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버리면 진도는 ‘망자의 섬’밖에 안 되는거지라”

세월호가 빠르면 오는 28일 목포 신항으로 출발하게 된다. 만 3년 만에 진도를 떠나게 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진도 주민들은 복잡 미묘하다. 피해를 입은 어민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세월호 인양의 중요한 작업이 마무리된 지난 25일, 친구와 함께 진도 팽목항을 찾은 A씨(진도읍)는 “1년 만에 팽목항에 온다. 자주 오게 되지는 않는다”면서 “이제 세월호가 목포 신항으로 가고 나면 (팽목항에) 올 일도 없어서 찾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이미 벌어진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면서 “숨기려고 하고 덮어두려고 할 것이 아니라 진도를 ‘추모의 섬’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대로 놔두면 영원히 ‘망자의 섬’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청이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26일(일요일) 오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를 떠나기전에 진도 팽목항을 한 번 더 방문하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26일(일요일) 오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를 떠나기전에 진도 팽목항을 한 번 더 방문하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6일(일요일) 오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를 떠나기전에 진도 팽목항을 한 번 더 방문하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6일(일요일) 오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를 떠나기전에 진도 팽목항을 한 번 더 방문하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A씨는 팽목항에 마련된 분향소부터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팽목항 분향소는 컨테이너 형태다. A씨는 이를 두고 “와서 본 사람들마다 ‘처참하다’고 뭐라고한다”면서 “추모공간을 제대로 만들어서 아픔을 기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진도에서 나고 자란 경력 34년의 택시운전사 B씨는 26일 “컨테이너에서 3년 동안 살았던 미수습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이렇게 쉽게 건질 수 있었던 걸 왜 안 건졌을까. 정부에서 장난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세월호 선체가 목포 신항으로 이동하는 것을 두고 “차라리 진도에 배를 올려주면 사람들이 보러오고 그럴 텐데 이제 (추모객들이) 다들 목포로 갈 것”이라며 “진도는 이미지만 버리고 아무런 소득도 없게 됐다. 이제 도시가 썰렁해지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B씨는 진도 주민들이 세월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에 “동거차나 관매도 등에 사는 사람들은 피해가 커서 그럴 것”이라며 “진도 읍내 주민들은 차타고 팽목항 가서 한 번씩 둘러보고 그런다. 싫어하지 않는다. 안타깝다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동거차도 앞 바다에 기름이 떠다니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26일 아침, 동거차도에서 미역양식을 하는 김도웅 씨 미역어장을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띠가 뒤덮었다. 김 씨는 3년전에도 실제 피해액의 오분의 일 수준의 보상 밖에 받지 못한 가구가 많고 이후 2년 동안 미역 생산도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에도 보상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목포로 가는 세월호 앞을 어민들이 배로 가로막을 수도 있다'며 분노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입장은 달랐다. 관매도에 거주하는 C씨는 26일 오전부터 술잔을 기울였다. 그는 팽목항에서 만난 기자에게 “원래 술은 입에도 못 대던 사람이었는데 세월호 이후에 벌여놓은 사업이 다 망하면서 술만 늘어간다”고 말했다.

관매도는 진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C씨는 수억을 들여 2층 민박집을 마련했지만 얼마 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관매도를 찾는 관광객이 끊길 수밖에 없었다. C씨는 “섬들은 눈물 날 정도로 피해가 컸다”며 “지금은 거의 놀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C씨는 정부가 늦더라도 어민과 섬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씨는 “정부에 보상을 신청했는데 안 됐다. 한 번 80만원씩 받은 게 전부”라며 “정부가 제대로 안 해주고 저기 사람들(세월호 희생자들)만 보상해주니까 그 사람들까지 미워지는 것”이라고 쓸쓸하게 말했다.

동거차도 분위기 역시 좋지 않다.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기름이 유출 돼 미역 양식장에 큰 피해를 입게 됐다. 동거차도 어촌계장 소명영씨는 26일 “올해 작황이 좋아서 기대했지만 기름 유출 때문에 1년 농사가 다 끝났다고 보면 된다. 피해가 100%”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거차도 주민 대부분이 미역양식과 멸치잡이에 종사한다.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6일 오후 2시께 동거차도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여객선 항로에서도 세월호 유출 기름띠를 볼 수 있었다. 대마도 인근 해역까지 퍼져 있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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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2시께 세월호 주변에서 기름띠 제거를 위한 방제작업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동거차도와 대마도 사이의 넓은 바다에 기름띠가 퍼져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어 소씨는 “세월호 당시에도 기름이 유출 돼 피해가 컸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랐다”면서 “당시 피해와 관련해서 정부 보상을 두고 지금까지 소송 중인 주민도 있다. 빠른 보상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민들은 세월호를 인양한 상하비샐비지와 보상을 논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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