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즉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집회 현장은 혼란과 폭력의 도가니로 급변했다. 경찰버스를 몰고 경찰 차벽을 들이받는가 하면 유리창문을 경찰들에게 던지는 등 심각한 수준의 소요사태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11시20분 경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을 선고한 직후 탄기국 집회에서는 “계엄령을 선포하라” “헌법재판소를 해체하자”는 구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탄기국 집회는 손상대 사회자가 불과 10분 전까지 “헌법재판소가 우리에게 기쁜 소식을 조만간 들려줄 것”이라 공언할 정도로 탄핵 기각을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처음엔 통곡소리가 집회 현장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무대 바로 앞에서 바닥에 앉아 집회 진행을 지켜보던 200여 명의 중년 여성들은 인용 소식을 듣자 마자 단체로 흐느끼며 “지금 즉시 계엄령을 선포하라” “세상이 어찌 되려고 하나” “기자들 다 꺼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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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박탄핵반대시민들이 경찰차벽을 넘어 헌재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친박탄핵반대시민들이 경찰차벽을 넘어 헌재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친박탄핵반대시민들이 차벽을 넘어 헌재방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친박탄핵반대시민들이 차벽을 넘어 헌재방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친박탄핵반대세력들이 경찰차벽을 넘어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친박탄핵반대세력들이 경찰차벽을 넘어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경찰의 시위진압장비를 빼앗아 휘두르며 차벽을 넘고 있는 친박탄핵반대시민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금속 장대를 휘두르며 차벽을 넘고 있는 친박탄핵반대시민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곧바로 폭력 사태가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이 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찍던 카메라기자들을 무력으로 몰아내기 시작했다. 일부 흥분한 노·장년 남성 참가자들이 한 곳에 모여있던 40여 명의 카메라기자들에게 발길질을 하거나 책상, 사다리 등으로 가격하면서 취재를 방해했다.

집회 발언자가 “지금부터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위해 거짓 언론 전원 색출 작업에 들어간다”고 발언한 순간 이들은 더 격하게 기자들을 몰아냈다. 인근에 설치된 책상이 모두 무너져 현장은 일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연합뉴스 카메라기자는 집회 참가자에게 사다리로 얼굴 주변부를 가격당했다. 한 집회 참가자도 압력에 밀려 넘어져 귀 부근에 부상을 입고 피를 흘렸다. 일부 기자들은 급작스러운 공격에 카메라, 사다리 등 장비를 챙기지 못하고 인도로 밀려나야 했다.


▲ 사진=이치열 기자
▲ 친박탄핵반대시민들이 경찰버스의 유리를 금속제 장대로 깨고 안으로 들어가 반대쪽 유리를 깨고 나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경찰버스 차벽에 흥분한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버스 차문을 부수고 들어가 운전대를 잡고 통로를 가로 막은 경찰버스를 들이 받았다. 주변의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산발적으로 폭력 사태가 발생하던 상황은 집단 소요 사태로 번졌다. 집회 주최 측은 “헌법재판소로 진격하자”고 반복적으로 선창했다. 집회 무대에서 “우리 손으로 헌재를 없애자” “차벽을 안 열면 피를 볼 것이다” “찌라시 방송 죽여” 등의 선정적인 구호가 여과없이 흘러나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버스 위를 경비하는 경찰 병력을 향해 부서진 유리창을 수차례 던져 위협하기도 했다.

이들이 망치, 쇠막대 등으로 경찰버스를 있는 힘껏 가격해 행진 현장에서는 ‘쾅’하는 굉음이 연신 이어졌다.

▲ 사진=이치열 기자
▲ 친박탄핵반대시민들이 사다리를 놓고 경찰차벽을 넘어가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실탄이 장전된 가스총도 발견됐다. 군복을 입은 한 노년 남성이 안국역 3번 출구 앞에서 경찰에게 가스총을 들이대다 제압돼 무장해제됐다. 이 남성은 경찰에게 ‘분사기소지면허’를 보여주면서 아들이 경찰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은 경찰버스 위를 직접 넘거나 경찰버스 창문을 모두 부숴버림으로써 행진 통로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밧줄, 3m 길이의 나무 막대, 죽봉(대나무봉) 등의 흉기가 발견됐다.
▲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군복을 입은 친박탄핵반대시민이 경찰을 향해 가스총을 뽑아 들다가 제압당하고 격리됐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군복을 입은 친박탄핵반대시민이 경찰을 향해 가스총을 뽑아 들다가 제압당하고 격리됐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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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압수한 가스총에는 가스탄알이 장전돼 있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결국 사망자도 발생했다. 경찰차벽을 뚫고 헌재 방향 행진을 시도한 지 30분 경이 지났을 무렵인 오후 12시25분 경, 안국역 5번 출구 옆 도로 경찰차량 옆에서 '쿵'소리가 들려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집회참가자 김아무개씨(72)가 왼쪽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피해자는 사고 현장 옆에 주차된 전북지방경찰청 소음관리 차량에서 떨어진 철제 기물에 맞았다. 목격자는 자신은 피했으나 노인은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여 분 후 강북소방서 구급대원이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결국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경찰 버스 위에 설치된 시위 측정용 스피커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 스피커가 왜 떨어졌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위대들이 버스를 흔드는 과정에서 떨어졌다는 말이 전해지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 병력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사망원인을 두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사진=손가영 기자
▲ 사진=손가영 기자
신원불명의 남성 1명도 오후 12시15분쯤 안국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그는 심폐소생술 실시 후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기국 집회는 10일 오전 9시부터 안국역 5번 출구 옆 삼일대로에서 열렸다. 헌법재판소행 행진으로 바뀐 후 집회 참가자들은 현재까지 삼일대로 부근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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