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여에 걸친 법정 진실공방으로 비화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고 공연히 오지랖넓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도 없지 않은지라 가능하면 언급을 자제하려고 했습니다만, 세월호 인양 문제를 보고 있는 마음이 참으로 착잡하고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1. 인양 방식의 문제

세월호는 인양방식부터 잘못되었습니다. 물 속에서 선체를 바로 세웠어야 합니다. 물 속에서는 부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선체를 바로 세우는 일이 매우 쉽습니다. 육상에서 세우는 것에 비해 얼마나 쉽게 세울 수 있는가 계산하는 것은 고등학교 물리공부 수준입니다.

그러면 왜? 세월호를 저렇게 눕혀서 인양하는 방식을 택했을까요? 해저에 가라앉은 상태 그대로 인양하는 방식은 고대유물 등과 같이 잘못 건드리면 부숴지거나 흐트러지기 쉬운 물체를 인양할 때 쓰는 방식입니다. 당연히 비용도 증가하고 기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최근에 가라앉은 철선(Steel Ship)을 침몰한 모습 그대로 인양한다? 현재까지 제가 알고 있는 선박, 해양, 조선, 잠수 전문가 가운데 저 방식에 대해 수긍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모든 전문가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 “미친 짓”이라는 겁니다.

최근 제가 인사동에서 만나 식사와 차를 함께 나눈 분은 우리나라 잠수계의 원로이며 ‘전설’로 불리우는 분인데 그 분 역시 언성을 높이며 지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인양초기에 관련자들에게 “배를 바로 세워서 인양하라”고 누차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세월호 인양계획 단계부터 제가 알고 있는 유가족 분들 그리고 세월호 관련 시민사회단체 대표분들께 “침몰한 선박은 무조건 바로 세운 후 인양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야 인양도 쉽고 빠르고 수색하기도 편하고 조사하기도 수월하다“고 주구장창 외쳤습니다.

▲ 지난 26일 완전히 떠오른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선저(바닥) 부분. 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6일 완전히 떠오른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선저(바닥) 부분.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주장한 내용 반대로 생각하면 되는 겁니다. 인양이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색하기도 불편하고, 조사하기는 더더욱 어렵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밖에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겁니다. 너무 직설적으로 말했나요? 하지만 제가 항해, 조선 전문직 경력자로서 내린 결론입니다.

2. 천안함 인양의 경우

가장 최근의 해난사고로 침몰한 선박을 인양한 케이스가 바로 천안함 침몰사건인데 우리는 그 인양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조사결과에 대한 정부와 국방부 그리고 해군의 발표는 거짓으로 가득하고 조작과 왜곡으로 점철되었지만, 함수 인양방식만큼은 FM대로 깔끔하게 수행한 케이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함미는? 크레인으로 걸어 올린 후 인양업체 관계자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저수심으로 이동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오늘 글의 주제가 아니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저의 천안함 관련 글 “천안함 함미 인양후 왜 저수심으로 이동했을까?”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앞바다에 침몰한 천안함의 경우 함미는 옆으로 비스듬히 그리고 함수는 우현으로 90도 완전히 누워있었습니다. 그것은 함수가 해저에 누워있을 때 우현 중간부위에 커다란 돌맹이가 박힌 것으로 증명이 됩니다. 그 함수를 물 속에서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합니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물 속에서는 부력으로 인해 무게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굳이 계산식을 유도하지 않더라도 목욕탕이나 수영장에서 몸의 움직임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보면 몸 전체로 느낄 수 있는 물리적 현상이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천안함 함수는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고 바지선 위에 올려져 평택항으로 이동합니다.

▲ 지난 2010년 4월24일 해상크레인이 천안함 함수를 인양하고 있다. 당시에도 오른쪽으로 가라앉았던 것을 바로세워 인양했다. 지난 24일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 천안함기념관 내 액자로 비치해둔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 지난 2010년 4월24일 해상크레인이 천안함 함수를 인양하고 있다. 당시에도 오른쪽으로 가라앉았던 것을 바로세워 인양했다. 지난 24일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 천안함기념관 내 액자로 비치해둔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 지난 2010년 4월15일 해상크레인이 천안함 함수를 인양하고 있다. 당시 왼쪽으로 뉘어있던 것을 바로세워 인양했다. 지난 24일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 천안함기념관 내 액자로 비치해둔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 지난 2010년 4월15일 해상크레인이 천안함 함수를 인양하고 있다. 당시 왼쪽으로 뉘어있던 것을 바로세워 인양했다. 지난 24일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 천안함기념관 내 액자로 비치해둔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물 속에서 선체를 수직으로 바로 세운 후 전체 무게중심을 감안하여 강도가 높은 프레임에 체인을 걸어 올리는 것. 이것이 최선의 인양 방식입니다. 아마 국내 인양업체들이 인양을 맡았다면 이 부분에서 정부와 갈등이 컸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상하이 샐비지니까 고분고분 해수부 요구를 잘 들어주었을까요?

3. 선체의 구멍과 절단

세월호에 왜 구멍을 줄줄이 뚫어놨는지 어떠한 이유로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침몰한 선체 더구나 수백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침몰원인 조차도 알지못하여 정밀한 조사가 요구되므로 가능한 한 모든 증거들이 유실되지 않고 보존되어야 할 필요성이 무엇보다도 높은 선체 외판에 구멍을 뻥뻥 뚫는다?

상식 밖이라는 점을 넘어서서 이것은 심각한 증거훼손 및 멸실 행위에 해당합니다. 이것을 결정한 사람 혹은 부처가 어디인지 모르겠으나 그 당사자는 사법적 절차와 처벌을 받아야만 할 것입니다.

인양방식과 마찬가지로 선체에 구멍을 내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수많은 해운, 항해, 조선 전문가들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 카이스트 여인철 박사를 포함) 그러한 작업에 수긍하는 분을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모든 분들의 반응은 하나입니다. “왜 뚫었지?”

왜 뚫었을까요? 해답은 하나일 것 같습니다. 선체가 수면 위로 올라가서 언론에 공개되거나 조사를 받게 되거나 하기 이전에 무언가 내부에서 끄집어 내어야 할 덩치큰 물건들이 존재했거나, 아니면 내부의 어떠한 내용물들이 유실되기를 바랬거나.. 제 상식으로는 그 외의 이유를 찾기가 힘들군요.

4. 세월호 인양 어떻게 했어야 했나

천안함 함수는 배수를 완료하였을 때 700톤 가량됩니다. 그런데 세월호는 6천톤에 달하고 물까지 들어 있을 때 만 톤이 넘기 때문에 천안함 함수처럼 인양할 수 없다? 해수부는 이렇게 변명하고 싶겠지만, 그에 대한 좋은 방안이 얼마든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선박 인양업계에서 6천톤 선박인양은 그다지 큰 규모도 아닙니다. 수 십 만톤 선박을 예사로 만드는 조선강국에서 말이지요.

(1) 물 속에서 선체를 바로 세운 후 프레임에 체인을 걸고

(2) 선체 내부에 부력제 혹은 에어백을 잔뜩 넣어 공기를 주입하고

(3) 3000톤 해상 크레인 두 대가 양쪽에서 걸어올렸을 때 수면에 선체 일부가 드러나는 수준까지 들어 올릴 수 있을만큼의 부력을 확인한 후

(4) 선체를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하면서 자연 배수를 유도하고

(5) 선체 하부로 플로팅도크(Float Dock)를 진입시키고

(6) 플로팅도크(Floating Dock)위에 선체를 완전히 올려놓은 후 크래들로 안정되고 고정시키고

(7) 플로팅도크를 배수한 후 목포항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이 과정을 관련 사진이나 그림을 이용해서 상세히 설명드리고 싶지만 제가 4월6일 천안함 항소심 재판 관계로 변호사분들과 만나 의논하러 나가야 해서 이렇게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보신 분 가운데 궁금함을 못견뎌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인터넷 검색으로 위에 언급한 방법들을 열심히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그것이 집단지성의 노력이 결집되는 과정이니까요.

5. 남아있는 우려와 대책

해수부 아니 그 이전에 박근혜 정권 그리고 김기춘 비서실장이 바라던 바, 선체를 눕혀서 인양하고 부두에 올리겠다고 마음을 먹은 배경에는 분명히 선내 수색도 힘들고 조사활동도 매우 어렵게 만들 목적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바로 세워져 있다면 그냥 걸어다니고 계단을 이용해서 오르내릴 수 있는 공간을, 등산하듯이 로프를 걸거나 사다리 세워놓고 다닌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수색과 조사가 제대로 되겠는지. 그리고 모든 기계와 기기들이 90도 옆으로 누워있는데 제대로 접근은 물론 조사가 가능하겠습니까?

▲ 지난 26일 떠오른 세월호 선수측 선미(바닥).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26일 떠오른 세월호 선수측 선미(바닥). 사진=이치열 기자.
그리고 예상되는 것은 선실 수색을 위해서라도 선실을 절단해서 분리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면 이것은 세월호 선체를 분리하고 해체해서 고철로 처분해 버리겠다는 의도와 다름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막아야 할 일입니다.

결론은 지금이라도 육상에서 선체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비용 얘기를 하겠지요. 생각보다 비용이 그리 크게 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건설 기술은 그 정도 충분히 해 냅니다.

“염려 붙들어 매시고 선체 바로 세워라. 절단하지 말고 부수지 말고 조용하게 고스란히 바로 세워라. 그리고 그 다음에 수색하고 조사를 실시해라”라고 강력히 외쳐야 합니다. 매우 강력히.

신상철(전 천안함 민군합동 조사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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