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방송학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방송기자상’이 지난 1월 100회를 맞았다. 좋은 뉴스와 보도 프로그램 제작을 독려하고 방송기자들의 사기를 증진해 언론 발전과 방송문화 창달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 2008년 제정됐다.

1회부터 100회까지 수상 목록을 보면 MBC 보도의 질이 후퇴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MBC는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13건 수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지만 SBS(10건), YTN(1건), MBN(2건), OBS(1건)에 견주어 우위에 있었고 KBS(13건)와 함께 선두권을 유지했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임명됐던 2010년에는 이 수치가 8건으로 하락하며 SBS(8건)와 2위권을 형성했다.

김 전 사장이 MBC 보도 통제를 본격화하던 2011년 수상 실적은 4건에 불과했다. 파업이 있은 2012년에는 1건, 2013년과 2014년 각 2건,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3건과 4건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상 실적을 종합하면 1회부터 100회까지 총 37건으로 77건인 KBS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SBS(54건)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 방송기자연합회가 공개한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 내역(1회~100회). 사진=방송기자연합회
▲ 방송기자연합회가 정리한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 내역(1~100회). 사진=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자대상 연도별 수상 내역(2009~2016년)을 봐도 MBC는 2010년과 2011년에 각 1건, 2013년 1건 등 총 3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KBS는 한국방송기자대상을 10건, SBS는 5건 수상했다. 2013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로 새 출범한 뉴스타파가 2015년과 2016년 연이어 한국방송기자대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MBC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달의 방송기자상’ 심사위원을 지냈던 박성제 MBC 해직기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MBC의 경우 김 전 사장이 임명되고 나서 계속 하락세였다”며 “출품작도 점차 줄어들었고 MBC 탐사·기획 보도의 수준도 크게 후퇴했다. 데스크와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 보도 책임자들이 김 전 사장 입맛에 맞는 이들로 채워지다보니 흥미 위주의 선정적 보도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특종을 일궈냈던 유능한 MBC 기자들이 지난 8년여 동안 내부 탄압을 받거나 비제작부서로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2009년 법원이 촛불시위 사건을 특정 판사에 ‘몰아주기’ 배당을 했다는 특종으로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받은 김연국 기자는 현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이다. 그는 2013년 1년 동안 경인지사 수원총국, 스포츠국 스포츠취재부, 보도NPS준비센터 등을 옮겨 다녔고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의혹 리포트 통편집에 반발했다가 인사평가 최하등급을 받기도 했다. 연이은 최하등급 평가로 2014년 정직 1개월을 받았으나 지난해 법원은 최하등급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며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 한국방송기자대상 연도별 수상 내역(2009~2016년). 사진=방송기자연합회
▲ 방송기자연합회가 정리한 ‘한국방송기자대상’ 연도별 수상 내역(2009~2016년). 사진=방송기자연합회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군 상황 보고 문건을 입수해 보도하는 등 2010년에만 두 차례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받은 최형문 기자는 현재 드라마마케팅부에 소속돼 있다. 방송사 최초로 효성 일가의 해외 부동산 실체를 추적 보도했던 김병헌 기자도 2009년 두 차례 수상했는데 현재는 그는 뉴미디어 포맷 개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UAE 원전 수주 이면을 폭로하며 두 차례 수상한 임명현 기자도 현재 뉴스QC팀에 소속돼 있다. 

반면 지역 MBC의 경우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35건 수상하는 등 지역KBS(37건), 지역민방(31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세은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연구회장(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방송기자연합회지 ‘방송기자’ 3·4월호에 “중앙의 보도가 정치권력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과 대조적으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공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두드러졌다”며 “한국방송기자대상의 경우 지역MBC가 좋은 보도를 꾸준히 내면서 대상을 수상하고 있는 것에 비해 서울 MBC는 3건으로 부진했다. 그나마 2013년 이후로는 수상을 하지 못하면서 비교적 꾸준하게 수상 실적을 보이는 SBS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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