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활동 전력으로 논란을 부른 이아무개 KBS 기자가 지난달 말부터 인터넷 기사를 작성하고 리포트를 제작·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 뉴스 홈페이지에 해당 기자 이름으로 기사가 올라온 건 지난달 30일. 그는 “택시에 두고 내린 2억여 원 되찾아 준 ‘양심 승객’”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를 올렸다.

다음날에는 “‘술 취한 20대 성폭행’ 해경 순경 구속”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를 올렸다. 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해양경찰관 순경 이아무개씨(31)를 구속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4일에도 “‘돈 더 줄게’ 미성년자 음란 사진·영상 받아낸 20대 구속”이라는 인터넷 기사를 올렸으며 지난 5일 오후 ‘뉴스7’에서는 “대법 앞에서 고의사고”라는 리포트가 방송됐다.

지난 6일엔 “일당 30만 원 광고 보고”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뉴스7’을 통해 전파를 탔다. 일베 논란으로 입사한 지 2년여 만에 리포트 제작을 시작한 것이다.

▲ 지난 5일자 KBS 뉴스7 보도. 사진=KBS화면 캡처
▲ 지난 5일자 KBS 뉴스7 보도. 사진=KBS화면 캡처
지난 2015년 이 기자가 과거 일베 등에 여성과 광주를 폄훼하는 글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 등을 남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그는 2014년 일베 게시판에 “생리 휴가는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직장 여자 상사 또는 생리휴가감사위원회(가칭)에 제출하고 사진 자료를 남기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여자들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연음란 아니냐”, “밖에서 몸 까고 다니는 X이면 모텔 가서 함 하자 하면 X XX 같은데” 등 입에 담기 어려운 글들을 남겼다.

이 기자는 일베 게시판에 “근데 광주시민이 분노할 건 뭐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광주 시민들이 종합편성채널의 5·18 왜곡보도에 분노하고 있다는 한국일보 기사를 캡처해 첨부했다. 

그리고 나서 “좀 웃기지 않냐ㅋㅋㅋ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사태 폭동이라 부르면 왜 유독 광주사람들이 화를 낸다는 거임?ㅋㅋ이권 짤릴까바?”라고 적었다.  

이 기자는 논란이 커지자 2015년 사내 게시판에 “공영방송인으로서 필요한 잣대를 그 누구보다도 엄중하게 스스로에게 들이대며 철저히 끊임없이 성찰하며 살겠다”고 사죄의 글을 남겼으나 논란을 잠재우진 못했다.

이 기자는 일베 논란으로 보도본부 바깥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3월 보도본부 내 비취재부서인 뉴스제작2부로 옮겼고 지난 2월 취재부서인 사회2부 발령을 받았다.

지난 2월 KBS 여성협회는 성명을 통해 “사회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된 자가 사회를 말하는 취재부서에 입성했다”며 “의도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KBS 구성원이어서는 안 된다는 직원들의 외침은 완전히 묵살 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아무개 기자는 7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 바쁘다. 다음에 연락을 드리겠다”고만 말했다. 그가 취재부서로 발령을 받은 뒤 논란이 크게 일었지만 KBS 보도본부나 회사는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수영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됐다”며 “사측에 인사 발령 철회를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된 것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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