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송 예정이던 ‘MBC 스페셜’ “탄핵” 편이 불방된 것에 대해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편성제작 책임자를 불러 소명을 듣기로 했다.

16일 열린 방문진(이사장 고영주) 정기이사회에서 최강욱 이사는 ‘탄핵’을 주제로 방송 제작이 진행되던 MBC 다큐멘터리가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편성이 돌연 취소되고, 담당 PD가 방송 제작을 할 수 없는 부서로 전보되는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조치를 요구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에 따르면 당초 지난해 12월부터 ‘탄핵’을 주제로 촬영이 시작돼 3개월 가까이 방송 제작이 준비됐던 ‘MBC 스페셜’이 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현 목포MBC 사장)의 지시로 갑자기 편성이 취소되고 다른 편으로 대체됐다.(관련기사 : MBC,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하고 담당PD 내쫓았다)

노조는 “(김현종 전 본부장은) 그러다가 곧바로 ‘보고받은 기억은 있지만 승인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는 방송사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보고받은 적 없다’는 본부장의 한 마디로 3개월을 준비한 프로그램을 언제든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은 방송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로 MBC 방송강령과 편성규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13일 ‘MBC 스페셜’ “탄핵” 편 대신 편성된 “농부의 탄생-열혈 남한정착기” 편 방송 갈무리.
▲ 지난13일 ‘MBC 스페셜’ “탄핵” 편 대신 편성된 “농부의 탄생-열혈 남한정착기” 편 방송 갈무리.
최 이사의 지적에 대해 고영주 이사장은 다음 이사회 때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을 불러 소명을 듣기로 했다. 아울러 이인철 이사가 주장한 지난달 21일 탄핵 찬반 집회 내용을 다룬 ‘PD수첩’ 방송에서 태극기(친박) 집회 동원 의혹 제보자 중 한 사람으로 나온 인물의 정체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을 들을 예정이다.

한편 MBC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 논란과 관련해 한국PD연합회(회장 오기현)는 14일 성명을 내고 “지난달 28일 숱한 반대와 비난 속에서 김장겸 MBC 사장이 취임한 후 MBC는 친박집회를 찬양·미화하며 헌정 유린 세력의 구심점을 자임해 왔는데, ‘MBC스페셜-탄핵’ 불방과 담당 PD 유배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MBC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에도 헌재 판결 불복을 선동하고 있는 범죄 피의자 박근혜와 한편에 서서 대다수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14일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파면되며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에 탄핵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불방 조치하고 담당 PD를 ‘유배지’ 부서로 보내버리는 것은 정치적인 외압과 보복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MBC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해 언론의 자유를 무너뜨리는 일은 더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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