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을 하자마자 미국 언론에 “오보를 냈다”며 비난하는 등 언론과 충돌하고 있다. 미국언론은 트럼프 측의 이러한 태도는 트럼프 정부의 언론 전략이라며 부정적 보도에 대한 관심을 돌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23일(현지시간)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 인원을 의도적으로 줄여서 보도했고, 대통령 집무실 내 마틴 루터 킹 목사 흉상는 오보라며 출입기자들을 비난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23일 2009년 오바마 취임식보다 트럼프 취임식의 인파 규모가 적다는 보도에 대해 “의도적인 거짓 보도”라며 “트럼프 취임식 참여 인원이 역대 최다”라고 23일 말했다. 이날 스파이서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오바마 취임식보다 트럼프 취임식의 사람이 적어보이는 이유는) 오바마 취임식에는 없었던 흰색 바닥 때문”이라며 “언론의 부정직함 때문에 국민 통합이 어려워진다”고 언론을 비난했다.

▲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보도와 관련해 미국언론 폴리티코는 21일 기사에서 “2009년과 2017년의 사진은 정확히 같은 시각에 촬영되었고, 수정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라며 “사진에는 취임 행진 루트와 백악관 부지 내에 마련된 객석이 비어있는 모습도 찍혔다. NBC는 취임 오찬에서 버스가 늦게 출발했다는 사실도 분명히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언론은 “항공사진 외에도 매체들은 워싱턴 지하철 이용객 수를 인용해 보도를 뒷받침했다”라며 “지난 금요일 오전 11시 기준, 지하철 이용객은 19만3천 명이었고, 2009년에는 51만3천 명이었으나 관할 기관인 국립공원관리청은 공식 참석자 인원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틴 루터 킹의 흉상이 사라졌다는 오보를 냈던 ‘타임’지 기자 지크 밀러에 대한 비난도 빼놓지 않았다. 타임지 기자는 이미 오류를 수정했고 여러 차례 사과를 했으며 이에 스파이서 대변인도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를 접수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23일에 다시 이 오보에 대해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취임식 기사를 오보라고 주장하고, 이미 처리가 된 사안에도 기자를 계속 비난 하는 등 언론과 날을 세우는 것에 대해 미국언론은 ‘트럼프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러한 트럼프의 행동은 부정적 보도에 대한 관심을 돌리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폴리티코가 말하는 ‘부정적 보도’란 지난 주말 진행된 세계 주요 도시에서의 반트럼프 시위이자 여성행진을 뜻한다. 미국 정부가 여성행진 참여자에 대해 공식 집계를 내놓지는 않았으나 당시 항공사진과 지하철 이용객 자료에 따르면 이 행진에 참여한 시위자는 27만 5천명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러 언론 매체가 이를 집중보도를 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트럼프 정부가 언론에 날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지 부시 대통령 당시 대변인을 지낸 아리 플레이셔 전 대변인은 “스파이서의 언행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겠지만, 이는 엄연히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며 성명 발표 후에는 대통령의 칭찬을 받았을 것”이라며 “금성에서 온 언론, 화성에서 온 백악관”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폴리티코 원문 번역은 뉴스페퍼민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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