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새 신문지만 보내드립니다.”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종이신문이 온라인쇼핑몰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 묶음 당 80여부. 무게는 10~13kg이며 가격은 7000원 수준이다. 판매업체가 설명하는 종이신문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단열, 뽁뽁이, 포장, 애견동물(새·병아리·고양이), 유리창 청소, 과일 보관까지. 사용후기에는 “깨끗한 신문지로 잘 왔다”, “배송이 빠르고 양도 엄청나다”는 호평이 눈에 띄었다. 이 신문들은 어디서 왔을까.

▲ 새 신문지를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 화면 갈무리.
▲ 새 신문지를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 화면 갈무리.
한 중앙일간지 신문지국장은 “대리점과 본사 간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무리한 부수밀어내기로 파지가 나오고 있다. 신문 구독률은 떨어지고 있지만 본사가 자연 감소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500부만 필요한데 700부를 내려 보내는 식으로 신문을 ‘강매’하고, 700부의 신문대금을 본사가 가져간다는 말이다. 이 경우 지국에는 깨끗한 종이신문 200부가 남게 된다. 신문지국장들에 따르면 파지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다른 중앙일간지 신문지국장은 “한 번도 펼쳐본 적 없는 양질의 파지는 가격이 다르다”고 전했다. 신문업계에 따르면 2016년 1월 기준 1kg당 파지가격은 110원대였지만 현재는 150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질 좋은 깨끗한 신문지는 180원대에서도 거래되며, 파지업체 중에는 10kg당 2000원을 쳐주는 곳도 있다. 지국장들 입장에선 파지가격이라도 높게 받아야 신문대금(지대)을 메울 수 있다.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신문지가 파지묶음으로 거래되는 현실은 종이신문의 추락한 위상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새 신문지 판매업체는 “신문지가 물기를 빨아들여 야채나 과일이 자유자제로 숨을 쉴 수 있다”며 신선보관 용도를 홍보하는가 하면 “물먹는 하마 대역으로 습기를 빨아들여 곰팡이를 방지해준다”, “신문지의 잉크기름 때문에 유리창 때가 잘 지워진다”며 각종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일간지의 발행부수는 조선·중앙·동아일보를 합친 것만 340만부(ABC협회 2016년 말 발표 기준)가 넘는다. 반면 유료부수는 270만부 수준이다. 약 70만부는 ‘공짜신문’이란 얘기다. 이 신문들이 독자들에 의해 펼쳐지지 않고 그대로 파지업계로 직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