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정계 진출을 두고 중앙일보와 JTBC에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홍 전 회장이 사임을 표명한 지난 3월18일부터 4월4일 오후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홍석현’으로 검색되는 기사는 1230건에 이른다. 이 중 중앙일보 기사는 7건, JTBC 기사는 0건이다. 같은 시기 조선일보의 관련 기사는 16건, 한겨레는 15건, 경향신문은 12건, 동아일보는 9건으로 나타났다. KBS를 비롯해 TV조선·MBN 등 방송사들도 홍 전 회장의 행보를 메인뉴스 등을 통해 보도하고 있다.

언론은 홍 전 회장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조찬회동에 이어 “김종인 전 대표, 홍석현 전 회장 등 우리 셋 모두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다”는 정 이사장의 발언을 중점적으로 보도했지만 중앙일보는 행사를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JTBC는 아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심스러운’ 보도 태도는 내부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중앙일보의 경우 홍 전 회장의 정치권 진출과 관련해 나오는 정치권 반응에 대해서는 되도록 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떤 보도를 하든지 간에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공보위원들이 비공식적으로 한차례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중앙일보 기자들은 아직 홍 전 회장이 대선과 관련해 구체적인 행보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량이 적은 게 당연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JTBC 한 고위 관계자는 “정 이사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보도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JTBC 분위기도 중앙일보만큼 조심스럽다. 당장 올해 초 시작했던 ‘시민마이크’ 코너를 유지하지 않고 있다. ‘시민마이크’를 진행하던 작가와 VJ 등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마이크’는 JTBC와 중앙일보가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의견 수렴 SNS로, 그룹차원의 대형 프로젝트인 ‘리셋코리아’의 일환이다.

홍 전 회장은 올해 초 ‘리셋코리아’ 출범식에서 “‘이게 나라냐’ 하는 말이 어느새 유행어가 됐다. 하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며 “고민 끝에 작은 결론을 내리게 됐다. 바로 ‘리셋코리아’다. 나라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셋코리아’는 13개 분과에 분과장까지 있어 홍 전 회장의 정치적 의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홍 전 회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이상 현재 중앙일보·JTBC의 보도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JTBC 보도부문 사장인 손석희 앵커는 지난 달 20일 앵커브리핑에서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손 앵커는 “지난 주말부터 JTBC는 여러 입길에 오르내렸다”며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런 저널리즘은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홍 전 회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다. 홍 전 회장이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중앙일보와 JTBC는 지금과 같은 소극적인 보도 태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논란이 일 때마다 보도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 역시 빠져서는 안 된다. 한 중앙일보 기자는 이런 사내 우려를 전하며 “개인적으로는 제발 출마를 안 하시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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