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일본 쓰나미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피폭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매우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후쿠시마에서 피폭주민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치료하고 있는 후세 사치히코 후쿠시마 공동진료소장(의사)은 18일 한국에서 열린 한일 국제심포지움(추혜선·김경진 의원 등 주최)에 참석해 후쿠시마 피폭주민들의 백혈병·뇌출혈·심근경색 발병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18세 이하 아이들을 대상으로 갑상선암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2년 후쿠시마 진료소를 세운 후세 사치히코(전 군마현 공립병원 부원장)는 이날 심포지움에서 후쿠시마 의과대학이 발표한 ‘핵사고 후 증가한 질병’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후쿠시마 주민들의 백내장은 2010년 대비 2011년 229%, 폐암은 172%, 뇌출혈은 253%, 식도암은 134%, 소장암은 277%, 대장암은 194%, 전립선암은 203% 증가했다. 2년이 흐른 2012년의 경우 뇌출혈은 2010년 대비 300%, 소장암은 4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1월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일 국제 심포지움 '원전과 건강'에 참석한 후세 사치히코 후쿠시마 공동진료소장의 발언 모습. ⓒ연합뉴스
갑상선암의 경우 10살~24살 젊은 층을 비롯해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발생비율이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방사능 피폭에 취약한 어린아이들이다. 2013년 12월31일 기준 소아갑상선암 또는 소아갑상선암 의심환자는 74명이었으나 2016년 12월 기준 환자는 184명으로 늘어났다. 후쿠시마 현에서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은 30만 명의 18세 이하 아이들 중 68명의 경우 선행 검사에선 문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흘러 발병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복기를 거쳐 피폭의 영향이 암으로 드러난 것이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0년 대비 2012년 조산/저체중 출산은 166%까지 증가했다. 난치병 건수도 2011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난치병 건수는 70만 건 수준에서 2011년 이후 100만 건 수준까지 증가했다. 사산율도 증가했다. 도쿄나 사이타마 현의 경우 핵 사고 이후 4%가량 사산율이 증가한 반면 방사능 오염도가 높은 후쿠시마현 주변은 사산율이 12.9% 증가했다. 후쿠시마 인근 6개 현에서는 유아 사망률도 증가했다.

급성백혈병도 증가했다. 후쿠시마현은 2010년 백혈병 사망자가 108명이었지만 핵사고 뒤인 2013년 230명으로 늘어 213%나 증가했다. 부근의 군마현은 310%, 사이타마현은 285% 증가했다. 일본 평균 수치(142% 증가)에 비해 높다. 세슘137의 오염농도가 높을수록 발생하는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도 전국적으로는 감소세지만 후쿠시마 현만 증가세를 보였다. 핵발전소 사고를 처리한 노동자의 경우 백내장 수치도 뚜렷하게 증가해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후세 사치히코 진료소장은 이같은 사실을 전한 뒤 “현재 후쿠시마 현 당국은 진찰받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검사를 축소·중단하려 하고 있다. 자율 검사로 바뀌면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제대로 나올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 현 당국은 또한 피난지시를 해제해 고농도 오염지역으로 주민을 돌려보내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린이도 포함돼있다”고 우려했다. 현 당국은 올해 3월부터 피난 주민에게 시행하던 주택보조를 중단할 예정이다.

▲ KBS 1TV '시사기획창'이 보도한 원전밀집도 그래픽. 한국이 세계 1위다.
이 상황을 두고 후세 사치히코 진료소장은 “주택 보조 중단은 귀환해 피폭당할 것이냐, (피난지에) 남아서 가난해질 것이냐를 선택하게 만드는 비인간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정부는 아직도 핵사고 이후 방사능에 의한 건강피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전 세계 최고 원전밀집국가인 한국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핵 사고는 핵발전소가 많은 순서대로 스리마일(미국), 체르노빌(소련), 후쿠시마(일본)에서 발생했다. 다음은 한국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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