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의 박근혜 대통령 단독 인터뷰가 논란이다. 대표 보수 논객으로도 유명한 정 주필이 박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두둔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박 대통령 탄핵 여부와 관련해 25일 헌법재판소가 “3월13일 전 탄핵심판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고 밝힌 뒤 나온 박 대통령의 인터뷰라 보수 진영 결집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쏟아졌다.
정 주필과 관련해서는 “삼성 관련 질문이 없었다”, “세월호 7시간 문제를 ‘여성 혐오’ 프레임으로 몰았다”, “미르‧K스포츠 재단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는 평가가 언론계에서 나왔다.
정 주필은 26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처음부터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뇌물죄 혐의 논란에 휩싸인 삼성과 관련해선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은 배제하고 진행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정 주필은 “박근혜 대통령 사건의 본질은 근거없는 루머”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바보’처럼 생각하게 만든 건 각종 루머다. 미르‧K스포츠 재단 등의 문제는 헌재 변호인단이나 청와대 입장을 통해 수도 없이 나온 것”이라며 대통령을 옹호하고 25일 인터뷰에 대한 비판여론에 반박했다. 아래는 정규재 주필과의 일문일답.
“처음부터 재판과 관련한 사안은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핵심 사안을 말하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 주필이 전 삼성물산 사외이사였기 때문에 삼성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합병 전에 그만뒀다. 그것 때문에 질문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헌재나 특검 수사 등 논쟁이 있는 부분에 대해 해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서도 질문이 없었다. 대신 박 대통령을 둘러싼 루머(정윤회 밀회설, 마약설) 등에 질문했다.
“일각에선 미르재단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삼는 것 같은데, 박근혜 대통령 사건의 본질은 근거없는 루머다. (대중들이)박 대통령을 ‘바보’처럼 생각하게 만든 건 이러한 루머들이다. 재단 문제 등은 이미 청와대와 변호인단 입장을 통해 나왔기 때문에 내 관심 사안은 아니었다.”
- 인터뷰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먼저 제안했다. (박 대통령 측에서는) 다른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왜곡 논란이 일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미디어오늘도 좌파적으로 왜곡을 시키지 않나. 특정 언론하고만 하느냐는 지적도 나왔을 것이다. 헌재 변호인단 쪽에서도 언론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정규재 TV는 교양채널로서 브렉시트를 해설하거나 세계적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해왔다. 박 대통령도 어쩌다 정규재TV를 한두 편 보신 것 같다. 박 대통령께서 ‘정규재라면 왜곡은 안할 거다’ 이렇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박 대통령은 서류나 메모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빈손으로 왔다. 답변서도 없었다. 즉문즉답이었다.”
- 그래도 돌직구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사건을 누가 기획한 게 아니냐’, ‘촛불시위에 직접 나가볼 생각이 있느냐’ 등은 돌직구 질문 아닌가.”
- 한국경제신문 내부에서도 인터뷰 내용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누가 그런가. 한국경제 기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경제의 한 기자는 26일 미디어오늘에 “편집국에도 (인터뷰가) 제대로 공지가 안 됐다. 정치부 1진과 정 주필이 주도해 인터뷰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하며 “우리 신문은 대기업 출연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강압적으로 (돈을) 뺏었다는 논조다. 박 대통령 대척점에 있는 입장에서 관련 질문이 왜 없었느냐는 여론이 많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이번 인터뷰는 내부 기구인 ‘바른언론실천위원회’에서도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