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검팀이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은 위헌적’이라는 청와대 입장을 정면 반박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압수수색 거부’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상황에서 특검이 강경한 압박 카드를 꺼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5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공소장에) 대통령을 피의자로 표시해서 이미 기소한 상태며 대통령에 대한 소추 금지는 수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 아니”라며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압수수색 영장을 위헌이라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 지난 1일 청와대 전경.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 1일 청와대 전경. 사진=포커스뉴스

이어 이 대변인은 청와대 측이 압수수색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등 문제제기를 한 것과 관련해 “피의자로 적시된 것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청와대 내) 그와 관련된 다수 피의자가 있고, 특검 수사가 개시된 이후 수사된 피의 사실도 상당 부분 있다”면서 “특검 입장에서는 필요한 대상이 대부분의 장소·물건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장소와 물건을 대상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청와대 입장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등 압력에 밀려 압수수색이 흐지부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특검은 영장 집행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 압수수색은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닌 수사 상 필수 절차인 증거수집 필요에 의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리는 바”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 논리에 대한 비판은 법조계 전문가들에게서 동일하게 제기됐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3일 오마이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압수수색은 판사가 (청와대에) 들어가라고 한 것인데 거절한다는 것은 스스로 법률을 어기고 특검을 부정하는 것이고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범죄를 방조하고 은폐하는 것”이라면서 “황 권한대행이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으면 탄핵 사유”라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페이스북 계정에 “(형소법 110조에 대해) 그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락을 거부할 수 없는데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 전모를 밝혀내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함으로써 비선에 의한 국정농단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의 중대한 이익에 부합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면 특검팀의 압수수색에 청와대 관계자가 입회하여 그때그때마다 이의를 제기하는 식으로 압수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특검팀과 합의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청와대 압수수색 전례가 없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면서 “참고로 클린턴 대통령의 ‘화이트워터’ 사건 때는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를 대신하여 변호사들이 내밀한 대통령 가족생활공간까지 압수수색한 전례도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오는 6일까지 황교안 권한대행의 답변을 기다린 뒤 그에 따라 향후 압수수색 영장 재집행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 대변인은 “(오늘 답변이) 오지 않을 경우 내일까지 기다려보고, 그 이후에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라면서 “사실상 형사소송법 110조에 대해서는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다른 방안 있는지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 밝혔다.

▲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발된 3일 오후 박충근, 양재식 특검보(오른쪽)가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발된 3일 오후 박충근, 양재식 특검보(오른쪽)가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청와대는 지난 3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도가 있은 뒤 “아직 탄핵심판 판결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영장으로 무리한 수사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심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어 “비서실장을 비롯해 여러 수석실과 비서관실 뿐 아니라 행정요원 근무지, 차량, 컴퓨터, 정산차량까지 광범위했”다면서 “청와대는 군부대가 상주하면서 다수의 군사시설이 설치돼 있고, 군사상 비밀에 의해 특정경비지구, 국가보안시설 가급으로 지정되어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으며, 전략적 군사적 이익이 있는 각종 비밀자료가 각 사무실에 산재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110조에 의거 경내 진입이 불가함을 설명했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특검은 5일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이사(뇌물공여 혐의),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직권남용·강요미수 혐의),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업무방해 혐의) 등 구속피의자 5인을 소환해 조사 중에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소환조사에 대해 이 대변인은 “아직 소환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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