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면조사 성사를 둘러싸고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 전략에 밀리는 형국이다. 한편에선 조사 완수에 주안점을 둔 특검으로서 청와대 측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특검이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은 현재 대통령 대면조사·청와대 압수수색을 둘러싸고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박 대통령 측은 8일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며 오는 9일 청와대 위민관에서 진행하기로 한 대면조사 합의를 철회했다. 지난 7일 저녁 일부 언론이 일정을 보도한 사실이 빌미가 됐다.

▲ 박영수 특검팀 특검보로 인선된 이규철 대변인. ⓒ민중의소리
▲ 박영수 특검팀 특검보로 인선된 이규철 대변인. ⓒ민중의소리

탄핵 심판 기일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7일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15명 중 8명을 받아들이면서 3월 초중순 경까지 연기됐다. 2월 내 탄핵 여부가 결정되면 박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일절 상실함에 따라 특검의 강제 수사가 보다 용이해질 여지가 있었다. 이 시나리오는 헌재의 대통령 측 증인 수용으로 실현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는 특검팀의 원칙이라며 대면조사 완수를 강조해왔다.

특검팀은 대면조사 성사 자체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비공개 조사 등 일반적 소환조사 방식을 벗어나더라도 청와대 측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지난 1~2월 동안 정례브리핑을 통해 수차례 "특검의 기본 전략은 어떤 형태로든 대면조사를 반드시 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라고 밝혀 왔다.

특검팀이 조율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는 오는 9일 대면조사가 무산됨에 따라 특검은 다시 청와대 측과 물밑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 대변인은 8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현 단계에서는 특검에서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일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일축했다.

"진행사항은 말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을 언급 못하는 게 그렇게 민감한 사안인지 국민입장에서 의문스럽다"는 한 취재진의 지적에 대해 이 대변인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 못 할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추후 사정이 될 때 다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특검은 국민 알권리를 위해 수사진행사항에 한해서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브리핑실에서는 청와대 측의 무리한 요구를 특검이 왜 수용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수차례 나왔다. "대통령 안전에 위해되는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자체를 비공개로 한다는 게 납득이 안된다. 청와대 측 요구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수사 목적 달성을 위해 대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과 그럴 수밖에 없는 특검 고충 이해되지만 청와대 측 비공개 요청을 특검이 거부해야 하는게 아니냐" 등의 질문이 질의 응답 시간에 제기됐다.

특검팀은 8일 내로 청와대 측 대면 조사 거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8일 이인성 전 이화여대 의류학과 교수를 정유라 학사 특혜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할 예정이다. 이 대변인은 "피고인은 최순실·최경희 등과 공모해 2016 1학기, 계절학기 등의 3과목 강의에 정유라가 출석하지 않고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정유라가 출석을 하고 과제물을 제출한 것처럼 부정하게 학점을 부여해 이화여대 교무처장의 학적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며 기소 취지를 밝혔다.

이로써 정씨의 입학·학사 비리를 주도한 피의자 중 최순실씨,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제외한 4인이 모두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처리 됐다. 4인은 류철균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 교수다.

이 대변인은 최 전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이주 중으로 결정될 것이라 말했다.

오는 9일 오전 최씨가 이례적으로 특검 소환조사에 자진 출석할 예정인 가운데, 특검은 최씨와 관련된 모든 혐의를 9일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이 공식적으로 밝힌 최씨의 혐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뇌물수수 혐의 △정유라 입학·학사 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 △미얀마 ODA 사업 과정에서 이권 편취를 시도한 알선수재 혐의 △블랙리스트 공모 혐의 등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늦어도 다음 주 내로 특검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우 전 수석 소환에 대해 "늦어도 다음 주 말까진 소환 여부가 결정돼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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