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거주하는 유종성씨는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공고된 뒤 바로 대한민국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자로 등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인단으로 등록하려면 선관위로부터 재외국민 선거신청 접수증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3월16일경 신청한 유씨는 같은 달 21일 오전에 접수증을 받았다. 민주당의 재외국민 선거인단 등록 마감일은 21일이었다. 21일 오후에 유씨는 민주당 선거인단에 등록했다.

등록 후 22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선거인단 확인용 이메일을 받은 유씨는 이메일에 첨부된 링크를 타고 이동한 민주당의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 선거인단 등록에 필요한 여권 사본과 선관위 등록증 등이 모두 정상적으로 업로드된 것을 확인했다. 

유씨는 23일 오후에 다시 메일을 받았는데, 서류가 일부 누락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메일이었다. 구체적으로 유씨에 대해, 등록 당시 어떤 서류가 어떻게 미비했는지에 대한 안내는 누락돼 있었다. 이미 모든 서류가 정상 등록이 된 것을 확인했던 유씨는 자신은 별 이상이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씨는 더불어민주당의 재외국민 선거인단에 등록하지 못했다.

▲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지역 선출대회에 참석한 대의원 등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지역 선출대회에 참석한 대의원 등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재외국민 선거인단 모집 과정상의 문제가 제기됐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고자 신청한 재외국민 중 필요한 서류를 접수해 등록을 완료한 이들 중에서도 최종적으로 선거인단 등록에 실패한 이들이 적지 않아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호주국립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유종성씨는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에 △재외국민 선거인단 등록 기간이 짧고 절차가 복잡했던 것에 대한 사과 △부실관리로 인해 재외국민 선거인단에 등록한 4800여명 중 1100명의 투표권 박탈에 대한 사과 △부실한 선거관리와 무성의, 무능에 대한 사과 △특정 후보에 대한 의도적 선거인단 무효 발생 의혹이 깨끗이 해소되도록 조치할 것 등을 요구했다.

미국과 프랑스, 뉴질랜드, 일본, 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참여를 하지 못한 재외국민 82명의 대표로 나선 유종성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재외국민들은 당 지도부가 재외국민 경선참여 관리에 대한 무성의와 무능에 대해 사죄하고, 당정 농단의 의혹을 조속하고 투명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경선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재외국민 경선 선거인단으로 신청했던 4833명 중 최종적으로 경선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이들은 3702명이다. 1100명 정도가 경선 참여의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못한 셈이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지난달 23일 제11차 회의를 통해 첨부서류(재외선거 신청 접수증이나 재외선거인 영구명부제 등록 확인자료, 여권 포함한 신분증 사본) 미비나 규정에 맞지 않는 서류를 첨부한 경우 승인 등록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교수는 경선인단 등록에 최종 실패한 이들의 경우 필요한 서류를 모두 냈는데도 승인 등록이 취소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3일 통화에서 “(민주당으로부터) 서류가 미비하다는 메일을 받았는데 나는 정확하게 등록했고, 정확하게 올라갔다는 부분을 확인한 화면도 캡처해서 더불어민주당 측에 메일로 다시 확인하라고 보냈는데 전혀 답이 없었다”며 “개별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언급이 없고 서류가 미비해서 투표 못하게 됐으니 송구하다는 정도로 얼버무렸다”고 비판했다.

선거인단 등록에 실패한 일부 재외국민들은 서류를 업로드하는 과정에서 신청자들 개개인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류가 어떻게 부족했는지, 이를 다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세한 안내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선 선거인단 등록이 취소된 재외국민이 1000여명 이라는 점에서 개개인 별로 부족한 부분들을 당에서 안내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재외국민들의 촛불집회가 열릴 정도로 정권 교체 열기가 적지 않았던 데다, 조기대선에서 재외국민이 대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고려해볼 때 민주당이 진행했던 재외국민 대상 경선 선거인단 모집 과정이 더욱 아쉬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지역 선출대회에 참석한 안희정(왼쪽부터) 충남도지사, 문재인 전 대표,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이 입장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지역 선출대회에 참석한 안희정(왼쪽부터) 충남도지사, 문재인 전 대표,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이 입장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작가 목수정씨도 유사한 과정을 겪은 이후 경선인단 등록에 최종 실패했다. 실패한 이후 등록한 서류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총 세 번에 걸쳐 메일로 민주당 측에 문의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목수정 작가는 "등록이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는데 실패를 거듭하다 다시 시도했더니 이미 등록됐다는 말이 떴다. 마감 이후 서류가 완비됐는지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필요한 서류 하나는 첨부돼 있었고, 다른 하나는 안돼있었다. 그런데도 이미 등록됐다고 하면서 등록을 못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목수정 작가는 재차 서류 하나를 첨부했음에도 제대로 등록된 것이 맞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목수정 작가는 등록에 성공해 보안번호를 받는 대신 '투표 불가자'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목 작가는 "한국 사람이라면 수천번씩 해본 파일 첨부를 4분의1이나 못한다는게 비상식(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목수정 작가에 따르면 보안번호를 받지 못해 전화로 항의하고 메일을 보내 받게 된 사람들도 있다. 목 작가 역시 민주당 국제국 측에 지속적으로 항의했다. 목 작가는 국제국 담당자가 "'경선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대선에서 우리 민주당이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냐'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외에도 유 교수에 따르면 △신청 이후에도 관련 공지 메일을 받지 못한 경우 (호주 멜버른에 거주하는 한아무개씨) △각 국 공관의 사정상 경선 날까지도 재외선거 신청접수증이 발급되지 않아 등록을 할 수 없었던 경우 (영국에 거주하는 유 아무개씨) 등 사례도 다양하다. 투표권을 받지 못한 뉴질랜드 더니든에 사는 나아무개씨의 경우 민주당 측에서 접수한 서류들에 대해 첨부한 여권사본 파일이 열리지 않고 접수증이 공인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민주당의 재외국민 선거인단 신청 과정 자체도 국내에서 신청하는 것 보다 훨씬 복잡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관련기사 : 민주당 재외국민 경선참여 3000여명 ‘하늘의 별따기’ 신청>

신분증 사본이나 재외선거 등록신청서 확인증 등을 이미지 파일로 업로드 하는 과정에서 특정 문구가 파일명에 따라붙으면서 대문자로 바뀐 뒤에 홈페이지에 첨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로드 과정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선거인단 등록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당시 민주당 관계자는 “2차 경선인단 명부가 확정되는 (3월) 27일 전에는 명부 확정이 끝나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꼽았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개별적으로 신청하신 분들께 필요한 부분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3월) 재외국민도 조기대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급하게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지만, 여러 선거법상 제약이 있어 부득이하게 불편한 부분들이 발생한 것들이 없지 않다. 인터넷이 잘 안되는 나라도 있어 불편함이 가중된 곳들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많은 관심을 갖고 선거인단 신청접수를 했지만, 첨부서류 미비 등으로 선거인단으로 확정되지 못한 1100여명의 재외국민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 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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