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고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와 정부 관계자들의 비리가 끊임없이 터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보도 참사’를 이어가며 메인뉴스 시청률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MBC. 그러나 안광한 사장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안 사장은 16일 오후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 ‘2017년도 MBC 상반기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11월 ‘최순실 사건’의 영향으로 뉴스 시청률이 하락했다”면서도 “사회적 관심도에 비해 초반 뉴스 방송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오보 방지와 선정적 뉴스 경쟁을 자제하는 뉴스 기조가 시청률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일가친척들이 저지른 국정농단 파문으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까지 국회에서 통과된 상황인데도, 안 사장은 이를 제대도 보도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과하기는커녕 되레 MBC 뉴스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안 사장은 향후 보도 시청률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도 “대선과 개헌이라는 큰 사안에서 이슈 발굴과 심층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보도·시사 분야에서 기획과 심층성 강화에 주안점을 두겠다”면서 “앞으로도 선정적 보도 경쟁을 지양하고 중립적 보도와 민주적 여론 형성으로 시청자 신뢰와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안광한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안 사장은 또 최근 MBC가 청와대 편향적인 보도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 내부 구성원들이 안 사장을 비롯한 보도 책임자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듯 “올해 대선이 치러지는 정치적 시류에 MBC를 흠집 내려는 상황이 5년 전과 똑같이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완기 방문진 이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전대미문의 엄청난 사건에서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KBS는 보도본부장을 교체하고 SBS는 사장과 보도본부장 교체에 이어 사장이 세 차례나 사과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는데 MBC만 ‘중심을 잘 잡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안일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다”고 질타했다.

이 이사는 “뉴스 시청률이 2%대까지 떨어져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까지 갔는데도 전혀 반성도 성찰도 계획도 없다. 이게 무슨 방송이냐”며 “최근 사장 개인 신변과 관련한 보도도 잇따르고 정윤회의 그림자가 MBC에도 드리워졌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라나 그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회사 내부의 조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기철 이사도 “안 사장은 경영진 빼고 나머지 구성원을 전부 정치적으로 보는데 대단히 부적절한 인식이다”며 “안 사장이 정윤회씨를 만났다는 보도에 대한 대응도 자사 뉴스에 사장의 주장을 회사가 확인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하는데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정윤회와 독대했다는 방송사 사장은 MBC 안광한)

이에 대해 안 사장은 “회사가 다 잘하는 게 아니고 물론 개선·보완할 점이 있으나 모든 걸 정치적으로 공격해야 되겠느냐”고 이사들의 질의 과정에 끼어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정윤회씨와 자주 만났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만났다고 보도한 쪽에서 밝히면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안 사장은 이어 “어떤 일이든 완벽한 게 없고 내가 다 잘했다는 것도 아니지만 너무 일방적 시각으로 지적하면 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평가하는 부분은 공과와 양면성이 있다. 이 시점에서 어떤 관점으로만 사람을 보고 평가·매도하는 부분은 조심스러워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여권 추천의 김광동 이사는 “안 사장이 일 중심의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지난 3년간 매우 노력과 헌신을 했다고 기억한다”며 “지금의 왜곡된 언론 구조 속에서 온 국민이 혼란한 상황인데 MBC가 과감하고 용기 있는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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