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다음날인 11일 열린 박근혜퇴진 제20차 범국민공동행동은 축제 분위기였다. 주최측에 따르면 50만명(오후 7시 기준)이 넘는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찾아 “우리가 이겼다” “박근혜는 파면됐다” “청와대에서 방빼라”등을 외치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자축했다. 

이날 광화문 곳곳에는 탄핵을 축하하는 다양한 부스가 마련됐으며 헤어롤을 한 베트맨 등 특색있는 복장의 참가자들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참가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집회에 사용되는 피켓과 구호 역시 달라졌다. 탄핵 이전 “이게 나라냐”냐는 피켓 문구는 “이게 나라다, 이게 정의다“로 바뀌었다. 이날 집회 사회를 맡은 박진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이제 매주 집회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드디어 우리에게 주말이 왔다“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 예술가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축하하는 상징물을 그리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 예술가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축하하는 상징물을 그리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이날 집회는 ‘박근혜 이후’를 준비하는 발언들로 채워졌다. 박 전 대통령은 퇴진했지만 한국 사회의 적폐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어제 결정문에는 박근혜 정권에서 탄압과 고통을 받아왔던 수많은 노동자, 농민, 민중의 고통이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최 직무대행은 “헌재 결정은 큰 선물이었지만 아쉬움도 많다”면서 △뇌물을 준 재벌을 재산권과 경영자율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 규정한 것 △언론자유 침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한 점 △세월호 참사 304명의 희생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묻지 못한 것 등을 꼽았다. 

‘재벌 체제 청산’과 ‘언론 개혁’ 역시 남은 과제로 거론됐다. 김태연 퇴진행동 재벌구속특위장은 “IMF 이후 우리의 삶은 어땠냐”면서 “재벌들은 750조가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았다. 박 전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뇌물을 주고받았던 2015년, 이재용은 최저임금 1만원을 가로막기 위해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김 특위장은 “청년실업을 빌미살아 평생 비정규직을 몰아붙인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재벌 체제 청산은 적폐청산의 중요한 과제”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회장 등을 구속시켜야 한다. 국정농단에서 재벌 총수들이 가로챈 범죄수식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3월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20차 국민공동행동 참가자들. 사진=이하늬 기자
▲ 3월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20차 국민공동행동 참가자들. 사진=이하늬 기자
언론개혁 역시 중요한 과제로 언급됐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사무처장은 본대회에 앞서 열린 사전대회에서 “종합편성채널은 3년마다 방송사 허가를 받는다. 여기에서 TV조선은 퇴출돼야 할 점수가 나왔다”며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재승인 허가를 취소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낮은 점수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TV조선을 봐주는 것은 마치 이화여대가 정유라를 봐주는 것과 흡사하다”면서 “편파, 왜곡 방송은 국민에게 엄청난 큰 피해로 돌아온다. 방통위가 원칙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목소리를 내어달라”고 말했다. 

MBC 해직기자인 이용마 기자도 단상에 올랐다. 이 기자는 “언론이 목소리를 냈다면 여러분들이 이 차가운 광장에 나올 일이 없었다”면서 “공영언론사 사장의 인사권을 국민이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언론이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들의 충견 노릇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기자는 “박근혜 게이트는 언론에서 출발했고 특검을 통해 게이트의 진실을 일부나마 밝힐 수 있었다”면서 “검찰과 언론이 바로서면 재벌 문제, 노동의 문제 등 모든 사회적 적폐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며 국민이 언론과 검찰의 인사권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2012년 MBC 파업을 이끌다 해직됐다. 

▲ 복막암으로 투병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11일 열린 박근혜탄핵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복막암으로 투병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11일 열린 박근혜탄핵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그간 이어왔던 ‘소등 퍼포먼스’ 대신 ‘셀카 인증샷’과 ‘파도타기’를 진행했다. 박 공동상황실장은 “소등 퍼포먼스는 그간 우리가 암흑 속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암흑을 몰아냈기 때문에 셀카를 찍고 #박근혜방빼 라고 써서 SNS에 올리자”라고 제안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오는 3월25일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는 4월15일 광화문에서 다시 촛불을 들자고 약속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이례적으로 광화문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 11일 열린 제20차 박근혜퇴진 범국민공동행동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낸 탄핵을 자축하는 폭죽을 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1일 열린 제20차 박근혜퇴진 범국민공동행동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낸 탄핵을 자축하는 폭죽을 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시민들이 자축하는 폭죽을 쏘는 뒤로 청와대가 바라다 보인다. (역사박물관 위)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시민들이 자축하는 폭죽을 쏘는 뒤로 청와대가 바라다 보인다. (역사박물관 위)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11일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1일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1일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1일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1일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1일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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