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신문 기자가 제안한 ‘삼성 제품 불매 선언문’ 신문 광고에 수백 명이 동참 의사를 밝혀 오는 26일 경남도민일보에 의견 광고가 실리게 됐다.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갱상도문화학교추진단장)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 제품 불매 선언문’에 동참 인원이 100명이 넘으면 사비를 털어 ‘경남도민일보’ 종이 신문에 광고를 내고 동참한 분들의 이름을 함께 싣겠다”고 밝혔다.

김 기자에 따르면 24일 오후 3시까지 이 선언문 광고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234명이다. 25일 오전까지 300명이 넘게 동참 신청을 했지만 지면 한계상 235번째 이후 신청자에 대해서는 추가 광고 집행 시 반영할 계획이다.

김 기자는 또 유료로 광고비를 보태겠다는 이들을 위해 3만 원을 넘지 않는 수준까지 후원자를 받겠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광고 게재 동참자 중 10명이 20만 원을 보내줬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사진=황상기씨 제공

김 기자는 23일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과 함께 운영하는 팀 블로그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에 삼성 제품 불매 선언문을 올렸다.

김 기자는 선언문에서 삼성 제품 불매 기간에 대해 △삼성전자에서 백혈병이 사라질 때까지 △삼성이 직업병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까지 △국민연금 손실이 보상될 때까지 △삼성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인정할 때까지 △삼성이 뇌물 공여를 멈출 때까지 △삼성이 약속을 지킬 때까지 등의 조건을 달았다.

김 기자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예전부터 삼성 불매 운동에 대해 생각했는데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삼성이 오래전부터 범죄 집단이었다는 걸 다시 되새기게 됐다”며 “삼성이 계속해서 헌법과 법률을 무시해 왔고 백혈병 피해도 진작 없어졌어야 할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에 대해 소비자 운동을 적극적으로 제안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선언문 취지를 설명했다.

▲ 지난해 12월13일자 경남도민일보 칼럼.
다음은 김 기자가 제안한 ‘삼성 제품 불매 선언문’ 전문이다.

우리는 삼성전자에서 백혈병이 사라질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2017년 1월 14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채 5년째 투병하던 김기철씨가 서른한 살로 숨을 거두었다.

기철씨는 2006년 11월부터 삼성 협력업체 소속으로 삼성반도체공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자동반송장비 유지보수를 했다. 벤젠·포름알데히드·비소 같은 발암물질과 메탄올 같은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일했고 2012년 9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여태까지 삼성 반도체·LCD공장에서는 225명이 직업병 피해를 입었고 79명이 숨졌으며 이 가운데 백혈병 사망은 32명이다. 삼성전자에서 백혈병으로 황유미씨가 2007년 3월 7일 처음 목숨을 잃은 뒤로 고작 10년만에 이토록 많은 목숨이 스러졌다.

이재용은 자기 몸을 이런 독성발암물질에 노출시킬 수 있겠는가.

우리는 삼성이 직업병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박근혜-최순실 국회 청문회에서 이재용은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에 대해 "미안하고 책임을 느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 직업병과 죽음의 행렬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백혈병 등을 직업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영업비밀이라든지 하는 핑계를 대며 작업장 환경과 사용되는 화학물질 관련 정보를 숨기고 있다. 이미 숨을 거둔 이들에 대한 보상이나 사과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재용이라면 자기 자식이 이렇게 비명횡사해도 가만 있겠는가.

우리는 국민연금 손실이 보상될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국민연금공단은 합병 비율이 100대46이 합당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삼성이 박근혜에게 뇌물 청탁한 결과 100대 35로 삼성 총수 일가에 이롭도록 바뀐 합병 비율에 찬성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은 최소 1223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은 반면 이재용 등은 최소 7445억원 정도를 불로소득으로 챙겼다. 국민연금은 우리 국민의 노후를 최소한이나마 보장하기 위해 만든 공익 곳간이다. 삼성은 사적 이익을 위해 이런 공공 기금에 해악을 끼쳤다.

이재용은 삼성전자가 부당하게 이런 손해를 입어도 가만히 있겠는가.

우리는 삼성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인정할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삼성은 창업주 이병철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고 한 이래 아들 이건희를 거쳐 손자 이재용에 이르기까지 노동조합 결성 자체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무노조 경영은 노동조합법을 부정하는 불법이다. 나아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과 노동자의 인권을 동시에 유린하는 범죄행위다.

삼성은 복수노조가 허용되자 문건을 만들어놓고 공유하면서 노조를 설립하려는 주동 인물에 대한 추적, 해고, 고액 손해배상(가처분) 신청 등을 실행에 옮겼다.

우리는 삼성이 뇌물 공여를 멈출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삼성은 이건희 시절인 2007년에도 엄청나게 많은 금품을 뇌물로 뿌렸다가 들키게 되자 머리 숙여 사죄하면서 앞으로 절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박근혜-최순실 등에게 뭉칫돈을 뇌물로 썼음이 확인되었다.

뇌물은 부정부패로 사회를 썩고 병들게 하는 죄악이다. 또 삼성을 위해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정당한 몫을 갈취하고 제품 원가의 상승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악행이다.

우리는 삼성이 약속을 지킬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시절 비자금과 정·관계 로비로 수사를 받게 되자 2008년 4월 총수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사재 1조원 출연을 약속했지만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잠깐 물러났던 이건희는 2년도 안되어 2010년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고 아들 이재용까지 부회장을 맡는 등 총수 일가가 계속 경영 일선에 있다. 전략기획실은 미래전략실로 이름만 바꾸었고 1조원 사재 출연 약속은 서류에만 남아 있다.

2017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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