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이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에 등재된 배경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파악했다.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된 다이빙벨은 영화제 개막 이전부터 부산시장, 새누리당 국회의원, 보수단체 등의 상영 반대 압박에 부딪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5년 정부 지원 예산이 14억 6천여만원에서 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삭감되기도 했다.

일련의 작품 검열 시도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이래 이례적이었던 사실에 비춰, 청와대가 상영 반대 여론의 뒷배가 아니냐는 의혹이 당시 제기된 바 있다. 특검팀의 수사 결과 이 의혹이 사실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조직적인 다이빙벨 상영 반대 여론 형성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확인한 조 전 장관의 지시 사항을 살펴보면 2014년 9~10월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즈음에 일어난 다이빙벨 반대 움직임과 겹치는 대목이 상당하다.

“시민단체 동원해 비판 여론 형성” 다이빙벨 반대 집회 주도 혐의는 확인돼

조 전 장관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등에게 저명한 보수인사의 다이빙벨 상영 반대 기고, 시민단체 활동 등을 통해 비판적 여론을 형성하도록 지시했다.

‘차세대문화인연대’(이하 차문연)는 다이빙벨 상영 반대 여론을 가장 처음 점화한 단체로 지목된다. 2014년 9월15일 차문연은 상영 자제 촉구 성명서를 발표해 "영화제에서 세월호 문제를 일방적 시선으로만 보여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9월2일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가 기자회견에서 다이빙벨을 초청작 중 하나로 소개한 뒤였다.

상영 반대 여론은 차문연의 성명으로 논란이 물꼬를 튼 이후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부산 해운대구)과 서병수 부산시장이 같은 주장을 펼치면서 확산됐다.

이후 차문연은 2014년 9월30일 다이빙벨을 비판하는 영상물 ‘다이빙벨을 저격하다’를 제작해 유투브에 올렸다. 차문연은 "이상호 기자와 이종인 대표의 과거 행적들을 돌아보고, 세월호 사태를 대하는 자세,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들의 기자회견 장면들을 통해, 이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누리꾼들에게 묻고 있다"며 영상 취지를 밝혔다.

차문연 등의 상영 반대 활동은 미디어펜, 뉴데일리 등 보수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수차례 보도됐다.

‘관제 집회’ 사실이 확인된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은 다이빙벨 반대 집회에도 동원됐다. 2014년 10월24일 서울 극장 앞에서 열린 다이빙벨 상영 반대 집회가 관제 집회로 확인됐다. 어버이연합 주최 집회에 동원된 탈북자들의 입출금 내역, 집회 참석 명단과 숫자 기록물 등을 교차 확인한 결과 어버이연합은 11명의 탈북자를 2만원씩을 주고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8명에겐 2만원씩 지급했고 3명에겐 웃돈을 얹어 모두 70만원을 지급했다.

특검팀은 어버이연합이 조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10월24일 집회를 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 때 다이빙벨 성토” 조 전 장관 말대로 이뤄져

조 전 장관은 신동철·정관주 전 비서관 등에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통해 다이빙벨의 상영 사안을 국정감사 때 성토케 하라고 지시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2014년 10월7일 교문위 국정감사 자리에서 다이빙벨 상영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회선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부산국제영화제 국고 지원을 중단했는지 여부를 물으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김 의원은 다이빙벨이 "사회적 혼란을 줄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서용교 의원 역시 "정치 편향적인 영화가 상영돼 부산국제영화제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며 "국고 지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대출 당시 새누리당 의원도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다이빙벨같은 영화는 제재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논쟁에 가세했다.

부산 지역구 의원·부산시장의 콤비 플레이

조 전 장관은 이들 청와대 비서관 및 행정관을 통해 부산시장에게 다이빙벨 상영에 대해 항의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9월2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반대 의사를 공식화했다. 서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을 상영 안 했으면 좋겠다”며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전을 위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시 차원의 상영 반대 압박이 있다는 의혹이 9월2일 이래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 영상문화산업과 부산국제영화제 담당자는 9월26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시의 입장은 '다이빙벨' 영화상영에 반대한다는 것으로, 홍기호 문화체육관광국장이 최근 집행위원회에 ‘상영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서병수 시장(영화제 조직위원장)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시 경제부시장 또한 김희범 당시 문체부 전 차관으로부터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아달라고 요구받은 것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있다.

서 시장의 반대 의사 피력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김 전 장관이 서 시장에게 연락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이 상영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적시돼있다.

문체부 장차관으로 하여금 부산시에 상영 반대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윗선은 청와대가 유력하다. 당시 정무수석을 맡았던 조 전 장관의 개입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하태경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부산시 해운대구 지역구 의원으로서 논란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하 의원은 상영 반대 주장에 가장 앞장서 온 국회의원이었다.

공식 입장문을 내기 전 부터 하 의원은 페이스북 개인계정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다이빙벨 상영을 비판했다. 9월23일 하 의원은 "다이빙 벨은 좌, 우 이념 문제가 아니다. 윤리의 문제이다. 다이빌 벨은 전적으로 사기임이 밝혀졌고 그래서 유족들도 격렬히 항의했다"면서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들 중 하나가 국민 세금을 제대로 쓰는가이다. 사기꾼 홍보에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데 방관할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 쓰기도 했다.

하 의원은 10월3일 영화인 1123명이 수사권·기소권 없는 세월호 여야 합의안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낸 데 대해 “이번 서명에 참여한 영화인 1,123명에게 공식적으로 묻고 싶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신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까지 표현한 다이빙벨 상영을 옹호하면서 유족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하는 영화인들의 논리가 과연 성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해주기 바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티켓 싹쓸이’ ‘악평 여론전' 지시도

조 전 장관은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전 좌석 관람권을 일괄 매입해 시민들이 관람하지 못하게 하고 상영 후 영화를 폄하하는 관람평을 게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괄 매입 의혹은 영화제 당시 제기된 바 있다. 다이빙벨은 10월 6일, 10일 상영일 전 좌석이 매진됐다. 영화 상영 당시 눈에 띌 만큼 공석이 발생해 상영 반대 측의 관람권 매수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다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용관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0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이빙벨) 10일 어제 상영에 대해선 우리도 당황했다"면서 ”표 수는 무려 50장 차이가 났다고 한다. 내가 다시 확인해보니 매진이었다. 예매 상황은 이미 9월에 끝났고 나머지 게스트석이 2차적으로 비었다. 분명 매진이었는데, 예매한 이들이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왜인지는 더 체크해봐야 한다. 정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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