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이 지난해 12월 ‘박근혜 정권 언론 장악 부역자’ 명단 10명을 발표한 데 이어 11일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언론인 명단 50명을 2차로 발표했다.

지난 1차 명단 10명이 청와대 홍보수석과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규제·심의기구의 장, 공영방송 이사장, 공영언론사 전·현직 사장들이었다면 이번 2차 명단은 언론의 정치적 독립 훼손,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침해, 언론인 탄압에 앞장 선 전·현직 방송사 경영진과 이사회 이사, 보도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언론노조가 발표한 2차 언론 부역자 명단에는 MBC 관계자가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KBS 관계자 20명, YTN 관계자 5명, SBS 관계자 2명이 포함됐다. 이들의 주요 면면을 보면 박근혜 정권과 여당이 낙점해 ‘낙하산’으로 임명됐거나 정치권과 윗선에 적극적으로 줄을 대 요직을 차지하며 승진을 거듭했던 인사들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언론인 부역자 2차 명단 50명을 발표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언론인 부역자 2차 명단 50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6대 적폐 청산 과제’의 하나로 언론 문제를 꼽을 만큼 국민의 언론에 대한 불신은 깊고 개혁 요구 또한 강렬하다”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공고해진 언론장악 체제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적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우리가 언론 부역자 명단을 발표하는 이유는 단지 이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헌법 가치인 언론 자유를 확보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오늘 선정한 50명을 정리하면서 우리가 부역자로 분류한 사람이 이렇게 많았는지 놀랐고, 이들의 행적을 하나하나 들춰보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언론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50명의 명단 중 MBC에 가장 많은 인물이 포함된 것에 대해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들 중 상당수는 몇 년 전만 해도 함께 나와 일하던 동료, 선배 언론인들인데 어쩌면 우리는 악을 행하지 않기 위해서 훨씬 모진 노력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시대 살고 있는 것 같다”며 “방송사가 권력에 장악당하고 경영진의 사적 도구로 악용되는 역사를 끝내야 한다. 법 개정으로 제도를 바꾸고 책임자들에 끝까지 책임을 물어 자리에서 쫓아내야 헌법 가치인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도 “언론 부역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국민이 스스로 판단하고 중요한 결정을 제대로 못 하게 하게 함으로써 나라 전체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명단에 포함된 20명 외에도 KBS본부 자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국장급 이상 책임자만 100명이 넘고 현장에 있는 부장, 데스크를 포함하면 어마어마 숫자”라고 지적했다.

KBS와 SBS, YTN 노조는 언론노조가 선정한 언론인 부역자 명단과 별도로 이명박 정권부터 행해진 수많은 언론 장악 시도와 언론 자유 침해 사건들에 대해 백서 등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KBS와 MBC 부역자들이 권력의 수단으로 활용됐다면 SBS 출신으로 청와대에 간 이들은 타락한 권력의 핵심이 돼 전체 언론 지형을 망가뜨리는 데 지대한 영향 미쳤다”며 “명단에 포함된 두 명이 나치 괴벨스 같은 이들이라면 나를 포함해 막내 기자까지 우리 안에 수만은 아이히만이 있어 이런 장악과 농단이 가능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박진수 YTN지부장은 “여기 50명의 공통점이 보도와 언론을 자기 영달에 이용했다는 것이어서 언론 적폐 청산은 미래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 생각한다”며 “언론이 제대로 했다면 국정농단이 안 일어났을 것이고 국민이 광장에 안 나와도 됐을 것이므로 언론의 책임 컸고 결국 문제는 언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8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1000여 명이 ‘언론부역자 청산, 언론장악 방지법 즉각 제정’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씨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대영 KBS 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안광한 전 MBC 사장의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해 12월8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1000여 명이 ‘언론부역자 청산, 언론장악 방지법 즉각 제정’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씨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대영 KBS 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안광한 전 MBC 사장의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노조는 이날 발표한 언론 부역자 명단을 오는 13일 언론 분야 정책 공약 발표와 함께 각 정당의 대선 주자 캠프에도 전달해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언론 적폐 청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할 방침이다.

언론노조는 1·2차 발표 명단 외에도 현재 200여 명에 달하는 언론장악 부역자 비공개 DB를 구축, 정치인과 방통위·미래부 관료, 언론학계 인사들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추가·보완 작업을 거쳐 3차 명단 발표를 예고했다. 향후엔 온라인 인명록 등 후속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14일 1차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으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안광한 전 MBC 사장 △배석규 전 YTN 사장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백종문 MBC 부사장 등 10명을 선정했다.

11일 언론노조가 발표한 50명의 언론 부역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KBS] △이병순 전 사장 △김인규 전 사장 △길환영 전 사장 △조대현 전 사장 △유재천 전 이사장 △손병두 전 이사장 △이길영 전 이사장 △권혁부 전 이사 △변석찬 이사 △차기환 이사 △조우석 이사 △전홍구 감사 △금동수 전 부사장 △김인영 전 보도본부장 △이화섭 전 보도본부장 △임창건 전 보도본부장 △조인석 제작본부장 △정지환 통합뉴스룸국장 △민경욱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전 앵커) △이현주 대구총국장

[MBC] △김장겸 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오정환 보도본부장 △권재홍 MBC플러스 사장 △김현종 목포MBC 사장 △윤길용 MBC NET 사장 △이진숙 대전MBC 사장 △김철진 원주MBC 사장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전 시사제작국장)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 △심원택 여수MBC 사장 △김재철 전 사장 △김종국 전 사장 △박용찬 논설위원실장 △문호철 보도국장 △박상후 시사제작1부장 △ 박승진 워싱턴 특파원 △김소영 사회1부장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김재우 전 방문진 이사장 △김문환 전 방문진 이사장 △김광동 방문진 이사 △유의선 방문진 이사

[YTN] △김백 전 상무 △홍상표 전 상무 △윤두현 전 보도국장 △이홍렬 상무(전 보도국장) △류희림 전 경영기획실장

[SBS] △하금렬 전 사장 △최금락 전 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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