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결과 탈락 사업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3개 방송사 중 1개 방송사가 재승인 합격 기준에 미달됐다.

한 심사위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각자 심사를 하고 총평을 한 결과 성적이 좋은 종편과 그렇지 않은 종편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면서 “방송사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하나의 방송사는 (탈락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특정 종편의 재승인 평가 점수가 합격선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탈락 대상으로 거론되는 종편은 어느 곳일까. 이번 재승인 심사는 승인 시점이 다른 MBN을 제외한 TV조선·채널A·JTBC 등 3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TV조선이나 채널A가 낮은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종편 재승인 평가는 평가점수 1000점 중 650점에 미달되거나 핵심 항목에서 50%이상 득점하지 못할 경우 탈락된다. 심사는 심사위원장을 제외한 12명의 위원이 책정한 점수의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심사와 배점 기준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번 재승인 평가 결과 TV조선(684.73점)과 채널A(684.66)가 턱걸이로 붙은 반면 JTBC(727점)는 여유롭게 합격한 점을 주목할만하다. 당시는 이번 재승인 심사와 달리 평가위원 다수를 여권이 일방적으로 임명해 편향성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일부 종편이 안심하기 힘든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세부 항복별로 보면 △방송평가(400점) △공적책임, 공정성의 실현가능성 및 지역사회 문화적 필요성(210점) △기획 편성 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190점) △경영 재정 기술적 능력(100점)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여부(100점) 등으로 나뉜다.

방송평가의 경우 4사 모두 대동소이하게 나오기 때문에 △공적책임 및 공정성 △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항목에서 탈락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재승인 심사 때 TV조선과 채널A 역시 두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JTBC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번에는 두 항목에서 TV조선과 채널A가 이전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210점이 걸린 공적책임 및 공정성에는 심의제재 건수, 방송심의제재의 원인이 된 출연자에 대한 조치사항 등이 반영된다. 특히, TV조선은 지난해만 161건의 심의제재를 받아 채널A 74건, JTBC 29건, MBN 27건보다 월등히 높았다. TV조선은 2013년 29건, 2014년 95건, 2015년 127건 등 매년 심의제재 급증하기도 했다. 두 채널 모두 심의제재의 원인이 된 출연자에 대한 조치가 미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190점 배점인 편성분야 역시 보도 프로그램 비율이 높은 TV조선과 채널A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TV조선의 보도프로그램 비율은 44.4%로 절반가량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채널A(40.37%), MBN(39.07%), JTBC(20.1%)순으로 나타났다. 

▲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지난달 2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편 재승인 심사를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지난달 2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편 재승인 심사를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번과 달리 ‘경영·재정·기술적 능력’(100) 평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 항목에는 “글로벌 미디어기업으로서 발전을 위한 투자실적 및 향후전략”을 평가한다. 지난번 재승인 때만 해도 종편 출범 초기였기 때문에 이 같은 평가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TV조선과 채널A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2013년 이후 JTBC는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등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포맷을 해외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매년 JTBC가 1000억원대 콘텐츠 투자를 하는 데 반해 TV조선과 채널A는 절반에 불과한 400억~500억 원 수준의 콘텐츠 투자를 해온 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을 닫는 종편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재승인 평가 기준에 따르면 650점 미달 사업자에 대해서는 ‘재승인 거부’뿐 아니라 ‘재승인 기간단축을 포함한 조건부 재승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언론탄압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특정 방송사의 재승인을 취소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본잠식 상태인 OBS도 올해 재승인 기간을 줄이고 조건을 까다롭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재허가를 받은 바 있다.

심사가 지난달 25일 끝났지만 방통위에서 의결 시점을 3월 말로 정한 것 역시 650점 미만 종편이 있고, 재승인 조건에 대한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사실상 ‘재승인’을 하되 ‘조건’을 까다롭게 부과하고 수시로 이행실적을 점검하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승인 기간을 1~2년으로 줄이고 △오보·막말·편파방송에 대한 심의조치 건수가 과도할 경우 △보도 프로그램 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콘텐츠 투자가 미미할 경우 등 세부사항을 적시한 뒤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부과하거나 다음 재승인 심사에서 대폭 감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심사위원회 관계자 역시 “이번 재승인 이전과 이후 종편이 확연하게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을 만들고 특혜를 제공해온 방통위에서 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일까. 방통위는 정부여당 3: 야당2 구도이고 심사위원회도 정부여당 중심으로 꾸려진다. 그런데 TV조선 등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종편이 ‘최순실 게이트’ 보도로 날을 세우면서 정부여당이 종편을 무리하게 보호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MBC출신 여당추천 김석진 위원이 종편의 보도 공정성, 특혜, 광고직업영업 등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등 각을 세워온 점을 감안하면 이탈표가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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