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서비스를 하는 외국 IT사업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판결이 나왔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구글과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낸 ‘개인정보 제3자 재공내역 공개’ 청구소송 항소심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지난달 16일 나왔다. 

사건은 스노든의 폭로로부터 시작됐다. 스노든은 구글이 이메일 정보 등을 포함해 미국국가안전보장국의 광범위한 정보수집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2014년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를 비롯한 6명은 구글과 구글코리아에 제3자에게 제공한 구글계정의 메일 착발신 대상, 메일 내용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 구글 화면 갈무리.
▲ 구글 화면 갈무리.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두가지다. 우선, 재판부는 1심에서 ‘구글 본사에 대해서만 제3자 제공내역을 공개하라’고 밝혔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구글코리아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보통신망법은 ‘제3자 제공 등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내역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해외사업자의 본사는 물론 국내 지사인 구글코리아까지 법 적용 대상으로 본 것이다.

앞서 지난해 1심 재판부가 구글 본사에만 정보공개 의무를 부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동안 구글코리아는 “구글본사와 달리 구글코리아는 개인정보 취급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고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그러나 원고측이 구글코리아가 개인정보 업무를 하는 정황을 지속적으로 제시하자 재판부도 납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고측은 구글코리아의 사업신고내용에는 개인정보 관리 분야가 포함된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 돼 있다며 민원을 넣었다. 사업자가 신고한 분야의 사업을 1년 동안 하지 않으면 미래창조과학부가 사업의 폐지를 명령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압박한 것이다.

앞서 1심 재판에서 원고측은 구글 약관에 ‘구글코리아 개인정보팀에 문의하라’는 문구가 있다는 점을 들어 구글코리아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가 구글코리아에 “조직도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구글코리아는 “조직도가 없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구글코리아 직원들의 명함을 수집해 조직도를 직접 재구성하면서 대응했다.

원고측 대리인 양홍석 변호사는 “재판부는 구글코리아가 사업주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전제에서 구글코리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다만 기업이나 단체메일 계정의 경우 개인 소비자로 보기 힘들어 일부는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해외사업자도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 취지를 볼 때 국내에 신고하고 사업하는 사업자 및 신고 없이 서비스만 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미국 법령에 따라 비공개 의무가 있는 사항은 제외한 내용만 공개하라고 판시했으며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도 기각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상고심을 제기해 인정받지 못한 사안에 관해 다시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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