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에 이어 여권 추천 이사들이 다수인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응을 시도하려다 무산됐다.

지난달 21일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작심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방문진(이사장 고영주) 차원에서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여권 추천 이사들의 주장이었다.(▶문재인, ‘100분토론’ 출연해 “MBC 심각하게 무너졌다”)

6일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선 문 후보의 ‘100분 토론’ 발언과 관련한 안건이 없었지만 이인철 이사가 최근 MBC 동정과 관련해 “문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방송 독립성 침해에 대해 방문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권 추천의 김광동 이사도 “정치권에서 여론조사상 압도적 1위 후보가 공영방송사에 와서 ‘공영방송이 무너졌다’고 표현하고, 보도 내용까지 지적하며 태극기(친박) 집회를 MBC가 찬양했다는 것은 내가 보기엔 막말”이라며 “대통령 후보 정치인이자 권력자로서 그런 표현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학회장을 역임한 유의선(여권) 이사도 “나도 다른 뉴스를 보지만 촛불시위도 국민이고 태극기 집회도 국민”이라면서 “태극기 집회에 국민이 많이 나왔으면 먼저 (보도)할 수 있고, 상식적으로 정말 일방적 보도라면 지탄받아야지만 내가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게 아닌 것 같다”고 거들었다.

▲ 지난달 22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지난달 22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반면 야당 추천 이사들은 MBC의 정권 편향 불공정 보도와 경영진의 ‘뉴스 사유화’로 방송심의 규정을 어긴 점을 지적하는 게 먼저라며 여권 이사들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했다.

최강욱(변호사) 이사는 “(여권 이사들이) MBC의 공정성·중립성에 대해 일관성 있게 발언해야 했다”며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로 보도국장 등이 바뀌는 과정에서 ‘같은 공영방송사로서 MBC에도 이런 일이 없었는지 내부적으로 성찰해 보고 알아보자’ 이런 말을 한 번도 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또 여권 이사들을 향해 “(문 후보가) 방송편성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면서 공영방송 사수에 최전선에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MBC 앞에서 열린 친박집회에 (제3)노조 간부(김세의 기자·최대현 아나운서)가 동참해 선동하고 격려하는 연설을 한 것엔 아무런 얘기가 없다”며 “거기선 심지어 ‘김장겸을 사장으로 뽑아야 한다’는 말도 나왔는데 그게 방문진 권한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느 방송이든 방송 정체성과 신뢰성이 외부 권력 등에 의해 침해받아 훼손될 소지가 있을 때 자기방어적 방송은 자사 이기주의로 보지 않는다’는 유의선 이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최 이사는 “그게 언론학계의 통설이냐”고 되물었다.

최 이사는 “특히 공영의 목적인 전파로 경영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느냐. 방송사의 반론은 당연한 거라고 호도하지 말라”면서 “경영진이 자기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공영 전파를 낭비한다는 지적이 방문진 이사의 역할이고 학계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유기철·이완기 이사도 “문 후보 발언에 시비를 가리는 것은 시청자들이 해야 할 몫이다. 이미 불공정 편파 방송에 모든 문제의 근원이 있다”, “공개적으로 공영방송을 비판한 것을 언론 통제라고 보기 어렵다. MBC는 언론 매체를 가진 주체로 문 후보 발언에 대해 사고로 반박할 수 있는데도 마치 객관적 기사처럼 보도하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등 양측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결국 고영주 이사장이 “안건도 아닌데 이 정도로 하자”고 하면서 논의가 종결됐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리를 내세웠던 여권 이사들이 그동안 정권과 외부의 공정성 침해 시도에 왜 침묵했냐는 야권 이사들 비판에 오히려 역공을 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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