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 반기호씨가 미얀마 사업을 추진하며 UN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반기호씨가 2014년부터 동시에 일했던 회사 두 곳을 통해 미얀마 사업을 추진하면서 UN이 직접 관여하도록 하는 등 특혜를 받은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의원에 따르면 반기호씨는 2014년 10월부터 보성파워텍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그런데 2015년 1월21일 보성파워텍과 미얀마 정부 간 사업회의에 ‘UN 대표단’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이 회의에는 한국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얀마 정부 관계자와 면담 중인 반기호(왼쪽 두번째)씨. 제공= 이정미 의원실


이정미 의원은 미얀마 현지 기사 내용과 미얀마 정부 계정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회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홈페이지 게시 글은 삭제됐지만 현지 미얀마 정부 포털 기사와 페이스북 계정에는 해당 내용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의원은 특히 페이스북 계정에서 반기호씨와 미얀마 정부 관계자, 유엔 인사로 보이는 관계자가 함께 찍은 사진도 발견됐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얀마는 분쟁 지역으로 반기문 전 총장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사업 자리에 유엔 대표단이 참가하면서 반기호씨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특혜 의혹은 더욱 불거질 수 있다.

반기호씨는 2010년부터 KD파워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2012년에 미얀마에 진출했다. 주로 태양열 사업과 석탄화력발전소, 망간채광 사업업을 했고 연면적 1만7000평, 16층 높이에 달하는 ‘한-미얀마 비즈니스센터’ 사업도 진행 중이었다.

같은 해 9월21일 KD파워는 ‘유엔 글로벌컴팩트’에 가입했다. 가입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직접 서류를 제출받고 승인해야 가능하다. 가입한 기업에는 유엔 조달시장 정보나 유엔 글로벌캠팩트 비즈니스지도자 포럼에 초청되는 등 혜택이 주어진다. 2012년 이후 가입한 한국 대기업은 40개, 중소기업은 33개 가량이다.

유엔 글로벌컴팩트는 유엔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한 세계 최대 자발적 기업 모임이다. 참가한 기업들은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등 10대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KD파워가 추진했던 석탄화력발전소나 망간채광 사업 등은 유엔 글로벌컴팩트 10대 원칙 중 하나인 친환경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KD파워는 2015년 9월 10대 원칙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결국 유엔 글로벌컴팩트에서 제명됐다.

▲ KD파워가 이행보고서 미제출로 유엔 글로벌컴팩트에서 2015년 9월21일 제명됐다는 내용의 화면 갈무리. 제공= 이정미 의원실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은 반기문 전 총장이 대표적인 업적으로 내세우는 파리기후변화협약과도 정 반대의 정책이다.

이정미 의원은 또 KD파워가 미얀마 태양광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던 2012년 4월 공교롭게도 당시 반기문 총장이 미얀마를 공식 방문했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의원은 “이 방문에서 반기문 총장이 국제사회에 미얀마 제제 해제를 호소했다”며 “형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형이 유엔 사무총장임에도 불구하고 인권증진이나 환경보호에 전혀 상관없는 사업을 추진하다가 유엔 글로벌컴팩트에서 제명당하는 망신을 겪었다”며 “반기문 전 총장은 KD파워의 유엔 글로벌컴팩트 가입과 관련해 특혜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유엔 등을 출입하는 독립언론 이너시티프레스 매튜 리 기자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전화 인터뷰에서 “반기호씨가 미얀마에서 보성파워텍과 KD파워 두 회사를 가지고 사업을 했다”면서 “반기호씨가 미얀마에서 사업할 수 있게 된 것은 미얀마의 유엔 대표부 중 한 명으로 반기호씨가 기재돼 있었기 때문으로 이것은 명백한 이해관계 충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메튜 리 기자는 반기호씨가 미얀마 정부 산업부 홈페이지에 유엔 대표단 멤버로 소개돼 있었다며 이런 근거를 토대로 한 문제제기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매튜 리 기자는 이밖에도 반기문 전 총장이 △사위를 이라크와 덴마크 지역의 유엔 관련 기관에 수차례 고위직으로 임명했고 △사위를 고위직에 선출한 시리아 특사 스테판 데 미스투라를 측근으로 삼았으며 △카타르 정부가 지원한 비행기를 타고 가자지구 내전 분쟁을 조정하러 가는 등 다수의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매튜 리 기자는 이에 비춰 최근 제기된 반기문 전 총장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의 경남기업-카타르 매각 사기 사건과 관련해서도 반기문 전 총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매튜 리 기자는 유엔과 뉴욕시청 등을 출입하는 독립 언론 이너시티프레스 기자로 일하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과 가족·지인에 대한 잇따른 의혹 제기로 10년 동안 출입했던 유엔에서 지난해 쫓겨났다고 말했다.

이에 반기문 전 총장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반기호씨가 유엔 직원 직함을 사용한 적이 없고 광산사업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반기문 전 총장 측은 “허위사실 보도나 무차별적인 인용 보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언론에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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