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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