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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오디오 듣지 않는다고? 천만의 말씀
젊은 세대 오디오 듣지 않는다고? 천만의 말씀
[MCN 전략 인터뷰⑩] 최혁재 마이쿤 대표, 20대 일상 콘텐츠 장악하며 ‘오디오계의 유튜브’ 꿈꾼다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의미가 모바일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되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그럼에도 척박한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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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라고 하는 성시경의 감미로운 음성, “헛둘셋 하나둘셋”으로 들리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오프닝곡 ‘Satisfaction’. 자동 음성지원이 될 정도로 라디오는 가장 친숙한 매체였다.

여기 ‘음성’ MCN을 외치며 동영상 중심의 MCN 흐름에 ‘반기’를 든 사업자가 있다. 마이쿤이 운영하는 스푼라디오는 국내의 유일무이한 음성 MCN플랫폼이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고, 상담을 하는 등 다양한 음성 콘텐츠가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시 중구 마이쿤 사무실에서 만난 최혁재 대표는 “라디오는 죽지 않는다”면서 “오디오 콘텐츠만의 매력이 있고, 수요도 있지만 이걸 채워주는 서비스가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LG전자를 다니다 그만 두고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시작해 이달이면 서비스 1년을 맞는다. 스푼은 영화 ‘그녀(Her)’의 대사 중 “spoon me (나를 안아줘요)”에서 따왔다. 최 대표는 “스푼이 감싸는 모양이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라며 “따뜻한 마음 한 스푼, 위로 한 스푼을 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라디오는 죽지 않는다”

음성 MCN은 낯설다. MCN의 타깃인 젊은 세대는 라디오를 듣고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음성콘텐츠가 더욱 생소할 것이다. 최 대표는 “비디오는 정말 경쟁이 치열한데 왜 오디오를 하지 않는지 궁금했다”면서 “나는 라디오 세대다. 비디오를 보는 것과 라디오를 듣는 것은 상황이 다르고,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변화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이 맞았다. 지난달 네이버가 음성서비스 베타버전을 선보이며 음성 콘텐츠 시장에 진출했다. 페이스북도 라디오서비스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과 영상은 무엇이 다를까. 최 대표는 “영상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다. 노출을 하는 문제도 없고, 보여주기 식으로 오버액션을 하는 게 없다”면서 “대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진솔하게 감성전달이 되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 최혁재 마이쿤 대표. 사진=마이쿤 제공.
▲ 최혁재 마이쿤 대표. 사진=마이쿤 제공.

크리에이터는 얼굴이 나오는 콘텐츠에서는 외모에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외모에서 밀리면 주목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반면 음성만 전달하는 플랫폼에서는 콘텐츠 내용 자체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아프리카TV에서는 외모가 뛰어나지 않으니 주목을 받기 힘들어 방송을 하기 힘들었는데 스푼에서는 잘 할 수 있었다는 의견들이 있다”면서 “얼굴노출이 없으니 신상 공개가 많이 되지 않고, 따라서 이용자 반응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도 음성 콘텐츠의 강점으로 꼽았다. 스푼라디오 콘텐츠 중에서는 성우지망생들이 만든 드라마나 영화의 명장면을 재현하거나 시나리오를 만들어 극을 꾸민 콘텐츠도 적지 않다. “화면에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음성을 들려주고, 구체적인 건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게 되는 게 또 다른 매력”이라는 것이다.

스푼라디오는 성과를 내고 있다. 첫날 올라왔던 콘텐츠는 단 2개였으나 지금은 하루 1000여개 콘텐츠가 올라오고, 한 달에 방송을 1회 이상 하는 크리에이터가 4000여명을 넘어섰다. 탑 크리에이터는 스푼라디오 콘텐츠만으로 월 300만 원 이상 벌고 있다. 돈을 버는 방식은 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같은 개념인 스푼을 선물하는 식이다.

“시사는 안 통해” ‘팟빵’과는 다른 일상 콘텐츠

음성이지만 다른 음성 콘텐츠와는 결이 다르다. 국내에는 팟빵이라는 공고한 팟캐스트 플랫폼이 있지만 최 대표는 “엄연히 다른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팟빵은 시사 팟캐스트 중심이다. 우리 플랫폼에도 정치사회를 다루는 콘텐츠가 있었는데 이용자 반응이 좋지 않아 빨리 밀렸고,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스푼라디오에는 20대 이용자가 다수다. 20대 이용자가 90%에 달하며, 10대와 30대는 각각 5% 수준이다. SNS를 주로 이용하는 세대가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을 음성으로 옮긴 식이다. 이들은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듣거나 스낵컬쳐를 선호한다. 실제로 인기가 많은 콘텐츠들도 일상 콘텐츠다. 가장 인기가 있는 크루인 FM데이는 사연을 듣고, 일상을 이야기하고, 고민 상담을 하는 식이다.

최 대표는 “팟빵은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이 편하게 구현이 안 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콘텐츠를 올리는 쪽에서 등록을 해야 하고, 직접 편집하고 업로더를 통해 올려야 한다. 그러나 스푼라디오는 핸드폰에서 녹음버튼 하나로 방송을 시작해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집에 가는 길, 지하철, 차 안에서 방송하는 분들도 있다.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 스푼라디오 서비스화면.
▲ 스푼라디오 서비스화면.

특정 방송에 접속해보니 크리에이터가 “XX님 안녕하세요”라며 말을 건다. 채팅으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사연을 소개하고 음악을 선곡하는 콘텐츠는 라디오와 유사하지만 취향이 맞는 이들과 직접 소통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라디오는 단방향이고 우리는 양방향이다. 라디오는 방송사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수십 만 명을 위한 방송을 하지만 우리는 소수에게만 맞는 방송을 한다. 이들을 일일이 챙기면서 소통을 할 수 있다. 나를 반겨주고 알아주는 방송이 있구나하면서 좀 더 귀 기울이게 될 수 있다.” 최 대표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처음에는 신분을 속이고 방송을 해봤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이야기를 했는데, 시간이 금방 가더라”라며 “전문성이 있지 않아도 개인과 개인의 대화가 곧 콘텐츠가 되고, 이게 수익까지 난다는 점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음성형 웹툰 실험, 제2의 레진코믹스 될까

스푼라디오는 음성으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웹툰을 음성으로 바꾼 오디오툰 서비스다. 레진코믹스처럼 1~2회는 무료로 듣고, 본격적으로 들으려면 과금을 하는 방식이다. 대표작은 30대 웹툰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85년생’과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된 ‘동네변호사 조들호’다. 현재 20여 작품이 연재되고 있다.

오디오툰 콘텐츠는 마이쿤과 컨소시엄을 맺은 미디어피쉬라는 콘텐츠 제작사가 성우, 작가를 섭외해 만든다. 재담미디어라는 웹툰회사와 협의를 통해 IP(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한다. 최 대표는 “레진코믹스 서비스가 나온 뒤 많은 웹툰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됐다. 우리도 성우 지망생들을 위한 유사한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 마이쿤 사무실. 지난달 25일은 서비스 업데이트 날이라 분주했다.
▲ 마이쿤 사무실. 지난달 25일은 서비스 업데이트 날이라 분주했다.

이용자들이 한마디씩 이어 말하며 만드는 콘텐츠 스푼톡도 있다. 노래를 한소절씩 이어 부르거나, 영화 속 대사를 다양한 버전으로 따라하는 게 인기가 많다. “스푼톡을 만든 이유는 이용자들이 말을 하게 유도를 하는 것이다. 말을 한번 해보면 ‘나도 한번 방송 해볼까?’라며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정식 방송까지 쉽게 만들도록 유도된다.”

스푼라디오는 전체 이용자 대비 콘텐츠를 만드는 비율이 10%가 넘는다. 그만큼 이용자들이 적극적이다. 최 대표는 “해외 유사서비스에서도 3%정도 참여하는데, 우리는 꽤 높은 편이다.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방송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작과 달리 플랫폼은 새로운 사업자가 도전하기 힘든 사업이다. MCN업계에서도 포털이나 대기업 등이 플랫폼 우위를 점하고 있기도 하다. 최 대표는 “플랫폼이 가장 힘든 사업이지만, 그만큼 사업이 잘 되면 서비스가 더 오래 가고 더 흥할 수 있다”고 전한 뒤 “국내로는 힘든 면이 있다. 그래서 메이저 오디오서비스가 없는 아시아에 기회를 엿보고 있다”면서 “‘오디오계의 유튜브’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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