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설치·수리기사 1000여 명이 '업체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동안 LG유플러스 기사 1300여 명은 여전히 ‘불법 도급’으로 고용돼있다.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측이 ‘어용노조’를 활용하려 하거나 불법도급 실태를 은폐하는 등 문제 해결에 진정성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협력사 사장단협의회와 LG유플러스비정규직노조(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가 불법 도급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3월 말 경부터 대화를 시작했지만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전신주 작업을 하는 유료방송 노동자.
▲ 전신주 작업을 하는 유료방송 노동자.

명시적 이유는 ‘비조합원 기사에게도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체계를 적용한다’는 조항을 둘러싼 갈등이다. 노조 측은 이 조항을 합의안에 넣지 않으면 기본급 중심의 안정된 임금이 아닌 ‘건별 수당 체계’가 그대로 유지돼 정규직 고용 전환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본 조항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 기사들은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가 센터 협의회 측의 양면적인 태도라고 입을 모은다. 복수의 노조 관계자는 일부 수도권 센터를 중심으로 ‘복수노조를 활용한다’거나 ‘도급기사 그대로 남겨두고 건별 체계 유지하겠다’는 취지의 ‘꼼수 대책’ 논의가 제기된 바 있어 현장 기사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고 밝혔다.

협력사 사장단 협의회 회장(박종수 사장)이 운영하는 센터부터 ‘불법도급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박종수 사장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서울 강북·도봉·성북지역의 강북서비스센터는 기사들 사이에서 ‘전원 비정규직 사업장’으로 알려져있다. 

정규직 설치·수리기사는 차차 감소하다 2015년 중순 60여 명 중 3명만 남게됐고 그해 11월 2명이 퇴사해 1명으로 줄었다. 2016년 9월 경 남은 한 명 마저 퇴사해 이후 강북센터는 60여 명 전원이 ‘개인사업자’인 불법도급 사업장으로 알려졌다. 2016년 2월15일부터 2017년 4월5일까지 강북센터 설치·수리기사 모집공고를 보면 전원 ‘프리랜서’ 채용으로 기재돼 있다.

박종수 사장은 정규직 고용 의무 압박이 심화된 이후인 이달 초 ‘기본급으로 지원하겠다’ ‘건별 임금체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대외적으로 미디어오늘을 포함한 다수 언론 및 서울시 관계부처에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제유곤 노조 수석부지부장은 “개인도급기사가 모두 정규직이라고 주장만 했는데 (임금체계 변경 의사는) 그게 거짓말이라는 방증”이라면서 “LG유플러스는 SK의 경우처럼 전혀 되고 있지 않다. ‘어떻게 하면 꼼수를 부릴까’ 이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참여하고 있는 ‘LG누리온정보통신 퇴출 촉구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누리온과 같이 이러한 배려를 외면하고 불법도급 사실을 은폐하는데 급급하거나 '현장기사들이 스스로 개인도급으로 전환했다' '노동조합 때문에 도급으로 일할 수 없게 됐다'며 미래부와 각 시도지사의 조치 책임을 떠넘기고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 취지와 내용을 왜곡, 변칙적으로 정규직 전환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추가 신고를 통해 불법도급 사실을 추적하는 등 단호히 처벌케 할 수밖에 없다"며 해당 사업자인 ‘누리온정보통신’에 조치를 취하라는 항의공문을 LG유플러스에 발송했다.

▲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홈고객센터의 개인도급 기사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협약식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홈고객센터의 개인도급 기사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협약식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통신·케이블 협력업체들은 오는 17일까지 도급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불법 도급에 대한 실태조사 요청’에 따라 조사를 시작한 서울시는 오는 14일까지 서면조사를 마치고 17일 현장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장조사 전 불법도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업체는 각종 행정제재 및 고발조치에 처하게 된다. 노조 측은 “서울시가 3월8일부터 4월14일까지 서면 조사 기간을 둔 것은 협력사들과 도급기사들에 대한 행정조치를 최소화하고 해당 기간 내 개선이 이뤄지도록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를 두고 업체들이 “불법 도급 은폐 사실에 급급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종수 사장은 지난 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정규직 고용 문제는 협의회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돼 정규직 전환은 불가피한 상황이고, 각 서비스센터가 모인 협의회가 방향 전환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협의회에서 얘기를 해야 할 부분이다. (LG유플러스는) 협의회에서 방향성이 모아지면 협의를 해 나가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 티브로드, 현대HCN 등 통신·케이블 업체 및 이들의 30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오는 17일부터 6월 중순까지 현장조사를 진행한 후 결과에 따라 시정명령, 과태료, 영업정지, 등록취소, 사법기관 고발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미래부는 지난해 10월 정보통신공사업법상 건물외벽·옥상·전봇대 등에서 하는 공사는 '경미한 공사'로 분류할 수 없다고 해석해 케이블·통신업체 기사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밖에 없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미래부는 ‘경미한 공사’가 아니라면 ‘기간통신사업자(원청)’나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을 한 사업자’가 직접 맡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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