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탄핵결정문에 현대자동차, KT, 롯데 등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연루 사례가 언급된 이후 투자자문사도 주총에서 해당 기업 회장 또는 이사 선임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문회사인 (주)서스틴베스트는 15일 내놓은 의견서에서 오는 17일 열릴 예정인 현대자동차와 GS리테일의 주총과, 24일 예정된 KT 등의 주총에 올라온 이사선임안에 반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사회적 책임투자 및 지속가능경영의 요소를 투자하는데 적극반영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자문사로 알려져있다.

오는 24일 예정된 KT 주총의 황창규 회장 연임안에 대해 서스틴베스트는 “황창규 회장 후보의 선임 과정부터 경영의사결정에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하였으며, 이로 인해 사내이사로서의 적격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황 회장의 경영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을 통해 차은택의 측근 인물인 이동수를 회사에 채용하고, 광고 업무를 담당하도록 황 회장에게 요구해 황 회장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됐다고 전했다. 황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5년 1월 안종범 전 수석이 “윗선의 관심사항인데 이동수를 채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이동수가 회사에 첫 출근한 후 안 전 수석에게 감사하다고 보낸 문자메세지를 공개한 바 있다고 이 투자회사는 설명했다.

이후 KT는 최순실 소유 회사이자, 차은택이 운영 중인 플레이그라운드를 회사의 광고대행사로 선정하였고, 플레이그라운드는 회사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다고 이 투자자문사는 소개했다.

▲ 지난해 3월22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에서 열린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황창규 KT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홍채인식 금융 보안 솔루션(결제 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3월22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에서 열린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황창규 KT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홍채인식 금융 보안 솔루션(결제 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서스틴베스트는 24일 삼성물산 주총에 올라온 장달중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이 회사는 장 이사 후보에 대해 “2014년 8월 (구)제일모직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되었으며, 2015년 회사합병 이후 현재까지 삼성물산 사외이사로 재직중”이라며 “그는 현재 대림산업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은 삼성물산과 동종산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동 후보가 두 회사의 이사직을 겸임하는 경우 회사 및 주주와 이해상충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반대를 권고한다고 이 회사는 전했다.

다만 장 이사의 선임 반대와 관련해 서스틴베스트는 삼성물산이 2015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K스포츠재단에 총 15억 원을 출연한 사실, 검찰이 대가성 여부 수사를 진행한 사실, 청와대 외압으로 국민연금이 손실을 감수하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는 의혹 등도 참고의견으로 뒷부분에 제시했다.

서스틴베스트는 17일 열릴 예정인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과거 주주가치 훼손 경력이 드러나 반대 권고를 했다. 서스틴 베스트는 이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사내하청 불법파견 건도 반대 권고에 있어 참고의견으로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7년 10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의 현대글로비스 지원거래 포함 총 6개의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에 참여한 지원 및 수혜업체에 총 623억8천3백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소송 끝에 2012년 11월 과징금이 485억 원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정몽구 회장은 당시 글로비스 주주(지분율 28.12%)였으며 지원업체인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였다.

서스틴베스트는 참고의견으로 현대자동차가 2015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미르재단에 총 46억 원을 출연했으며, 2016년 3월에는 K스포츠재단에 22억8000만 원을 출연했다며 그 외에도 최순실씨의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최순실씨의 실소유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에 물품 및 광고 몰아주기 명목으로 각각 11억 원, 62억 원을 추가 지원했다고 전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특히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메모에 의하면, 정몽준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위 지원행위의 대가로 노사문제, 환율, 전기차/수소차 지원, 현대차 신사옥 지원 등과 관련된 민원청탁을 행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서스틴베스트는 “현대차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서 사내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투명경영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반박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출연금 모금 경위 및 강제성, 출연의 대가성 등에 대한 검찰 조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썼다.

▲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오후 회의에서 전경련 해체와 관련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오후 회의에서 전경련 해체와 관련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스틴베스트는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 건에 대해서도 지난 2월 서울고법이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은 모두 불법파견이며 1차 사내하청 비정규직뿐 아니라 2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도 의견서에 적시했다.

한편, 최근 국민연금 노조와 KT새노조가 연대해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황창규 회장 연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한 것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답변 공문을 보내왔다.

국민연금은 15일 ‘KT관련 사회책임투자원칙에 입각한 의결권행사 요청에 대한 답변’에서 “국민연금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권행사에 관한 기준, 방법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을 명문화한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을 제정 운영하고 있다”며 “KT 정기 주총 회장선임 건에 대해 이 지침에 따라 객관적이고 투명한 프로세스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원론적인 선에서만 답변했다.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예측가능하고 합리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공공운수노조와 KT새노조, 국민연금 노조가 7일 오전 전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KT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게 황창규 회장의 연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
▲ 공공운수노조와 KT새노조, 국민연금 노조가 7일 오전 전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KT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게 황창규 회장의 연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
이와 함께 황창규 KT 회장은 차은택 권한남용 혐의 등에 대한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 15일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요구서를 받았으나 지난 13일 또 불출석사유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주총을 앞두고 증인출석 불응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 국민연금이 황창규 KT회장 연임안 반대 의결권 행사 요구에 대해 KT새노조 앞으로 15일 보내온 답변 공문.
▲ 국민연금이 황창규 KT회장 연임안 반대 의결권 행사 요구에 대해 KT새노조 앞으로 15일 보내온 답변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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