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승마지원 213억 원대 뇌물’을 둘러싸고 삼성 측 변호인단은 ‘삼성전자 승마단 해외 전지훈련’의 실체를 주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삼성전자의 승마 인재 육성 계획은 실체가 있었으며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한 이유는 “최순실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삼성전자 승마 전지훈련단’ 지원 명목으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1인의 승마 훈련 비용 및 생활비 77억9735만 원을 뇌물로 지급했다는 혐의를 사고 있다. 삼성은 이를 위해 2015년 8월26일 최씨와 정씨가 100% 지분을 가진 독일 회사 ‘코어스포츠’와 213억 원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특검은 이를 △삼성전자 승마 전지훈련단 △승마 인재 육성 계획 △코어스포츠 등이 모두 실체가 없다며 ‘허위 계약’이라 특정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특검이 삼성전자에 승마단이 없었다는 부분에 대해 문제삼는데 편의상 승마단이라고 표현한 것이지 정확한 표현은 전지훈련단이다. 6명의 훈련단을 승마단이라고 지칭한 것”이라며 “특검은 계속 승마단이 없는게 아니냐, 허위 아니냐 몰아붙이는데 명칭 가지고 볼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한 “(피고인들이) 모든 용역대금이 정유라 한 명에게만 사용된 게 맞다고 지적했지만, 원래는 여러 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는데 다른 선수를 선발하지 못하게 되고 모든 지원금이 정유라에게 쏠리게 된 것”이라며 “처음부터 정유라 한 명을 지원할 계획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삼성 측은 2015년 9월14일 10억 8687만 원, 12월1일 8억 7935만 원, 2016년 3월24일 9억 4340만 원, 7월26일 7억 2522만 원 등 총 36억 3484만 원을 용역 대금 명목으로 코어스포츠에 지급했다. 2015년 10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삼성은 말 구입 및 관리 비용 명목으로 41억 6251만 원을 삼성전자 자금으로 최씨 측에 지급했다.

조상원 특검 측 파견검사는 이날 “계약은 코치 2명, 트레이너 2명, 마필 4명, 매니저 2명을 전제로 하는데, 코치는 크리스티앙 캄플라데 정유라 전담코치 1명 밖에 없었고 트레이너나 매니저는 아예 없었다. 마필관리자는 이아무개, 신주평, 김아무개, 랄프 4명이었다”면서 “신주평은 정씨의 사실혼 배우자이자 최씨의 사위격으로 개 11마리, 고양이 3마리를 관리했을 뿐 말 관리를 한 적이 없음에도 최씨의 지시로 용돈을 주기 위해 마필관리사에 포함시켰고 김아무개씨 역시 가끔 말 먹이를 주거나 말똥 치우는 것을 거들었을 뿐이다. 신씨의 친구로 독일을 따라와 (최씨가) 용돈을 주려고 포함시킨 것”이라 지적했다.

문서상 계획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마장마술, 장애물 등 종목의 승마선수 6명을 선발해 독일 전지 훈련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삼성은 현재까지 정유라 외 지원 대상 승마선수를 선발한 적이 없다.

‘페이퍼컴퍼니’로 지목된 코어스포츠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사무실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코어스포츠의 실체를 판단하는 건 법적 판단으로는 이상하다”며 “노승일이 재무 관리를 헸고, 캄플레데가 정유라를 훈련시킨 것을 보면 실체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 반박했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실제 사무실은 따로 없었고 숙소로 사용하는 예거호프 마굿간 옆 거실에 컴퓨터 갖다 놓고 내가 재무 일을 했다”며 “최순실이 준 돈을 관리하며 정유라 일행이 쓴 생활비 영수증을 관리하고 그 내역 기재한 게 전부다. 가계부 작성이라 보면 된다”고 진술했다.

삼성 측은 이 같은 ‘유령계약’ 정황은 뇌물공여를 위해서가 아니라 “최씨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던 결과”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최순실씨의 요구 때문에 추가로 선수를 선발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다수를 지원하려던 프로그램이 정유라 1인에게만 혜택 집중되는 결과가 됐다는 점,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이런 지원을 하면서도 약정과 달리 정산 등을 요구하지 못한 점, 인력 운영에도 관여하지 못해서 비정상적 운영한 점 등 여러가지 면에서 삼성이 최순실에 끌려가는 정황이 나온다”고 해명했다.

삼성 측은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과 황성수 대외협력담당 스포츠기획팀장이 2015년 7월 정씨의 뒤를 봐주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최씨는 VIP와 친자매보다 더 친한 사람으로 실제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며 최근 승마대회와 관련해 문체부 국과장 공무원이 날아간 일이 있는데, 그게 최순실이 힘을 써서 그렇게 된 것”이라 듣고 최씨의 영향력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삼성과 코어스포츠 간 허위계약 주장에 대해 “종목, 인원, 기간, 계약금 총액 등을 줄이는 협의를 했다. 이건 뇌물을 주는 사람의 태도 아니”라면서 “2015년 8월 계약 당시 박상진, 삼성 측 정아무개 변호사, 코어스포츠 측 박승관 변호사 외 1인 및 박원오가 참석했다. 허위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렇게 만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등 5인의 삼성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2회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1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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