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반올림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되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사과’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반올림에서는 사과받은 이가 없다. 직접적인 사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발언은 아래와 같다. 

“(반올림이) 유가족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전문 시위꾼처럼 귀족노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삼성 본관 앞에서 반올림이 농성을 하는데 그 사람들은 유가족도 아니다. 그런 건 용서가 안 된다.”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도 ‘바닥 노동자’부터 시작한 사람으로 유가족이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을 인정한다. 이재용 부회장도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보상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올림 활동을 하면서 귀족노조처럼 행세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양 최고위원의 발언은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다. 먼저 “반올림이 유가족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라는 말이다. 반올림은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가 만들었고 여전히 반올림 ‘교섭 대표’다. 황씨는 늘 “내가 반올림이고 반올림이 나”라고 말한다. 

해당 발언은 사실관계를 넘어 반올림과 피해자를 구분지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이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삼성전자, 가족대책위, 반올림 대화에서 삼성전자의 주장과 닮았다. 삼성은 늘 “반올림은 빠지라”는 식의 태도를 취했다.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지난 2월1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범국민대회 당시 보인 방진복 전시. ⓒ변백선 '노동과 세계' 기자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지난 2월1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범국민대회 당시 보인 방진복 전시. ⓒ변백선 '노동과 세계' 기자
나아가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 활동가는 이렇게 지적한다. “유가족은 피해자이기 이전에 권리의 주체이며, 반올림은 피해자 지원단체이기 이전에 연대의 주체다. 권리를 찾기 위한 조직으로서의 노동조합과 권리를 찾기 위한 행동으로서의 시위는 누구나 누려야 마땅한 권리다.”

“전문 시위꾼처럼 귀족노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 “반올림 활동을 하면서 귀족노조처럼 행세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발언도 틀렸다. 반올림을 ‘굳이’ 유가족과 활동가로 나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반올림의 상임활동가는 3명이다. 3명 중에 귀족노조 행세를 하는 이는 누굴까 기자도 궁금하다. 

반올림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며 이 상임활동가 3명 중 여기서 활동비를 받는 이는 2명이다. 임자운 변호사는 연수원 동료들의 후원으로 고정된 후원금을 받고 있다. 나아가 노동자와 활동가는 귀족이면 안 되는 것일까. 미류 활동가의 말처럼 누구나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상 문제다. 양 최고위원은 “유가족이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올림이 왜 길거리에서 500일을 싸우고 있는지 본질을 전혀 꿰뚫지 못한 발언이다. 삼성이 그동안 취해왔던 입장과 일치하기도 한다. 

이들이 원하는 건 보상만이 아니다. 그간 반올림은 사과와 보상,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삼성은 보상만을 강조했다. 언론을 통해 1000억원의 기금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그 사이에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등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양 최고위원의 사과방식을 지적하고 싶다. 양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저의 취지와 뜻이 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잘못 전해진 것은 전적으로 저의 미숙함 탓”이라고 썼다. 문 전 대표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사과’했다. 기자와 불특정다수가 사과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다. 

권영은 활동가는 “문재인 전 대표도 사과를 했다는데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멘트로 사과를 하면 우리는 사과를 받은 게 되는건가”라며 “어제 발언으로 반올림은 물론이고 반올림과 함께 연대했던 모든 이들이 모욕을 느끼고 있는데 그렇게 사과하면 끝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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