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콘텐츠 제작의 우선순위를 디지털로 옮긴다. 디지털에 역량을 집중한 다음, 높은 질의 기사를 지면으로 담아내 자연스럽게 지면의 질도 높이겠다는 목표다. 내부에서는 노동 강도 강화에 대한 우려와 회의감 등도 있지만 ‘가야 할 길’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지난 28일 열린 중앙일보 ‘디지털 혁신 설명회’에서 오간 내용을 종합하면 이제 기자들은 지면이 아니라 온라인 중심으로 기사를 쓰게 된다. 그러면 지면 제작 인력이 온라인 기사를 지면용으로 수정·보완해 지면에 개재한다. 지면 기사를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온라인이 우선이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섹션 중 일부는 별지를 폐지하고 대신 점차적으로 줄여나가 본지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발행하게 된다. 현재 별지 폐지가 결정된 섹션은 강남통신, 열려라 공부, 건강한 당신, 위크& 등 네 개다. 해당 섹션에 있던 인력 일부는 디지털 인력으로 충원된다. 이는 오는 4월 초부터 시작된다.

중앙일보는 3개월 단위로 이 같은 디지털 ‘실험’을 하게 된다. 가령 4월부터 3개월 동안 별지로 발행되던 섹션을 줄이는 실험을 하게 되고 그 결과를 놓고 이후 3개월의 방향을 결정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사 이동도 이뤄지게 되는데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지면 개혁 방안을 내놓고 이에 따른 조직 개편도 하게 되는 식”이라며 “지면 기사를 쓰지 않는 건 아니고 온라인 기사를 먼저 쓰고 지면에 반영하는 식이다. 지면 제작 인력은 온라인 기사를 지면에 맞게 보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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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도 중앙일보·JTBC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열린 설명회에서 디지털화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을 버리고 움직이는 그 순간부터 사느냐 죽느냐의 확률 게임을 지속해야 한다”며 “살아남는다면 그만큼 창대한 미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서서히 죽을 확률이 100%”라고 말했다.

홍 사장은 디지털화 시도를 1995년 4월 이뤄진 조간화와 비교하며 “일하는 방식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바꾸자는 이야기”라며 “마감시간을 변경하고 중앙경제를 통폐합하고 섹션신문을 제작했듯이 중복·유사 가능을 도입해 가장 중요한 곳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뉴스를 생산하고 모으는 방식을 바꾸자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홍 사장은 “다만 조간 전환 프로젝트와 지금이 다른 점은 우리는 디지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종이 신문을 시장이 존재하는 한 계속 발행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리고 그냥 발행해서는 안되고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게끔 제작을 해야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는 부정평가와 긍정평가가 동시에 있다. 한 중앙일보 기자는 “연봉은 안 오르는데 디지털화가 되면서 조간조와 오후조로 나눠지면, 조간 출근의 경우 노동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자는 “빨리 쓰라고 말은 안 하겠지만 실제론 기사를 빨리 써야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경영진이나 대표가 보기에는 미흡한 면이 있더라도 기자들은 그동안 꾸준히 디지털화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또 디지털 혁신을 말하니까 기자들 입장에서는 피로감이 있다. 과연 이번에는 변화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가야 할 길’ 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 기자는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회장이 물러난 후에 대표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니 이번에야말로 원래 목표했던 방향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며 “회의감을 걷어내고 다시 노력을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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