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 3월 초 선고 가시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 여부는 3월 초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재는 박 대통령과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에 오는 23일까지 최종적인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앞으로 증인이 불출석할 경우 재소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9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에서 이정미 재판장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를 주장하고 증거를 제출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으니 쌍방 대리인들은 그동안 답변을 요청한 부분을 포함해서 주장한 내용을 23일까지 준비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재판부가 준비서면 제출을 요구하며 ‘지금까지’라는 단어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재판부가 오는 22일까지 잡혀 있는 변론(16차)을 마지막으로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출석한다면 새로운 변론 기일을 잡아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10일자 4면.
경향신문 10일자 4면.
이 같은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소추위원 측은 “22일까지는 무조건 증인신문은 끝나는 거고, 종합적인 준비서면을 23일까지 제출하라고 한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 안팎의 관측도 “8인 재판관 체제가 유지되는 오는 3월13일 전에 선고를 내리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반면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23일을 변론종결 날짜로 보는 건) 각자 생각에 따라 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증인신문을 마친 뒤 탄핵심판 지연 등 일각의 우려에 대해 “이 사건의 심판 절차는 국정이 중단된 매우 위중한 사안”이라며 “헌재는 편견·예단 없이 밤낮, 주말 없이 심리하고 매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판 진행과 선고 시기에 관해 심판정 밖에서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억측이 나오는 것에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재판관은 이어 “대리인들은 심판정 안팎에서 언행을 삼갈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며 “재판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데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전경련 지원 보수단체 ‘탄핵반대’ 집회 총동원령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들이 다음달 1일 서울 광화문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대항한 ‘100만 맞불 집회’를 열기로 하고 총동원령을 내렸다. 청와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지원을 받아온 보수단체가 총동원령을 내려 ‘탄핵 반대’에 나선 것이다.

한겨레는 “자유총연맹, 고엽제전우회, 재향경우회 등 보수우익 단체들이 모인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최근 회의를 하고 ‘3·1절 태극기 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를 주최하기로 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9일 밝혔다”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10일자 1면.
한겨레 10일자 1면.
이희범 애국단체총협의회 사무총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동안 지켜보다가 ‘너무하지 않으냐’는 애국 시민과 상식 있는 시민들이 일어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3월1일 100만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2015년 자금을 직접 지원한 사실이 최근 드러난 보수우익 단체 목록에 포함돼 있다. 특검은 청와대가 애국단체총협의회 등 보수우익 단체들의 명단(화이트리스트)을 작성해 전경련에 이들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3·1절 100만 집회’에는 특히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자유총연맹도 참여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350만 회원을 보유해 보수단체 중 가장 큰 규모인 자유총연맹은 이날 각 지역 지부에 공문을 보내 3·1절 집회에 동원령을 내렸다. 자유총연맹은 10만 명 동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겨레는 “자유총연맹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 법정단체로, 공직선거법은 자유총연맹과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운동협의회에 대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적시하며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취지 때문에 자유총연맹 내부에서부터 이번 동원령에 반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가짜뉴스 퍼뜨리는 ‘태극기 극우’

보수·극우단체를 중심으로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의 촛불 집회를 폄훼하거나 탄핵 기각을 전망하는 내용의 ‘가짜 뉴스’ 형태 메시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거물급 고정 간첩의 측근이 술 마시고 중얼거린 말인데 촛불 집회를 5·18 광주 폭동처럼 만들려고 상당수의 북한군 특수부대 요원들이 서울에 잔뜩 들어와 있다’고 전하는 식”이라며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증권가 사설 정보지(지라시)까지 등장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이 이날 전북 부안의 한 강연장에서 ‘헛소문’이라고 일축하면서 소동이 일단락되긴 했지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대안을 기대하는 보수층 심리에 편승한 ‘지라시’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지층을 결집해 여론 반전을 꾀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탄핵 심판에 되레 불리하고 보수가 최소한의 품격마저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10일자 4면.
한국일보 10일자 4면.
아울러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을 요구하는 소위 ‘태극기 극우’ 세력들은 이들은 태극기를 앞세워 농성하거나 집회를 열어 헌재의 신뢰성에 흠집 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국일보는 “이날 정기승 전 대법관 등 9명의 원로 법조인은 일간지 1면에 탄핵심판을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며 “태극기 극우는 부활을 도모하는 친박(근혜)계 정치인들에게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9일 친박 핵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태극기 민심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 김진태 새누리 의원은 “제가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했는데 맞냐, 틀리냐. 이미 태극기 바람에 꺼졌다고 보는데 맞냐”고 묻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맞다”고 호응했다.

토론회에 나온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은 “내가 아는 정통한 정보에 의하면 헌법재판관 두 명의 마음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양반은 자기 표 때문에 대통령이 파면 당하면 정치적 사형 선고를 내리는 건데 인간적 고뇌가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노골적으로 탄핵 기각설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AI 이어 구제역까지 창궐 ‘대란’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각각 두 가지 종류의 바이러스로 동시에 창궐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기 연천의 젖소 농가에서 검출된 구제역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O형)와 다른 ‘A형’인 것으로 9일 확진됐다. AI도 고병원성 H5N6형과 H5N8형 두 가지 바이러스가 동시에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구제역의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심각 단계는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AI 역시 지난해 12월 16일 이후 줄곧 ‘심각’ 단계에 있다. 구제역과 AI가 동시에 심각 단계인 것은 사상 처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국의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군) 가축시장을 오는 18일까지 일시 폐쇄하며, 이 기간에 농장 간의 살아 있는 가축 이동도 금지한다”면서 “특히 경기도의 경우 우제류 가축의 다른 시·도 반출을 9일 오후 6시부터 15일 밤 12시까지 7일간 일절 금지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10일자 1면.
서울신문 10일자 1면.
서울신문은 “이번 구제역이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를 빽빽하게 가둬 키우는 ‘밀식(密植) 사육’의 돼지 농가로 확산될 경우 역대 최악이었던 2010~2011년 구제역 대란의 재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시 살처분 보상비만 1조원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구제역이 2종 바이러스로 발병하면서 방역 당국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A형 바이러스에 맞는 백신이 부족한 데다 정부가 신속하게 추진하려던 일제 접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은 “2000년 이후 총 여덟 차례의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A형은 2010년 경기 포천과 연천에서 소 6마리에 나타난 게 전부였다. 그렇다 보니 이 유형에 적합한 ‘O+A형’ 백신 물량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긴급히 영국 메리얼사에 백신 수입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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