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와 패널의 ‘송곳 질문’에 국민의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진땀을 흘렸다. 대본에 없는 토론시간이 주어짐에 따라 적극적인 자질 검증 질문과 이를 비껴가려는 후보 간 쫓고 쫓기는 공방전이 펼쳐진 것이다.

22일 오후 2시 국민의당 주최 및 SBS 주관 하에 열린 ‘2017 국민의당 대선후보 토론회’는 토론 말미에 전문가 패널이 즉석에서 각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는 ‘리더십 검증 토론’ 시간을 마련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 그리고 사회를 맡은 정관용 시사평론가가 15분 간 각 후보에게 질문을 집중했다.

토론자로는 국민의당의 박주선 의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안철수 의원이 참석했다.

박주선에 “천정배 안 나오니 출마한 거 아니냐”

이준한 교수는 박주선 후보에 “지난 국회에서 국회부의장을 했는데 나라 위기를 극복하는데 어떤 리더십 발휘했느냐”고 물었다. 국회부의장 자리에 있으면서도 국회에서 대연정, 통합을 이루지 못한데 대한 자질검증 질문이었다.

▲ ‘2017 국민의당 대선후보 토론회’ SBS 방영분 캡쳐
▲ ‘2017 국민의당 대선후보 토론회’ SBS 방영분 캡쳐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국회선진화법 등 제도의 문제로 돌리는 박 후보에게 정관용 사회자는 “죄송하다고 말할 만큼 성적이 안 좋았는데, 대통령이 되면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있겠느냐”고 다시 물었다. 박 후보는 “국회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선진화된 게 아니라 후진화됐다. 일하는 국회를 만드려해도 안된다”며 “4당 협치에 의해 합의가 이뤄져야만 국회 운영이 가능한데, 이론상으론 합치·협치 주장하지만 한번도 양보나 타협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답한 바 있다.

“천정배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으니 출마한 게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정관용 사회자가 앞선 질문의 논점을 흐리는 답변을 듣고 재차 물은 질문이다. 박 후보는 “평소 호남 정치의 복원과 호남민심을 주도한 집권만이 국민 통합·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준비했다”며 “천정배 전 대표가 출마하든 하지 않든, 선의의 경쟁 속에서 호남 대표 주자로서 공천 받기 위해 노력해야겠단 각오로 출마했다”고 밝혔다.

김은경 원장은 여성정책에 대한 고민의 깊이를 물었다. 그는 박 후보가 지난 18일 국민의당 정책토론회에서 여성 권리 신장을 비전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현재 국회 개헌특위에 여성의원이 몇 명이냐”며 “개헌특위 35명 국회의원 중 여성의원이 2명이다. 특위 부의장으로 있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심각한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박 후보는 “특위위원도 자문위도, 각 당에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추천해서 구성된 것”이라며 “당에 원칙적으로 여성 (구성원의) 비율이 30~40% 돼야한다는 지침을 줘도 (당이) 듣질 않는다. 현실을 고려해달라”고 답했다.

그는 여성 비율 할당제를 내각 구성에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내각 구성은 30% 비율로 하고 점차적으로 50%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고위공직자 경우는 현재 20%도 안된다. 이것도 내각구성 비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학규엔 “매번 다른 당 출마“ ”보수정당 탈당, 후회 안 하냐“

손 후보에겐 ‘잦은 당적 교체’를 묻는 돌직구 질문이 나왔다. 이 교수는 “국민 입장에선 손 후보가 매번 다른 당에서 출마를 시도한다는 시선을 가질 수 있는데 어떻게 설명하겠냐”고 물었다.

손 후보는 “소신을 지키지 위해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더불어민주당도 그대로 했다”며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쫓겨나온 당이다. 내가 민주당 당 대표일 때 최고위원이었던 9명 중 6명이 국민의당에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쫓겨났는지 자진해서 당을 바꿨는지를 국민들이 의아해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2017 국민의당 대선후보 토론회’ SBS 방영분 캡쳐.
▲ ‘2017 국민의당 대선후보 토론회’ SBS 방영분 캡쳐.

정관용 사회자는 손 후보의 국민의당 행에 대해 ‘민주당에 있어선 대선후보로 이길 가능성이 없으니 나온 거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손 후보는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정치적 노선·소신을 바꾼 적 없다. 그렇게 내 노선을 지켜왔고 강진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탈당했다”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 해서 당적을 버렸고 새로운 시작을 함에 있어 ‘국민의당이 개혁 세력의 중심이 돼야 하겠다’ ‘손학규가 국민의당 들어가서 당 외연을 넓혀 개혁 세력 연대의 중심이 되고, 정권교체 중심이 되겠다’고 한 것”이라 답했다.

“‘보수진영에 후보다운 후보가 눈에 안뛴다’고 언급했는데 계속 거기 있었으면 우뚝 섰을텐데 후회없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손 후보는 “내가 보수정당에 있으면 생각이 보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나는 그걸 못 하겠다. 정치인은 소신을 가지고 하는 것”이라 답했다.

안철수엔 “박근혜 실형 시, 사면할 건가” “국민의당이 새정치하고 있느냐”

이 교수는 안 후보에 대한 첫 질문으로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고 박 전 대통령이 실형을 살게 된다면, 박 전 대통령에게 관용을 베풀고 사면을 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가 검찰·법원 등 관계기관이 “적법절차에 따라 그에 맞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취지로 답한데 대해 정 사회자는 “원칙론으로 답변을 피해가면 안된다”면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사면권이 있는데,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박 전 대통령은 감옥에 있다면 그 사면권을 발동하겠냐는 질문”이라고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안 후보는 “가정론이 너무 많은데 실형일지 아닐지 지켜봐야 한다. 원칙만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면서 “특별사면위원회를 말씀드렸다. 그 결론을 바탕으로 국민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2017 국민의당 대선후보 토론회’ SBS 방영분 캡쳐
▲ ‘2017 국민의당 대선후보 토론회’ SBS 방영분 캡쳐

이 교수는 이어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평가를 받는데 여전히 그런 리더십을 가지겠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어떨 땐 신중히 판단해야 할 부분이 있고, 어떨 땐 긴급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나는 벤처 기업 출신이다. 결단의 연속이었다. 결단력 그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신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또한 “주변에서 도움을 준 인물들이 안철수 곁을 많이 떠났다”면서 “연정, 협치 등 자기와 의견이나 당이나 사람들을 포용하고 함께 할 상황이 올텐데, 국민에게 설득이 잘 되겠느냐”고 질문했다.

안 후보는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압축을 넘어 농축과 같은 경험을 하며 여러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면서 “지난 5년간 치열한 경험 통해 두 번 당 대표를 거치고, 여러 선거를 거치고 하면서 (포용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이 새정치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도 제기됐다. 기득권 양당 체제를 깬 ‘3당 체제’를 자신의 정치적 성과물이라 거론한 안 후보에 대해 정관용 사회자는 “그런 국민의당이 안 후보가 5년 전 출사표를 던질 때 말한 '새정치' 구호를 국민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내가 말한 새정치란, 기존 기득권 정치와 싸우는 것이다. 지금 세상을 바꾸지 못하게 하는 기득권 정치와 싸우는 것”이라면서 “기득권 체제 깨겠다는,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의 생각이 결과로 나타난 한 부분이라 본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지금 모습이 새정치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3당 체제 이외 정치적 성과물에 대해 안 후보는 토론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했다”며 “대표적으로는 신해철법이라든지 김영란법이라든지 여러 법안들 통과하는데 앞장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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