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 인양과 수색, 유족 보상 등에 들어가는 5500억 원 규모의 수습 비용이 대부분 국고(國庫)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7일 동아일보는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1면 기사(세월호 수습에 5500억, 유병언엔 한푼도 못받아내)에서 세월호 참사 수습 비용을 모두 계산해 보도했다. 인터넷판에는 ‘단독’ 기사라며 내보냈는데 기사의 주된 내용은 법무부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등을 상대로 구상금을 전혀 환수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법무부의 세월호 관련 구상금 청구 소송과 세월호 인양, 유족 보상은 전혀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데도 정부 추산치만으로 금액을 비교하는 것도 적절치 않지만, 세월호 인양 시점에서 이번 인양의 취지와 목적을 뒷전으로 하고 비용을 부각해 보도하는 것 역시 진상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씨의 대통령직 파면 결정문에서도 지적했듯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소홀해 발생한 참사는 그 어떤 천문학적인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불행한 일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습과 재발방지 대책을 효율과 경제성 논리로 접근하는 것도 그동안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진실규명을 방해해 온 정치인들과 보수단체들이 표면적인 핑곗거리였다. 그 속내는 박근혜와 정권 보위였음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2014년 4월16일 MBC 이브닝뉴스 리포트 갈무리.
2014년 4월16일 MBC 이브닝뉴스 리포트 갈무리.
참사 당일부터 시작된 ‘보상금’ 보도, 인양 때까지

세월호 인양 초기부터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온 1000억 원대의 인양 비용에 대한 기사들은 세월호 참사 초기 언론의 ‘전원 구조’ 오보 이후 유족들이 받을 보상금을 계산했던 ‘보도 참사’의 데자뷔를 연상시킨다.

특히 당시 공영방송 MBC의 보험금 보도는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재난 보도에서 언론이 얼마나 천박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MBC는 세월호 참사 당일 ‘특집 이브닝뉴스’ 리포트에서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한 사람당 최고 3억5000만 원, 총 1억 달러 한도로 배상할 수 있도록 한국해운조합의 해운공제회에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받는 보상금 액수 보도는 보수 언론의 ‘국민 세금’ 프레임과 맞물려 유가족을 공격하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등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데 악용됐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도 정부와 언론은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단원고 학생들의 보상금액을 강조했고, 조선·동아일보는 천안함 사건 희생자 보상금보다 세월호 희생자가 보상금이 더 많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세월호 가족과 돈 문제를 연계시켜 사안의 본질을 희석하고 시민의 시선을 지엽말단으로 돌리려는 시도이자, 유족을 고립시키려는 ‘타자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번에도 세월호 인양 초기부터 비용을 계산해 발표하고 언론이 “1000억 들여 ‘통째 들어올리기’ 첫 시도”(서울신문) 등 세월호 인양 비용을 부각해 보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뉴스 유통 플랫폼 ‘일파만파’ 노종면 대표(YTN 해직기자)는 23일 세월호 인양 비용을 제목으로 뽑는 언론을 향해 “3년 만에 사실상 수장됐다 올라오는 세월호다. 돈이 얼마 드는지의 관심을 자극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이 정도 인양 비용은 해수부가 여러 차례 밝혀왔던 내용으로 새로울 것도 없는데 세월호 뉴스마저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 대상으로 삼는 사례도 보인다”고 꼬집었다.

지난 25일자 경향신문 4면.
지난 25일자 경향신문 4면.
경향신문도 “논란 많은 4대강 사업에서 낙동강 강정보 건설에 투입된 사업비는 2993억 원으로 세월호 인양 비용의 3배고, 올해 정부가 새마을운동중앙회의 ‘새마을운동 지원사업’에 지원하려 했던 국고보조금 규모가 1370억 원이었다”며 “미수습자 9명과 희생자 295명의 한, 그리고 국민적 슬픔이 서려 있는 그 배의 가치가 보 건설이나 새마을운동 지원사업보다 못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세월호 7시간’ 진실 규명은 대통령 ‘사생활’로 감싸기

세월호 참사 때도 정부의 발표만 받아쓰다 많은 오보로 유가족과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언론은 정작 3년이 지났어도 박근혜씨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은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박씨가 사고 당일 관저에 있으면서 올림머리를 했다는 것과 이날 전후로 미용시술을 받았다는 것도 최순실 등 국정농단 파문이 터지고 나서야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활동기한이 종료된 4·1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을 조사한다고 했을 때도 여당 추천 위원들은 마치 세월호 특조위가 대통령의 사생활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는 듯이 몰아붙였고, 많은 언론이 세월호 특조위 조사에 반대하는 청와대와 여당 추천 위원들의 목소리를 받아썼다.

동아일보는 2015년 11월20일자 사설에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총 19차례 보고를 받았고 7차례 회의를 했다’고 밝혔고, 검찰 조사에서도 과학적 결론이 나온 상태”라며 “그런데도 특조위가 또 조사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특조위 조사에 반대했다.

이어 “특조위는 내년 총선을 넘어 대선 때까지로 활동 기간을 늘려 세월호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면서 “특조위가 안전사회를 위한 제도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구처럼 행세하는 것을 다수 국민이 곱게 볼지 걱정스럽다”고 공격했다.

지난 2015년 11월20일자 동아일보 사설.
지난 2015년 11월20일자 동아일보 사설.
그러나 정작 특조위 조사 내용은 △사고 관련 대통령 및 청와대의 지시 대응사항 △지시 사항에 따른 각 정부 부처의 지시 이행 사항 △각 정부 부처에서 청와대로 보고한 사항 등으로 대통령의 ‘사생활’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등 정부의 비협조로 관련 조사는 거의 진척되지 못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활동 기간 내내 보수·친정부 언론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특조위가 청와대의 세월호 사고 대응 관련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자 하태경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이 한 포럼에 참석해 대통령 모욕 발언에 박수를 쳤다는 논란을 제기했다. 이후 MBC는 하 의원으로부터 해당 영상을 건네받아 박 위원이 대통령 모욕 발언에 찬동한 것처럼 리포트를 내보냈다.

그러나 박 위원은 하 의원과 MBC 등이 문제 삼은 유가족의 발언에 박수를 친 것이 아니었다. 5분에 달하는 유가족의 전체 발언 중 대통령 관련 발언은 극히 일부였고 이 유가족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자녀에게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박 위원도 “대통령 관련 발언에 박수를 친 게 아니라 이후 희생된 자녀 이야기를 해 분위기가 숙연해졌고, 그 발언을 마치자 박수를 친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등은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들이 침몰 현장 일대에서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보도로 특조위를 흠집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장 상황을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였다. 이 사진이 촬영된 세월호 수중조사 현장엔 유족들도 함께 있었고, 수중조사가 모두 끝난 후 며칠 동안 고생한 잠수부들을 격려하고 기록용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걸핏하면 철거하라던 세월호 천막, 친박단체 천막엔 ‘침묵’

‘세월호 피로감’ 프레임도 보수언론이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폄훼하고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데 단골처럼 등장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을 종료한 후 이석태 특조위원장이 특조위 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을 때 동아일보는 또 ‘피로도’ 칼을 빼 들었다.

김단비 동아일보 기자는 지난해 7월28일 “법 대신 농성 택한 세월호 특조위장”이라는 칼럼을 통해 “2년 넘게 광화문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세월호 추모 천막은 이제 국민에게 ‘진실 규명’보다도 ‘피로도’를 느끼게 하고 있다”며 “이 위원장은 국민에게 이른바 운동권식 소통 방식으로 공감을 강요하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 광화문 캠핑촌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이 142일 동안 운영됐던 캠핑촌 해단식을 마치고 그들을 ‘흉물’로 규정한 조선일보 코리아나호텔 앞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끌고 가 ‘조선일보’, ‘흉물’ 등을 적은 종이를 붙인 후 부숴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0일 광화문 캠핑촌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이 142일 동안 운영했던 캠핑촌 해단식을 마치고 그들을 ‘흉물’로 규정한 조선일보 코리아나호텔 앞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끌고 가 ‘조선일보’, ‘흉물’ 등을 적은 종이를 붙인 후 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3년간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위해 설치한 서울 광화문 광장 천막에 대해서도 보수 언론은 끊임없이 철거를 주장해 왔다. 이중적이게도 이들 언론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단체의 서울광장 천막에 대해선 침묵하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시민에게 위협을 주는 친박단체 천막 철거를 요청하자 세월호 천막도 함께 철거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 13일 사설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블랙리스트’ 등 박근혜 국정농단을 규탄하기 위한 시민단체·문화예술인들의 광화문 천막을 ‘흉물’이라고 비난하며 ‘난민수용소’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박근혜 퇴진 광화문 캠핑촌 촌민일동은 지난 20일 공식 해산을 결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캠핑촌을 ‘흉물’이라 부르댈 때, 우리는 실소했다. 잘 보았다, 우리는 흉물이었다. 흉물이 되기를 자처했다. 알고도 흉물이 됐다. 눈물과 저항과 연대의 공동체가 박근혜와 부역자들의 눈에, 한국 민주주의의 적 조선일보의 눈에 흉물로 보인 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우리는 흉한 사람들이었다. 세월호의 아이들이 바다에 가라앉은 게 우리 탓인 것만 같아 얼굴이 더러워질 때까지 운 시민이었다”며 “우리는 고통을 직시했고, 고통과 싸우려 했다. 그것은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시공간과 벗하는 일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박근혜 퇴진 광화문 캠핑촌은 지난 25일 142일의 노숙 여정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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