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가짜뉴스 문제에 언론이 팩트체크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면 한국은 정치권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다. 불리한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몰아가는가 하면 새누리당은 신고센터까지 운영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오보와 잘못된 사실이 전해지는 뉴스에 따른 피해를 막는 차원에서 페이스북에 ‘가짜뉴스 신고센터’ 페이지를 7일 개설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댓글로 새누리당에 대한 가짜뉴스 제보를 받는 페이지”라며 “가장 많이 신고되거나 즉시 대응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확인을 거쳐 ‘바로잡기’콘텐츠를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 새누리당의 '가짜뉴스 신고센터' 페이지.
▲ 새누리당의 '가짜뉴스 신고센터' 페이지.

그러면서 ‘바로잡기’ 첫 사례로 문화일보의 “‘태극기 집회 참석 말라’…인명진, 조원진·윤상현 경고”기사를 사실과 다르다고 발표했고, 이 같은 내용을 언론이 받아쓰고 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원진, 윤상현 의원에게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는 문화일보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이 발언을 번복하거나 의혹을 은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직접 가짜뉴스를 지정하는 건 위험성이 크다. 문화일보의 보도도 새누리당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기사화한 것으로 근거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해외에서 정치권이 직접 나서지 않고 가짜뉴스 문제에 대해 독립된 기관이나 언론이 팩트체크를 전담하는 것도 공정한 제3자의 팩트체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가짜뉴스 단속 나선 선관위, 검열 '칼자루' 휘두르나)

무분별하게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선관위 관계자는 “가짜뉴스는 실제 보도와 같은 형식으로 이용자를 속이는 게시글을 뜻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일반적으로 선거기간마다 나오는 비방성 보도나 오보까지도 지금은 가짜뉴스라고 표현되는 등 다소 광의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틀린 사실을 담은 오보,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무단으로 베껴 쓴 기사, 기자 실명이 표기되지 않고 ‘온라인뉴스팀’ 등으로 얼버무린 기사, ‘네티즌에 의하면’ 등 익명의 제보자를 활용한 기사, 클릭수 유도를 위한 어뷰징 기사 등에서 가짜뉴스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가짜뉴스를 폭 넓은 의미로 해석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불리하면 가짜뉴스 탓을 하는 풍경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1일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각종 가짜뉴스로 인해 정치 교체 명분이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 간 공직했던 UN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겼다”고 밝히며 언론의 검증보도까지 도매급으로 가짜뉴스로 취급했다.

실제 선관위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퇴주잔을 마시는 사진을 올리며 “퇴주잔 바로 마셔버림” “미친다 미쳐”라는 글을 쓴 누리꾼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조사해 논란이 됐다. 선관위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가짜뉴스 확산방지를 주요 업무라고 발표한 바 있다.

▲ 선관위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퇴주잔 논란을 언급한 해당 게시물 작성자를 조사해 비판을 받았다.
▲ 선관위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퇴주잔 논란을 언급한 해당 게시물 작성자를 조사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오픈넷은 1일 성명서를 내고 “그런 행위가 관례에 맞다거나 틀리다는 판단과 그에 대한 감상은 개개인이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라며 “(허위사실공표죄는) 선거 과정에서 있어야 할 후보자 검증을 가로막고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의사 표현을 막아버린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언론에 심의기구 제소를 압박하며 불리한 보도를 차단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새누리당은 선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을 보도한 10개 언론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제소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는 대신 플랫폼 사업자와 언론의 팩트체크 강화를 대책으로 꼽고 있다. 페이스북은 6일(현지시간) 가짜뉴스 차단을 위해 AFP, BFM TV, 르몽드 등 프랑스 8개 유력 언론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페이스북은 독일에서 비영리 언론인 코렉티브(Correctiv)에 팩트체크를 맡겼다.

6일 리베라시옹을 비롯한 프랑스 언론사들과 구글뉴스랩은 공동 프로젝트인 ‘크로스 체크’를 통해 누리꾼이 가짜뉴스의 링크를 보내거나 관련 사안에 대해 질문을 하면 팩트체크를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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