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종료를 일방 통보한 MBC 사측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박준성)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철퇴를 내렸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를 종료한 사측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에 대해 중노위는 지난해 8월 사측의 손을 들어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고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는 지난 12일 노사 양측에 보낸 판정서에서 “서울과 지역MBC 사측이 노조의 근로시간면제자들에게 원직 복직을 명하고, 근로시간면제 시간을 전혀 주지 않는 것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이어 MBC 사측에게 “기본적인 노조 활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근로시간면제 한도와 배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잠정적으로 근로시간면제 시간을 부여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2015년 12월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015년 12월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중노위 판정에 따라 MBC 사측은 사내에 존재하는 모든 노동조합에 1년에 총 6000시간의 타임오프를 인정해 줘야 한다. MBC에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1노조)와 MBC공정방송노동조합(2노조), MBC노동조합(3노조)이 있는데, 이중 1노조 조합원이 840여 명으로 가장 많다.

중노위는 우선 조합원 수가 10여 명으로 가장 적은 2노조에 200시간을 배정하고 1노조와 3노조에게 나머지 5800시간을 조합원 수에 비례해서 배분하라고 결정했다. 김세의 기자 등이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3노조 조합원 수가 100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1노조가 5100시간을, 3노조가 700시간을 가져가게 된다. 한 명의 노조 전임자가 1년간 쓰는 타임오프가 2000시간 정도다.

아울러 중노위는 언론노조 15개 지역MBC 지부에 대해서도 연간 1000시간의 타임오프를 배정하라고 명령했다. 각 지부도 조합원 수가 100명 이상이면 2000시간을 쓸 수 있지만, 현재 지역MBC 중 조합원이 100명을 넘는 곳은 없다.

중노위는 판정문을 통해 MBC 사측의 서울·지역MBC 노조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 전면 배제가 불법인 이유에 대해 “사측이 그동안 동의에 따라 줬던 타임오프 시간을 전면적으로 배제함에 있어 특별한 사정 변경 사유를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노조의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정상적인 단체교섭 활동과 노조의 정상적 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 제4호에 따른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MBC 사측은 2015년 12월 임금협상 진행 당시 교섭대표 노조였던 MBC본부에 타임오프 종료를 통보하고 본사 상근 집행부 5명 모두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다. 이어 지역MBC 15곳의 노조 전임자에게도 타임오프 종료를 통보해 ‘공분’을 일으켰다.

원래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와 관련해선 MBC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해 회사가 연간 1만 시간의 타임오프가 적용돼 왔다. 하지만 사측이 지난 2012년 10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단협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겠다고 통보했고 2013년 1월부터 단협의 효력이 상실됐다.

그러나 노조법에는 타임오프에 대해 단협으로 체결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도 부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MBC에서도 2013년 1월 단협 효력이 상실됐어도 회사가 노조 전임자들에 대한 타임오프에 동의해 급여도 지급해 왔다.

그러다 MBC 사측이 타임오프 종료를 통한 노조 무력화를 시도한 것은 2015년부터다. 과반수 노조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통상의 경우와 달리 사측을 옹호하는 데 앞장섰던 복수노조들의 개별교섭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관련기사 : 언론판 창조컨설팅? MBC의 식물노조 만들기)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 있는 조형물 ‘스퀘어 M-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가 휴머니즘에 기반해 제도적 틀을 벗어나 막힘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MBC의 현실은 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 있는 조형물 ‘스퀘어 M-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가 휴머니즘에 기반해 제도적 틀을 벗어나 막힘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MBC의 현실은 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중노위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까지 간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 배정 문제도 사측이 언론노조의 대표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생겼다. 사측은 언론노조의 타임오프 종료를 앞두고 복수노조 개별교섭을 시작해 이후 타임오프 기간이 종료된 것으로 보고 언론노조 상근 집행부 5명 모두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중노위는 “새로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타임오프 시간을 전면적으로 배제할 만한 중대한 사정 변경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2015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종료 이후 사측과 단체교섭을 개시해야 하는 시점에 근로시간면제자 전원에 대해 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후 타임오프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할 우려가 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노위는 또 “사측은 타임오프를 전면적 배제함과 동시에 노조가 전임자 형태(무급 전임)로 전환하고자 하는 제안도 거부해 노조가 사실상 노조 활동 시간을 부여받지 못해 정상적인 교섭이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사측은 교섭 당일 등 노조 요청 시 사안별로 검토 후 추가 타임오프를 주고 있다고 하나, 1노조가 15개 지역MBC 교섭까지 위임받아 진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시간만으로는 정상적 교섭을 수행하는 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16일 성명을 통해 “MBC 경영진은 중노위의 판정에 따라 헌법의 노동3권과 노조법을 정면으로 부정, 위반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보장하라”며 “언론노조 MBC본부와 조합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라. 불법 행위를 바로잡기는커녕 떼쓰기로 일관한다면 언론 노동자들과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를 향해서도 “환노위(위원장 홍영표)는 잠시 논의가 중단된 ‘MBC 노조탄압 청문회’를 열어 공영방송사에서 자행된 사용자의 불법 행위를 엄중히 다뤄 전체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중노위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만큼 관련 행위에 대해 즉각 인지 수사에 나서 경영진의 위법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MBC 사측이 중노위 결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에 가집행 소송을 내 중노위 명령을 즉각 이행토록 할 계획이다. 중노위도 판정서에서 사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구제명령 효력은 정지되지 않으므로 판정 내용을 성실히 이행토록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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