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3일 ‘자유한국당’ 당명과 횃불 모양의 새로고를 공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태극기집회 참가와 자유당과 신한국당을 연상케하는 당명을 볼 때, 보수세력의 집결을 노렸으나 현재로선 어디에서도 호응받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새누리당이 공개한 당명과 새 로고를 보면 당명은 짙은 남색을 사용했고 로고는 붉은색으로 휘감아 오르는 불꽃 모양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당명과 로고를 확정한다. 새 당명의 약칭은 ‘한국당’으로 쓰기로 했다.

로고와 관련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자유의 여신상이 횃불을 들고 있다”며 “횃불은 자유와 역동성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당명은 짙은 청색으로 하고 로고는 붉은 색으로 해 태극 문양이 연상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유라는 것은 우리 보수 가치 이념의 대표적 단어이기 때문에 넣었고 한국당은 에전 YS(김영삼) 시절 신한국당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활용했기 때문에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새누리당이 13일 공개한 당명과 로고.
▲ 새누리당이 13일 공개한 당명과 로고.
하지만 자유한국당으로의 개명이나 횃불 이미지는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과는 동 떨어져 보인다. 오히려 이승만의 자유당과 김영삼의 신한국당을 연상케 해 ‘올드’한 느낌이 강하다.

“새롭게 집을 짓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승만, 김영삼 정권을 겪었던 5070대 보수층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를 연상케 하는 로고색 역시 최근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 무효’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 것과 무관하게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당명과 로고는 다른 정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이 겨냥한 보수층으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는 듯하다. 특히 보수성향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횃불 로고가 북한 량강도 ‘봉화탑’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트위터에 “당 색까지 ‘붉은색’ 유지는 하루아침에 북한 노동당 2중대로 전락한 꼴”이라며 “횃불은 생명과 자유를 태운다는 의미고 붉은색을 피를 상징하는 민중혁명이 숨겨져 있다. 호랑이가 없으니 여우가 왕 노릇하는 격”이라고 썼다.

또 다른 보수성향의 누리꾼(@Tesla***)은 “약칭해서 횃불당이 아니겠는가?”라며 “그렇다면 북한 평양의 북괴 김일성 주체사상탑의 횃불 말인가?”라고 썼다. 극우성향 매체 미디어워치는 북한 량강도의 봉화탑 사진과 새누리당 새로고를 비교하며 “(봉화탑을) 그대로 표절했다”고 보도했다.

횃불 로고를 촛불 집회와 관련해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트위터에 “새누리당 새로고를 횃불로 한다니 참으로 코미디”라며 “지금 광화문 촛불은 횃불로 타오르고 있다. 알고도 이런 결정을 했다면 횃불에 타 사라질 정당임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아듣겠다”고 썼다.

새로운 당명에 대한 비판은 지난 9일 당명이 공개된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자유한국당이라는 당명에 “자유당 때 저질렀던 부정선거를 추억하고 IMF와 같은 국가 경제위기를 불러오고”라며 “새누리당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지난 9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돈을 주고 집회에 사람을 동원해 집회의 자유를 오염시켜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킨 공범이 자유를 말하다니”라며 “최순실이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과 똑같은 코미디”라고 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도 13일 “새누리당의 쇄신은 눈속임 당명, 당헌 개정이 아닌 친박세력의 청산에서 시작된다”며 “특히 태극기 집회 참여는 나라를 파탄 낸 바 있는 친박 기득권을 어떻게 해서는 지키고자 하는 후안무치한 몸부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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