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1차 변론에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씨가 선글라스를 쓰고 (자신의) 면접을 봤고 당시에는 누군지 몰랐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2015년 12월 초대 사무총장인 김필승 이사로부터 “김영수에게 연락을 들었다”며 “서울 논현동에 가서 면접을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영수는 최순실의 최 측근으로 광고사를 강탈한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 계열의 광고업체 포레카의 전직 대표이다.

정 전 총장에 따르면 그가 2015년 12월23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 찾아가자 선글라스를 낀 최씨가 정 전 총장에게 앉으라고 한 뒤 이력서를 보면서 “금융권에서 오래 재직했으니 감사 와 재무를 맡아도 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당시엔 최씨가 누구인지 몰랐고, 면접 이후 김 이사에게 “누구냐”고 물었지만 김 이사는 그냥 “회장님이라 부르면 된다”고만 했다.

그가 최씨의 이름을 알게 된 건 2016년 5월이다. 정 전 총장은 “같이 일을 하는 사이인데 대체로 신분도 모르고 일하는 게 편치 않았다”며 “그러던 중 김필승 이사가 ‘회장님이 누군지 모르냐’며 기마자세를 취했는데 힌트를 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주말에 아들과 말 관련 모든 검색을 하다가 사진 한 장을 찾았는데, 그분이 맞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증언에 따르면 ‘승마’로 검색한 사진은 정윤회씨와 최씨가 함께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고 최씨와 박 대통령이 친분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냐”는 질문에 정 전 총장은 “심각하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답했다.

▲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3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3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정 전 총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의 관계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정 전 총장은 자신은 원래 안종범과는 “모르는 사이”라고 했고, 안 전 수석에게 전화를 받으며 알게 됐다고 했다. 또한 정 전 총장은 “(정 전 총장의) 연락처와 이력서를 안종범이 최순실에게 전달한 것 같냐”는 질문에 “그렇게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정 전 총장은 “최순실이 업무를 지시하면 시차를 두고 동일한 내용으로 안종범에게 같은 이야기가 들려왔다”며 “어떤 형태로든 교감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의 연봉 역시 최씨가 결정했다. 정 전 총장은 “김필승 이사가 미르재단 급여테이블을 가져와, (정 전 총장이)‘미르재단이 뭐하는 곳이냐’고 물었는데 (김 이사가) ‘그런 데가 있다’고만 했고 ‘이 수준으로 비슷하게 (결정)하면 되겠다’고 했다”며 “이를 최순실에게 얘기했더니 ‘좀 많다’고 했고, 안종범 수석도 ‘금액이 많으니 조정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원래 1억3000만원이었는데 김 이사에게 ‘많다’며 ‘돈 너무 밝히는 건 탐탁지 않으니 줄이자’고 해 3000만원을 깎았다”고 말했다.

최순실, MB·운동권 과거이력 살펴

정 전 총장은 김 이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이날 헌재에서 증언했다. “당시 재단이 설립되기 전 임시로 일할 때 김 이사가 사무총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가 재단에 가기 전에 몇몇 사람이 왔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내가 김 이사에게) ‘부적합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MB한테 있었고, 과거 이런저런 운동권에 몸담은 이력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식, 차명폰 사용

정 전 총장은 “차명폰 사용한 사실 있냐”는 질문에 “하나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K스포츠재단 이철용 부장이 휴대전화를 줬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고, 퇴사하며 돌려줬다고 했다. 차명폰 역시 “최순실이 새로 하나 구입하라고 했다”는 뜻에 따라 구입했다. 그는 “왜 차명폰이었냐”는 질문에는 “거기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안해봤고, 이 부장에게 얘기했더니 전화기를 들고 왔다”고 답했다.

정 전 총장에 따르면 해당 폰에 안 전 수석은 ‘안선생’이라고 저장돼 있었는데 이는 안종범이라는 이름을 저장하면 타인이 알 수 있고 최씨가 평소에 안 전 수석을 ‘안선생’이라 불렀기 때문에 그렇게 저장한 것이다. 정 전 총장은 그의 사직 역시 최씨 뜻에 따라 진행됐다고 말했다.

SK에 자금지원 요청

정 전 총장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이 SK로부터 ‘체육인재 해외전지훈련’ 예산을 받아 재단이 독일 비덱에 선수를 보내면 비덱에서 선수일정을 관리하고 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가지고 자신이 SK 박영춘 전무와 만난 적이 있다. K스포츠재단은 SK에 80억원을 요청했는데 정 전 총장에 따르면 이 아이디어도 최씨의 지시로 더블루K 박헌영 과장이 담당했고, 사전준비가 다 된 뒤 SK 측과 만나기 전에 정 전 총장에게 알렸다.

정 전 총장은 해당 만남에 참여한 “비덱 장순호(테스타로사 건물주) 이사 참석에 대해 알았느냐”는 질문에 “금시초문이었는데 SK건물 앞에 도착해 알게됐다”고 답했다. 정 전 총장은 ‘비덱이 컨택된 이유’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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