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편향은 기본이고 ‘꼰대’적인 심의도 적지 않다. JTBC에게 유독 ‘깐깐’하지만 다른 종편에는 관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성의 키스는 문제가 없지만 동성 키스는 중징계까지 내렸다. ‘국가보안법’ ‘음란물’을 이유로 무작정 차단하고 보는 행정도 문제다. 오는 6월 임기가 끝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문제적 심의·검열 사례를 모아봤다.

1. 한놈만 팬다? JTBC에 유독 ‘깐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잣대는 유독 JTBC에 깐깐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친박단체의 항의에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결론이 나온 건 아니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한 사안을 심의한 행위 자체가 문제다.

앞서 JTBC 뉴스룸이 뉴욕타임스 2014년 1월13일 사설을 2015년 10월12일 사설로 잘못 표기했는데 단순오기였음에도 중징계인 ‘주의’를 받았다.

당시 야당추천 박신서 위원은 “채널A가 최근 ‘국정수행 잘했다’는 항목에서 긍정평가가 늘어난 여론조사 결과를 ‘국정화 방침 찬성여론 증가’라는 식으로 자막을 띄웠는데, 그건 경징계로 밀어붙였다. 이중잣대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여당추천 고대석 위원은 “채널A의 보도는 단순한 자막실수”라고 답했다. 그러자 야당 위원들은 “JTBC도 단순 자막실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 뉴욕타임스 사설 날짜 오기한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 뉴욕타임스 사설 날짜 오기한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2. “민주당 한민족편 아니다”발언은 경징계 처리

반면 TV조선과 채널A에는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TV조선에 출연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켜 “북한 노동당정권에 대해서는 적개심을 한 번도 표현한 적 없는데 왜 국정원 이야기만 나오면 발작적으로 적개심 드러내고 선동하고 괴롭히느냐. 어느 편에 선 조직이냐. 최소한 한민족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심의 과정에서 정부여당 추천위원들은 재승인 심사 때 감점을 받지 않는 행정지도로 정리하려 했다. 이 같은 일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야당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은 “심의 잣대가 다른 게 확실하다. 1년 7개월 동안 회의에 들어왔는데 소용없다”며 보이콧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3. “창조경제 기업” 내세울 땐 언제고 레진코믹스 차단

웹툰사이트 ‘레진코믹스’의 접속을 차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5년 3월 방통심의위는 “레진코믹스가 성기 노출, 성행위 묘사 등 다수의 문제성 음란물을 게재했고, 청소년 보호를 위한 수단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차단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콘텐츠가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사이트 접속을 막은 건 과잉 검열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레진코믹스는 유료사이트이기 때문에 이미 결제한 회원들이 콘텐츠를 볼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방통심의위는 3시간 만에 차단 보류 조치를 내렸고 실수를 인정했다.

이후 레진코믹스가 2014년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모범 사례로 선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조롱이 이어졌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이트 차단 안내화면.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이트 차단 안내화면.

4. 북한기술 다루면 국가보안법 위반?

지난해 5월24일 북한의 ICT 이슈 전문 웹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접속이 차단됐다.

그러나 노스코리아테크는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 현황을 다루는 전문 사이트로 흔히 말하는 ‘종북성향’사이트와는 거리가 멀다. 노스코리아테크의 북한 관련 정보는 국내 언론이 자주 받아쓰기도 한다. 노스코리아테크는 “한국과 북한 모두 인터넷 검열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게 된다. 프리덤하우스는 지난해 세계 인터넷자유순위를 공개하며 “2016년 5월 영국 언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가 한국 규제기관에 의해 차단당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5. BJ불러 호통, 교무실이 된 방통심의위

“앞으로 직업정신을 갖고 조심히 하겠습니다.” 아프리카TV의 인기 BJ 철구형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진술한 내용이다. 지난해 인터넷 방송 진행자 6명을 불러 꾸짖었다.

박신서 위원은 "내 동생이나 내 조카가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는가”라며 “BJ라는 말에 브로드캐스팅(방송)이 들어갔으니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위원중 한 명이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통신심의 대상 사업자인 아프리카TV측에서 출석을 권한 것이지만 인터넷 방송 진행자까지 불러 의견진술을 받는 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6. 이성키스는 되지만 동성키스는 안 된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확고했다. 이성끼리 키스하면 문제가 없지만 여고생 간 동성키스 장면을 내보낸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은 2015년 4월 중징계인 ‘경고’제재를 받았다. 경고는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2점 감점이 되는 강력한 조치다.

9명의 위원 중 “심의위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드라마 소재로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지난 2011년에 이미 결론이 난 내용”이라며 중징계를 반대한 위원은 장낙인 상임위원 뿐이었다.

▲ JTBC 선암여고 탐정단 화면 갈무리.
▲ JTBC 선암여고 탐정단 화면 갈무리.

7. 이게 안철수 선거운동으로 보이십니까?

선거방송 심의에서 MBC 드라마 ‘내딸 금사월’을 심의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도서관에서 주인공들이 대화를 나누는데 배경으로 주간지 코너가 비춰졌고, ‘시사저널’표지에 안철수 의원의 얼굴이 나왔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황당하지만 제재가 불가피했다는 게 선거방송심의위의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21조는 방송은 선거일전 90일부터 선거 관련 방송과 보도를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내보내거나 출연효과를 내면 안 된다. 선거방송심의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선거기간 꾸려지는 특별기구다.

▲ MBC 드라마 '내딸 금사월' 회면 갈무리.
▲ MBC 드라마 '내딸 금사월' 회면 갈무리.

8. ‘빼박캔트’ 신조어 많이 쓰면 중징계?

MBC계열 케이블채널에서 방영되는 ‘주간 아이돌’은 통신용어, 신조어 등 부적절한 언어사용으로 중징계를 받았다.

문제가 된 대목은 이렇다. 진행자인 김성규가 당황하자 ‘규들짝(김성규+화들짝)’ ‘규절부절(김성규+안절부절)’ 이라는 자막이 나갔다. 출연자 레오에 대해 ‘처음 마주하는 츤데레오’, ‘츤데레오 봉인해제 임박’이라는 자막을 썼다. 출연자 켄이 변희봉 성대모사를 하자 '빼박캔트 변희봉'이라는 자막이 나갔다. 그룹 트와이스 출연분에서는 ‘is 트밍아웃(트와이스+커밍아웃) 유발곡’, ‘이로써 너도나도 트밍아웃’이라는 자막을 썼다.

당시 여당추천 함귀용 위원은 “시종일관 우리 언어에 혼란을 주는 행동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막겠다고 이야기한 적 있다”면서 중징계 의견을 냈다. 이후 주간아이돌의 신조어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