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은 하늘에 있는 사랑하는 유민이한테 먼저 전해주고 싶어요. 우리 유민이가 알고 기뻐해 줬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인양도 됐고 박근혜 탄핵도 됐으니 이제 좀 하늘에서 마음 편하게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24일 SBS를 통해 방송된 제29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특집 부문 작품상을 받은 tbs ‘가슴에 담아 온 작은 목소리’ 진행자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이날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에서 세월호 인양 모습을 보고 안산으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후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를 보기 위해 김씨는 23일 새벽 동거차도로 내려갔다. 김씨는 미수습자 가족들과 함께 세월호가 인양되는 장면을 보면서 “기쁘면서도 슬펐다”고 술회했다.

김씨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3년간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외쳤는데 정부는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시간을 끌고 지연해 왔다”며 “그런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올릴 수 있는 상황을 보니 왜 지금까지 이렇게 애태웠는지 허망하고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세월호 참사 발생 후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를 보기 위해 23일 새벽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로 내려갔다. 사진=김영오씨 페이스북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세월호 참사 발생 후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를 보기 위해 23일 새벽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로 내려갔다. 사진=김영오씨 페이스북
그동안 세월호 인양 방식에 대해서도 유가족 측의 요구는 계속 묵살돼 왔다. 현재 인양은 반잠수선 운영회사인 네덜란드 도크와이즈와 상하이샐비지가 맡아서 하고 있지만 정부는 애초 인양 업체로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만을 선정했다.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샐비지의 기술력이 네덜란드 업체보다 떨어졌음에도 인양 사업비 634억 원을 아끼기 위해 기술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네덜란드 업체를 탈락시킨 것이다.

김씨는 “유가족들은 초기부터 절단이 안 나고 손실 없이 선체를 온전히 인양할 수 있는 네덜란드 업체를 선정해 달라고 했는데 정부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배제하고 상하이샐비지로 선정했다”며 “그러다가 지금 배가 산산조각이 나고 구멍이 엄청 뚫려 있어 증거 인멸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하이샐비지는 이날 인양 과정에서 선체 기름이 유출된 사고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동거차도 주민들은 세월호와 약 1km 떨어진 곳에서 미역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3년 전 세월호 사고에 이어 이번에도 기름 유출로 큰 피해를 보게 됐다.

김씨는 “인양 작업을 하는 곳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어 정부가 발표하기 전엔 무슨 작업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램프 잠금장치가 열려 있어 시신이 유실됐을 가능성도 이번에 램프를 절단한다고 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 사진=김도연 기자
‘유민아빠’ 김영오씨. 사진=김도연 기자
김씨는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 폄훼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공격에 앞장섰던 MBC가 23일 세월호 인양 중계방송을 위해 최초로 헬기를 띄웠다고 자랑한 것에 대해서는 “MBC는 채널을 삭제해 아예 안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왜곡 보도를 많이 내보내고 전혀 우리에게 신뢰를 안 줬던 MBC가 동거차도에 올라온다고 하기에 우리가 못 오게 막으니까 헬기를 띄웠다”며 “MBC는 사장이 바뀌고 나서 더욱 믿음이 안 간다. 세월호 인양을 보도하는 것도 박근혜의 구속 상황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MBC는 이날 저녁 ‘뉴스데스크’ 상당 시간을 할애해 세월호 인양 소식을 전했지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주목되는 박근혜씨의 수사 상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씨의 구속 여부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언급을 해 KBS와 SBS, JTBC 등도 두 꼭지 이상씩 관련 보도를 했다.

JTBC는 이날 ‘뉴스룸’에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김 총장의 발언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인양 지연, 진상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상세히 전했다.

김씨는 마침내 세월호가 인양되고 그가 내레이션을 맡은 tbs 라디오 방송 ‘가슴에 담아 온 작은 목소리’가 작품상을 받은 소감에 대해 “하늘에 있는 사랑하는 우리 유민이가 기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방송을 통해 우리 세월호처럼 아픈 사람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얘기를 내가 알려주고 싶다”며 “생명과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보고 세월호 가족처럼 이들도 국민이 똑같이 안아주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회 변화의 첫걸음은 소외된 사람을 안아주고 기억해 주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3년 동안 언론의 냉대와 무관심을 받았던 세월호에 대한 기억이 다시 떠오르며 한국사회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김씨는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미수습자 9명 모두 무탈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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