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미디어 업계는 ‘가짜뉴스’를 거르는 ‘팩트 체크’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SBS, JTBC 등 방송사와 조선일보, 국민일보, 중앙일보 등도 대선을 대비해 펙트체크 코너를 신설했다.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역시 대선 특집 페이지에서 팩트체크 코너를 마련했다.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방식이 처벌이 아닌 ‘팩트체크’로 모아지는 흐름이다.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선 보도 진단 연속 세미나: 대선보도, 사실확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네거티브 전략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짜뉴스’의 범람을 예상했다.

‘가짜뉴스’의 정확한 개념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정파적 혹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처럼 가장하기 위해 기사 형식으로 만든 후 고의적으로 배포한 것을 말한다.

2016년 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에 ‘가짜뉴스’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에 한국을 포함해 프랑스 대선, 독일 총선 등 세계 곳곳에서 중요한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주요 언론사와 디지털 플랫폼들은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검증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 ⓒgettyimagesbank, 디자인: 이우림 기자
▲ ⓒgettyimagesbank, 디자인: 이우림 기자
전세계가 ‘가짜뉴스’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그 움직임의 방향은 조금씩 다르다. 하반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은 페이크 뉴스나 증오 표현을 방치하는 SNS기업에 최대 5000만 유로(약 609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가짜뉴스’의 대안을  처벌로 본 것이다.

하지만 독일과 달리 ‘팩트체크’를 ‘가짜뉴스’의 대안으로 키우는 나라들이 대다수다.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르몽드, AFP 등 플랫폼과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크로스체크(CrossCheck)’ 프로젝트를 통해 페이크 뉴스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체코 정부도 이민자들에게 부정확한 정보와 음모 이론적 내용을 주입하고 있는 약 40개의 웹사이트를 감시할 ‘반(反)페이크 뉴스’ 조직을 오는 10월 선거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경찰청,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페이크 뉴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역시 '가짜뉴스'에 대한 대안이 처벌이 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 정파성과 양극화가 심화된 현 상황에서 페이크 뉴스를 정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섣부른 규제는 표현의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3일 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역시 ‘가짜뉴스’ 대응에 대해 처벌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가짜뉴스를 무조건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니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유통을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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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가 최근에 대두된 것은 아니다. 이미 1988년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당시 공화당 후보이던 조지 부시는 엄청난 네거티브 캠페인 광고를 송출했다. 부시는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대다수의 언론은 부시 선거 캠페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후 1992년 미국 대선 기간 중 CNN 기자였던 브룩스 잭슨(Brooks Jackson)이 최초의 ‘사실 확인’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고, CNN에서는 이를 발전시켜 체계적으로 정치 광고의 사실성을 검증하는 ‘애드워치(Adwatch)’와 정치 발언의 사실성을 검증하는 ‘팩트체크 포맷’을 고안해 뉴스에 활용했다.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보다 독립적이고 체계화된 사실검증 기구인 ‘팩트체크닷오알지(Factcheck.org)’가 등장하면서 사실 확인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24일 토론회에서는 ‘팩트체크’역시 완벽한 ‘가짜뉴스’의 대안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세욱 연구위원은 “디지털 기술의 일반화와 함께 ‘사실 확인’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규모 인력이 문제가 되는 사실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기존의 ‘사실 확인’ 방식으로 다루기에는 너무나 많은 양의 사실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연구위원은 “소수 전문화된 인력만으로는 수없이 많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에 일부 사실만을 선택해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이 선택의 과정에 사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편견이 개입된다”며 “확인할 사실을 선택하는 것부터가 주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현재 운영되는 팩트체크 기술을 △지식 기반 방식 △맥락적 방식 △형식 기반 방식 △기계 학습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 연구위원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팩트를 체킹하는 지식 기반 방식의 경우, 기록되지 않은 데이터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SNS를 활용해 발언의 맥락을 분석하는 방식은 활용하는 자료의 출처가 어디냐에 따라 다른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팩트체크의 허점을 밝혔다.

오 위원은 "현재 단계에서 사실 자동 확인 기술들은 방대한 정보의 빠른 처리를 통해 인간의 최종적인 사실 확인을 도와주는 수준"이라며 "기술 자체도 편향된 데이터를 선택해 결론을 유추하거나 내용과 상관없이 계량화되지 못한 요소를 배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팩트체크’의 대안으로 오 연구위원은 뉴스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연구위원은 “페이크 뉴스는 그동안 ‘사실’을 전달해 온 언론의 위상을 다시 확인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동시에 ‘팩트체크’에서조차 신뢰를 얻지 못하면 언론이 ‘가짜뉴스’가 되는 현상을 불러올 수도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신뢰회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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