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파면 헌재 결정문에 대통령으로부터 기업자율권 재산권 침해를 당한 것으로 기재된 기업들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결정문에서 현대자동차와 롯데그룹, KT를 직접 거론했다.

헌재는 우선 현대차와 관련해 “피청구인(박근혜)이 최서원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하였다”며 “또 안종범은 피청구인 지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전달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여 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롯데에 대해서도 “또 피청구인은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하여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해 하남시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여 롯데는 케이스포츠에 70억 원을 송금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KT에 대해서도 헌재는 “최서원의 요청에 따라,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KT에 특정인 2명을 채용하게 한 뒤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했다”며 “그 뒤 플레이그라운드는 케이티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어 케이티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피청구인(박근혜)의 행위를 두고 헌재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지난해 12월12일 오전 9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지난해 12월12일 오전 9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를 두고 현대자동차 노조는 검찰이 제대로 조사해서 불법이 드러나면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탄핵인용문에 거론된 것에 우리는 놀라지도 않는다”며 “불법이 드러나면 처벌하라는 것이 우리 입장이며, 대가성을 더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가성이 밝혀지면 입장을 또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노조는 오는 17일 예정된 현대자동차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온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의 70억 제공 관련 언급에 대해 참여연대는 뇌물죄에 대해 더 적극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롯데면세점 선정 대가성 및 신동빈 구속영장 기각 등 여러 면에서 대가성이 의심된다”며 “롯데의 사드배치 부지 제공도 이와 관련성이 있는지 수사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처장은 “헌재 결정문에는 직권남용, 돈 뜯어내 특정인(최순실)에 부당이득을 주는데 악용됐다고 나오지만 그것만 봐도 뇌물로 보고 더 수사할 만하다”며 “검찰은 이에 근거해서 부담없이 정경유착 뇌물죄 혐의를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처장은 “뇌물죄 처벌과 별개로 해당 기업들은 국민들 앞에 신랄한 자기고백과 석고대죄가 필요하다”며 “그래야 기업의 신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KT 새노조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어 “전 국민이 지켜본 탄핵선고 결정문에 이름이 거론된 기업으로 국민이 알만한 기업이 KT 말고 어디가 있는가”라며 “이런데도 KT회장을 황창규 회장이 (회장을) 계속하겠다는 건 국민기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황창규 회장이 즉각 사퇴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더이상 KT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라는 민심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국정농단 부역자를 엄벌하고, 정의로운 KT, 국민기업 KT로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오후 회의에서 전경련 해체와 관련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오후 회의에서 전경련 해체와 관련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해당 기업 측은 피해자 입장이라거나 정부 요청에 지원했을 뿐 국정농단인 줄 몰랐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13일 전화통화에서 “피해자 입장인 상황이고, 검찰 조사가 진행중이어서 이 상황에서 회사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14일 “정부에서 체육시설 지원을 요청해서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참여한 것일 뿐 국정농단인 줄 알고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검토해보니 비용이 너무 커서 ‘줄일 수 없느냐’고 했더니 (정부에서) 다시 절반정도로 다시 요구했다. 그래서 우리가 차라리 비용 보다 건물을 지어서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다시 지원을 현금으로 해달라고 해서 협상을 통해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이후 아직 추가 수사를 받지는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롯데면세점 선정 대가성과 관련해 “면세점 부분의 경우 1차 선정에서 떨어졌을 당시 선정 문제가 있어 재검토를 추진한 시기가 대통령과 회장의 접촉이 있기 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사드배치 부지선정과 관련성에 대해 “사드배치 부지 제공 건의 경우 지금도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당하고 있고, 정부가 안보상황이라고 해서 여러 차례 이사회에서 심사숙고 거친 뒤 결정한 것”이라며 “그런데 그런 주장을 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반론했다.

한편, KT 측은 별도의 입장이나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KT 홍보책임자는 여러 차례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견해를 요구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 지난해 12월6일 오전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에 참석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해 12월6일 오전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에 참석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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