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이 밝았다. 신문들은 일제히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똑같이 '승복'을 말했지만 한겨레와 경향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복 가능성을 우려했다. 반면 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야권과 촛불을 겨누며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승복'할 것을 요구했다.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광폭 '개헌'행보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10일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오늘, 민주주의 운명의 날"
국민일보 "민주당, 기각돼도 거리로 안 나간다"
동아일보 "오늘, 분열과 혼돈에 마침표 찍자"
서울신문 "승복의 날이 밝았다"
세계일보 "'분열 끝내고 새로운 대한민국 열자'"
조선일보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 앞에 서다"
중앙일보 "오늘 승복이 법치의 새 역사 연다"
한겨레 "민심은 80대 20... 법의 심판만 남았다"
한국일보 "승복할 준비 되셨습니까"

12시, '운명' 결정된다

10일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를 앞두고 청와대, 정치권, 대선주자들은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기 보다는 숨을 죽이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분위기를 "대통령도 대선주자도, 침묵의 기다림"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표현했다.

언제쯤 결론이 나올까.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10일 오전 11시 헌재 선고가 시작되면 선고 이유를 설명하는 결정문과 결론인 주문을 읽는 데만 1시간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2시 경에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피청구인을 파면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인용'이 된 것이다.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기각'이다. 인용이 되면 박 대통령은 자동으로 파면된다.

▲ 10일 경향신문 1면 보도.
▲ 10일 경향신문 1면 보도.

동아일보는 "파면이 결정되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를 떠나야 한다"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중 경호, 경비 외에는 어느 것도 제공받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장 청와대를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 동아는 "청와대 관저를 떠나야 하는 시점은 (명문화 돼 있지 않아) 유동적"이라며 신변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8명의 재판관 중 기각 의견 재판관이 3명 이상이면 '기각'된다. 재판관 다수가 탄핵소추 의결과정 등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면 소추사유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각하'된다. 반면 6명 이상의 재판관이 13개 소츄사유 중 1개 사유라도 인정하면 '인용'돼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된다.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향신문은 "탄핵사유 1개라도 '헌법 법률 중대한 위반 인정되면 파면'"에서 "인정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사유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미르, 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모금(권한남용) 부분"이라며 "이 밖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인정한 청와대 문건 유출(국민주권, 법치주의 위반)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10일 중앙일보 1면 보도.
▲ 10일 중앙일보 1면 보도.

법 위반이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의 법 위반이 곧 파면을 뜻하지 않는다"면서 중대한 법 위반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거나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때도 법 위반이 인정됐지만 중대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된 바 있다.

박 대통령 불복 경계하는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똑같이 '승복'을 이야기 했지만 뉘앙스는 달랐다.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 심판에 따른 승복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을 염려했다. 경향신문은 "선고당일까지 박 대통령은 탄핵 결정 이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 없다"면서 "박 대통령이 암묵적으로라도 불복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깨끗이 승복하겠다는 뜻을 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더 이상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 박 대통령이 먼저 극단적 태도를 보이는 일부 지지자를 자제시켜야 한다"면서 "마지막까지 국민이 대통령을 부끄러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승복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일보 역시 "박 대통령의 책임은 누구보다 크다"면서 "결자해지의 심정과 결단으로 헌재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국민통합 대열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양쪽 승복' 강조하는 보수신문

반면 보수신문들의 '승복'요구는 촛불과 야당을 정조준했다. 중앙일보는 "오늘 승복이 법치의 새 역사 연다" 제하의 사설을 1면에 내고 "촛불집회, 태극기 광장의 시민들도 이젠 헌재의 심판을 수용해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승복'을 강조했는데, 야권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국민과 정치권은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헌재 심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의 지배 아닌 불복을 부추기는 정치인은 민주주의자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대동소이한 사설을 내놓았다. "기각되면 혁명 같은 말을 반복해왔다"면서 촛불집회에 대한 우려를 내놓은 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집회 참석을 자제해달라는 많은 주문을 거스르고 단 한번도 빠짐 없이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오늘 이후에도 자극적인 분열 책동을 펴는 사람이 있으면 대선 주자로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설의 제목은 "오늘 시험대 오르는 대한민국, 역사적 승복으로 위기 끝내자"다.

김종인, 황교안 '대선' 변수되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자연스럽게 선거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굳건히 '대세'를 지키고 있지만 변수들도 나오고 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개헌'을 고리로 비문연대를 다시 조직화할 가능성이 높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에서 개헌과 대연정을 고리로 김 전 대표와 연대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 본인도 적극적이다. 김 전 대표는 10일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와 오찬을 할 계획이고 9일에는 유승민 의원을 만났다. 지난 7일에는 국민의당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조찬을 했다. 경향신문은 "김 전 대표가 민주당 내 비문세력,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비박계를 규합해 원내 180~200석을 확보한 뒤 이들과 대연정 형태로 집권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탄핵이 인용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출마 여부도 나오게 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면 이달 20일경 대통령 선고일을 공고해야 한다. 선고일 공고 권한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있기 때문에, 공고 이전에 대선출마 여부를 결정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 10일 경향신문 보도
▲ 10일 경향신문 보도

사드'보복' 초비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경향신문은 "경제보복의 여파가 국내수출 중소기업으로 번지고 있다"면서 "개별수입자는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았던 중국 당국의 태도가 사드논란 이후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호황을 누렸던 수도권 일대 소형 호텔, 모텔들이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산업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면세점, 항공, 여행사, 중국 진출 유통업체 등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드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마트는 해킹 우려에 홈페이지를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조선일보는 "중국 내 매장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를 당한 롯데마트는 9일 홈페이지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면서 "계열사 홈페이지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중국 수출 음료에 대한 현지 통관이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사드보복으로 피해를 보는 롯데그룹을 위해 '교통유발 부담금'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경향신문이 단독보도했다. 교통유발부담금은은 도심 내 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에 부과하는 일종의 준조세다. 그러나 롯데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닌 상황에서 '특혜'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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