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추악한 민낯이 조금씩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잘 이끌어달라고 뽑았던 대통령을 정점으로 청와대에서 부정한 돈을 보수단체에 투입, 관제데모를 주도했다고 최근 경향, 동아일보 등이 전했다.

“청와대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을 통해 보수단체 10여 곳을 지정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구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지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금을 지원받은 보수시민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청와대 차원의 지원을 받은 친정부 성향 외곽 단체들이 위기에 처한 정권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셈이다.”고 해석했다.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 연합뉴스
이승만 박정희 정권시대에나 들어봤던 ‘관제데모’를 박근혜 김기춘은 21세기 이 땅에 활짝 부활시킨 것이다. 구시대의 부끄러운 유물을 현실에서 직면하고 있는 현재 한국의 모습은 어떤가. 국민은 소위 좌파와 우파로 두쪽이 났고 시위도 동시에 진행될 정도로 분열된 모습이다. 사회 정의는 혼란속에 사라졌고 돈이 정의가 되는 세상이 됐다. 관제데모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다섯가지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여론 (Public opinion)을 왜곡시킨다.

민주주의는 여론정치라고 할 정도로 여론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대중의 공통된 의견인 여론에 따라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되기 때문이다. 여론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는 가변성 때문에 권력이 인위적으로 개입해 자신의 의도에 맞도록 조작, 왜곡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청와대가 전경련의 돈을 보수단체에 지원하여 탄핵이나 세월호 사건에 민심과 다른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는 배신행위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과정에서도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인원을 늘려 최신형 스마트폰인 이른바 ‘작전폰’을 통해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포털에 올리고 비난성 댓글을 확대재생산 한 것도 바로 여론조작기법이다. 국방부는 “정치적 댓글은 달았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는 해괴망측한 해명을 내놓기도 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법으로 엄정중립을 강제한 국가기관을 동원하거나 ‘모금책’ 전경련과 보수단체의 한 축이 된 청와대의 범죄행위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다. 철학자 타키투스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야말로 가장 흉악한 야망이다. 부정하게 얻은 권력에서 선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

둘째, 국민을 인위적으로 분열시킨다.

관제데모는 철저하게 국민을 분열시킨다. 이념과 지역, 세대차이를 악용하여 국민을 분열시켜나가는 정치적 술수다. 국민 전체를 상대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 할 청와대가 ‘블랙리스트’와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어 지원대상그룹과 지원배제대상 그룹을 이원화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래서 김기춘과 조윤선은 그렇게나 ‘블랙리스트’ 존재 자체를 부정하다가 뒤늦게 ‘관여는 안하고 보기만 했다’는 식으로 실토한 것이다.

▲ 지난 2014년 9월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단식농성장 근처에서 ‘폭식 집회’를 벌인 일베 회원들. 사진=금준경 기자
세월호 사건과 관련, 피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이 단식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한편에서 폭식데모를 벌이는 망나니짓을 하는 것도 여론분열 책동이다. 여기에 멀쩡한 방송사, 신문사가 동원돼 청와대가 마사지한 뉴스를 여과없이 보도하는 과정에서 뭘 모르는 국민은 부화뇌동하게 된다. 오늘 한국사회의 분열상은 ‘역사의 죄인’ 이명박, 박근혜가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물이다.

셋째, 사회 정의를 부정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법과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이다. 오늘날 지구상 선진국 행세를 하는 나라들은 그래도 법과 정의가 현실에서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치고 한국처럼 권력과 돈으로 대학교를 부정으로 입학하고 특혜학사관리를 해주는 곳은 없다. 이런 명백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가 바로 법과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책무가 주어진 대통령과 정부라는 사실. 그런데도 관제데모는 무조건적인 ‘우리 대통령님’을 소리치도록 만든다.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면 모두 좌파, 빨갱이가 되는 해괴한 나라로 만든 것은 청와대와 전경련 협잡꾼들이 보수단체에 검은 돈을 준 결과일 뿐이다. 이념분쟁은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지만 유일하게 이땅에서만 권력의 검은 돈을 먹고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왕은 정의로 나라를 견고케하나 뇌물을 억지로 내게하는 자는 나라를 멸망시킨다.”

(By justice a king gives a country stability, but one who is greedy for bribes turns it down. 잠언 29장 4절)

넷째, 국민의 주머니를 부당하게 털고 있다.

전경련의 돈은 세금이 아니라지만 그 돈이 모두 기업에서 나왔다. 기업은 자기주머니를 갹출한 것이 아니고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서 만들어낸 비자금이다. 떳떳한 일이라면 전경련을 협박하여 몰래 지원하도록 권력이 나설 이유가 없다. 전경련은 기업의 세무조사 무마나 특혜 청탁, 이권 개입, 편법상속 등으로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과 결탁, 그 댓가를 얻어내는 법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지않는가. 결국은 삼성, 롯데, SK 등 재벌 기업과 권력의 유착은 전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법이다. 특정기업에 특혜가 돌아간다는 것은 국민 다수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부당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소리다.

▲ 지난해 12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석한 기업총수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사진=포커스뉴스
마지막으로 관제데모는 민주주의의 법과 질서를 부정한다.

청와대가 민간기업단체인 전경련을 압박, 보수단체에 재정지원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자유경제시장을 부정하고 법과 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다. 특검은 전경련이 자체 재원으론 지원을 감당하지 못해 회원사인 대기업들로부터 매년 30억 원 이상을 걷은 사실도 확인했다. 특검은 최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58)으로부터 “청와대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10여 곳을 찍어 구체적으로 금액까지 못 박아서 지원을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청와대가 특정 시민단체 10여군데를 찍어서 매년 30억원 이상 걷어 지원하도록 한 이면에 어떤 부정한 청탁이나 특혜가 있었을까.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특정 기업, 특정 민간단체와 밀실거래를 한다는 것은 불법, 편법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법과 질서를 반복하여 위반한 결과 장차관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대통령마저 탄핵심판대위에 서게 된 오늘의 참사를 맞이한 것이다.

대통령의 불행은 국민의 아픔이다. 국정마비는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민생경제의 추락을 의미한다. 80을 눈앞에 둔 노인네가 밀실에서 국민을 기만하는 관제데모나 획책하고 대통령의 심기나 살피던 희대의 악마들은 감옥으로 갔지만 그 부정의 여파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곧 다가올 헌재의 심판을 지켜보라. 불과 몇사람에 의해 어떻게 민주주의가 농락당했는지...돈 몇푼에 피켓들고 소리치는 그들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